탈북자들이 남한 사회에 적응하면서 공부와 취직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사회주의 국가에서 살다온 탈북자들이 공부와 취직은 물론 남한 사회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다. 남한 사람들도 공부하면서 취직하기란 힘든 만큼 남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 이상 탈북자들이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는 요원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국용 (사)한민족문화복지진흥원(이하 진흥원) 원장은 탈북자들에게 공부와 취직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진흥원 산하에는 직업학교인 한국입체교육정보원과 대안학교인 남북어울림 학교가 부설되어 있다. 탈북자들이 2만 명을 넘어선 현재, 이들을 지원하는 직업 및 대안 학교들이 다수 존재하지만 진흥원처럼 성공적인 정착을 돕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는 것이 관련자들의 평가다.
남한 사회 최초 탈북 공학박사 1호이기도 한 정 원장의 철학은 일단 배우는 일에 매진해야 취직도 되고 성공적인 정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탈북자들이 막상 남한 사회에 오면 공부보다는 취직이나 개인 사업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당장 힘들더라도 미래에 대한 투자로서 자신의 실력을 쌓는 공부에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원장은 “탈북자들은 당장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에 공부할 시간과 돈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공부와 취직 그리고 성공적인 정착을 하기 위해선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을 갖기 위한 공부”라고 말했다.
탈북자들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정 원장은 공부할 여력이 없는 탈북자들의 지원을 벌이고 있다. 정 원장은 이 같은 생각은 그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정 원장은 북한에서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2001년 입국한 이후 10여 년 동안이나 공부의 끈을 놓지 않았다. 공학박사가 되기까지 정 원장은 5개 대학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탈북해 남한에 정착하기도 어려운 시기 정 원장은 한국폴리텍대학을 시작으로 서울 과학기술대 등을 졸업한 이후 한세대학교 ‘u-city IT’ 산업정책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자면 배워야”
또한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정 원장은 신학 공부를 하면서 탈북자들의 정착에 실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정 원장은 “10여 년 동안 공부를 하면서 느낀 것은 취업하면서 공부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을 하면서 야간에 관련 분야 공부를 하면 공부와 취업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특히 취업을 일정기간 하게 되면 취업 장려금을 3년 동안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남한 정착에도 도움이 된다. 즉 남한 사회 정착을 하면서도 취업과 공부 등 3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고 피력했다. 이어 그는 “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자면 배워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해선 취업을 해야 하고 취업을 하자면 전문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그의 생각은 2009년 설립된 진흥원을 통해 실현됐다. 아직 진흥원이 걸음마 단계이지만 탈북자 하나 둘씩 취직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남한 사회 정착을 잘 해나가고 있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그는 “나의 이 같은 생각을 진흥원을 통해 실현하고 있다. 직업 교육을 시키면서 10명을 대학에 입학시켰다. 진흥원은 취업하기에 앞서 야간 공부하는 곳으로 ‘산학과정’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그의 이력이 말해 주듯이 먼저 자신의 전문성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이 먼저 전문성을 갖춰야만 탈북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남한에 정착을 빨리 하려면 일단 전문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04년에서 2007년까지 서울과학기술대 메카트로닉스학과 야간으로 입학해, 주간에는 로봇공학 제조 공장에서 일하면서 공부했다. 낮엔 일, 밤엔 공부하면서 전문성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회상했다. 특히 그는 향후 정보·통신 쪽이 전망이 있다고 판단, 2008년에는 한세대에 입학해 유비쿼터스 박사학위를 받아 탈북 공학박사 1호가 됐다. 또한 정 원장은 전문적인 직업 훈련 자격증을 받기 위해 2008년에는 6개월간 한국 기술교육대학 직업능력 개발을 공부하기도 했다.
