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개인적으로 우리 탈북자들이 왜 조국이라는 아주 간단하고 명료한 단어의 정체성을 부정하는지 전혀 모르겠음. 문제는 그렇게 떠들어 대는 사람들 대부분이 김부자 정권에서 제일 선참으로 만세를 부르던 인간들이라는 것이다. 자기에게 이로울 땐 조국이고 불리하면 고향땅인가? 우린 너무나 쉽게 버리고 쉽게 말한다.
우리가 부르는 조국은 그 어떤 독재자로부터 핍박을 받았다거나, 버림을 받았다거나 혹은 그 어떤 강대국이나 침략자들에게 빼앗겠다고 해서 쉽게 버리는 것이 아나다. 여기에 북한시인 김상오가 썼던 <나의 조국>이라는 시구절의 일부를 적으려 한다.
물론 시의 종자를 김일성의 품이 북한의 조국이라고 쓴 것은 매우 어리석은 망발하다. 그러나 조국이란 자신의 첫 삶과 함께 이미 조용히 자리잡은 것으로 하여 우리의 심장 속에 가득 차 있고 기쁨과 아픔, 그 모든 운명을 함께 하는 것이라함은 천 만번 지당한 말이다. 그렇기때문에 조국이라는 이름을 가만히 부르때면 누구나 가슴은 터질 듯 긍지로 부풀고 눈곱은 쩌럿히 젖어드는 것이다.
지난날 일제에게 짓밟혀 온갖 가난으로 슬픔과 고통만을 줄 때 그 조국의 운명때문에 이 땅의 주인들은 너 나 없이 이 가슴을 두드렸고 살길을 찾아 떠나면서도 눈물 속에 돌아보고 또 돌아 본 것이 아닌가? 때로는 저 눈덮인 이국의 광야, 빗내리는 타향의 부두에 설 때면 두고 온 네 하늘이 그리도 푸르러 살아서 떠난 이들, 죽어서도 돌아오길 소원했더냐라고 그는 서슬했다.
이처럼 조국이란 한 번 잃으면 그대에게로 돌아가는 길 그리도 멀어 피로써 눈보라 만리길을 헤쳐야 했고 죽음과 함께 불바다도 건너야 하는 것이다. 그 험난한 길을 이미 우리의 선열들이 걸어왔다. 이준, 유관순, 김구, 윤봉길, 안중근과 같은 선열들은 일제에게 빼앗긴 조국을 찾기 위해 현해탄과 동토의 땅, 타향의 언덕에서 혈전만리를 헤쳐가며 자신들의 육체를 몸이 찢겨 가루가 되도록 희생했다.
우리들이라고 해서 결코 예외는 아니다. 뜨거운 심장 없이 부를 수 없고 진실한 사랑 없이 안을 수 없는 위대하고 신성한 이름, 오직 그의 영광 속에 그대의 삶이 있고 그를 저버리면 곧 그대의 죽음인 것이 바로 우리의 조국이다.
이런 관점과 입장에서 조국의 의미를 더듬어 볼 때 우리 탈북자들은 북한이 한갖 자신의 고향땅이라기보다는 김부자정권에 의해 송두리 채 빼앗긴 조국이며 그 조국을 다시 되찾기 위해서는 그의 정체성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여기서 북한의 민주화를 운운하고 그 어떤 형태의 통일을 원하는 것은 대한민국사람들의 시선으로 볼 때 한갖 어불성설이나 다름이 없다고 보여진다.
조국이란 한 마디로 말해 자기의 이해관계에 따라 쉽게 버리고 얻는 허접한 