현재 진흥원은 8개의 기업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탈북자들의 취업을 알선하고 있다. 정 원장은 향후 대학들과도 MOU를 체결해 야간대학 관련과를 진흥원에 개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직업 교육을 받고 취직을 하게 되고 나아가선 대학 교육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그는 “진흥원을 물신양면 돕고 있는 한 이사의 도움으로 최고의 전문성을 갖춘 컴퓨터 보안개발팀이 진흥원 내에 입주해 있다. 이들을 통해 보안관련 전문 교육을 시킬 수 있고 실제로 진흥원 출신 탈북자가 이 회사에 취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영어에 약한 탈북자들에 맞춤형 직업 교육 필요”
이외 진흥원은 ‘일자리창출연구원’을 부설해 탈북자들의 취직과 관련, 나서는 문제와 해결점 등에 대해 집중적인 연구 사업을 벌이고 있다. 기존 직업학교에서 탈북자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 등에 대한 원인 분석을 통해 탈북자들을 돕고자하는 것이 연구원의 창립 취지다. 정 원장에 의하면 탈북자들 대부분이 초반에 정부의 알선으로 취업을 하게 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 둔다. 그 이유는 영어, 한자, 컴퓨터 사용, 자본주의 경제현상에 대한 이해 등의 측면에서 오는 어려움이 직장생활의 일상 업무를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과 시간뿐 아니라 일과 후 식사시간 등에서 느끼는 소외감과 이질감이 직장 생활 및 인간관계 적응에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럴 경우 보통 탈북자들은 재취업을 위해 공부를 하는 경우와 반대로 자영업을 선택한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 탈북자들은 남한 사회에 대한 환상으로 장사를 시작하는데 자본주의 사회에 익숙하지 않아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진학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재취업 계획을 세우는 경우, 남한 사회 적응에 필요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고 취업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 원장의 지론이다. 이러한 이유로 진흥원을 세우고 보다 체계적인 탈북자 취업 상담을 해주기 위해 연구원을 설립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 원장의 분석은 적중했다. 실제로 탈북자들 입장에서 정보원을 운영한 결과 큰 성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 원장은 “탈북 학생들 대부분은 초기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컴퓨터 용어는 말 할 것도 없고 남한 말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정보원은 남북한의 언어적 차이를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탈북 청소년들이 다른 직업학교에 가서 언어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 우리 정보원 같은 경우 이런 언어적 문제가 없으니 3개월 과정에 자격증 3개를 취득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일단 알아들을 수 있도록 북한 말로 교육을 한다. 그리고 일정수준에 오른 다음 전문용어 등 남한에서 사용하는 단어를 사용해 재교육을 시킨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탈북 청소년들이 직업교육을 제대로 받으려면 이러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어느 정도 수준이 올라오면 남한 전문 교사가 교육을 시킨다. 이런 전 과정을 거치면 아무 문제없이 해당 교육 관련 전문가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외 진흥원은 꽃꽂이 등을 할 수 있는 꽃집도 운영한다. 이곳에선 꽃꽂이 교육뿐 아니라 이를 통한 탈북자 심리치료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인터넷 신문사도 운영하고 있다. 직업 교육에 홈페이지 구축하는 과정도 있다. 이 과정에서 우수한 성적과 적성이 맞는 탈북자들이 인터넷 홈피를 구축하고 운영자로 참여한다.
“컴퓨터 활용 능력 성공적인 취업의 밑거름”
그는 이러한 직업 교육을 실시하면서 탈북자들의 컴퓨터 활용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무엇보다 정보화 시대 탈북자들이 컴퓨터 활용 능력을 키우는 것이 취업 성공의 밑거름이라는 측면에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는 “직업 훈련 학교를 운영하면서 탈북자들이 컴퓨터 활용 능력이 턱없이 부족할 뿐더러 관련 기초교육도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따라서 직업 교육에 있어서 기초적인 컴퓨터 문서 작성 등을 교육시키는 직업학교를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탈북자들이 취직을 하려면 컴퓨터를 장난감처럼 갖고 놀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 공부를 하건 취업하든 컴퓨터 활용 능력이 무기가 될 수 있다. 학생들에게 회사에 들어갔을 때 자기 컴퓨터뿐 아니라 남의 것도 고쳐주라고 이야기한다. 필요하다면 인터넷 망 관리까지 하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직장에서 인정을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입체교육정보원’은 직업교육에서 기본적인 컴퓨터 활용뿐 아니라 컴퓨터 수리, 인터넷 망 관리, 홈페이지 구축 등 다양한 부분까지 교육시키고 있다. 그는 “교육에 참여하는 탈북 청년들이 초기에는 컴퓨터를 제대로 만지지도 못한다. 그러나 3개월만 지나면 자신감을 갖고 컴퓨터를 고칠 정도로 잘한다. 이런 아이들이 같은 탈북자를 대상으로 컴퓨터를 무상으로 수리해주기도 한다. 우리 학생들은 다양한 컴퓨터를 수리해보니 오히려 전문 AS 업체보다 실력이 더 좋다. 이젠 데스크탑뿐 아니라 노트북까지 수리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 원장은 이렇게 전문성을 인정받게 되면 거기에 만족하지 말고 보다 큰 목표를 세우고 대학에 다녀야 한다고 충고했다. 탈북자들의 취업을 돕는 일을 한국입체교육정보원이 전담한다면, 탈북 청소년들의 대안교육을 전담하는 곳은 진흥원 산하 ‘한울림대안학교’다.
대안학교는 탈북 청소년을 비롯해 다문화 가정, 남한의 취약계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초중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탈북 청소년이 홀로 남한으로 오거나 부모와 오더라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이에 따라 어울림대안학교는 맞춤형 진로 및 직업 교육, 특기 적성화 교육 등 상담을 통해 탈북 청소년들이 사회의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정 원장은 “상당수 탈북 청년들이 초등학교 졸업증조차 없는 아이들이 많다. 취업교육이나 고등 교육도 중요하지만 초중고 교육이 밑바탕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2010년에 남북 어울림 대안학교를 설립했다. 진흥원에서 직업교육을 받고 어울림 대안학교에선 초중고 교육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러 과정을 통하다보니 실제로 취직을 빨리 할 수 있다. 정규 교육을 받고 취업교육도 하고 MOU를 체결한 기업에 취업도 하고 있다. 특히 정부 취업 장려 지원금도 받을 수 있어서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초중고 교육뿐 아니라 직업 교육을 한곳에서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탈북자들에게 알려지면서 현재 탈북자들이 진흥원을 자발적으로 찾아오고 있다는 것이 정 원장의 설명이다.
정 원장은 “여타의 대안학교가 많지만 우리 진흥원처럼 직업 교육뿐 아니라 취직의 기회도 주어지는 곳은 없다. 또한 대학학과를 진흥원 내에 개설하면 앞으로 더 많은 탈북자들이 우리 진흥원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진흥원의 탈북자 정착에 대한 기여를 인정, 작년부턴 남한 대학생들이 진흥원 교사로 초중고생을 가르치면 학점을 인정해 주고 있다. 지난 11월 말 올해 마지막 기수가 졸업을 했고 현재 30여명의 학생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올 한해 진흥원은 130여명의 탈북 청소년들을 졸업시켰다. 이중 30여명이 취직에 성공했다. 특히 정 원장은 어울림이라는 대안학교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탈북 청소년들의 교육뿐 아니라 남한 아이들과의 어울림의 장도 마련하고 있다. 현재 대안학교에는 탈북자 아이들뿐 아니라 남한의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도 공부하면서 탈북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다. 정 원장은 “대안학교서 방과 후 공부방을 운영하는데 남한 아이들 20명 정도가 참여한다.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편부모 아이들이나 학교에 적응을 제대로 못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대안학교를 통해서 작은 통일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 할 일을 우리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탈북자들 남한 사회에 대한 착각에서 벗어나야”
탈북자들의 어려움을 알고 다양한 지원을 벌이고 있지만 정 원장은 탈북자들의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를 잘 알지 못하니까 남한을 천국으로 착각한다. 이런 착각은 남한 정착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탈북자들은 차를 마음껏 타고 비행기도 타보게 되면 이제는 비행기와 자동차를 마음대로 가질 수 있다고 착각한다. 자본주의 사회는 온갖 유혹이 존재한다. 탈북자들은 생활력은 강하지만 자본주의 사회를 잘 알지 못하고 경험이 없기 때문에 유혹에 속아 넘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선 실패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차근차근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조급해 빨리 성공하려다 보면 실망도 커서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의존적인 탈북자들의 습성을 고쳐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태어난 탈북자들은 의존적인 성향이 강하다. 그런데 남한엔 공짜가 많다. 기초생활수급자를 비롯해 집과 정착지원금을 받는다. 이러한 것이 초기에 필요하지만 탈북자들을 보다 의존적으로 만드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탈북자들이 종교생활하면 교회에서 돈을 받는다. 이러한 지원이 탈북자들의 의존적인 성향을 버리지 못하게 한다.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정착 지원 시스템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탈북자들에게 물고기가 아닌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 탈북자들이 언제까지 정부에 의존해 살아갈 것인가? 정신 상태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탈북자들은 교육을 받거나 어떤 행사에 참여하면 돈을 바라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정부가 직업교육을 받으면 현금 지원을 해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탈북자들이 배우려는 의지가 약해진다. 정말로 필요해서 배우려는 것이 아니라 돈을 받기 위해 교육에 참여하는 경우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마지막으로 “나의 목표는 통일이 됐을 때 탈북자들의 정착과 교육, 취업의 모범적인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각 분야에서 탈북 인재들이 중간다리 역할을 해서 통일 한국에 혼란을 막고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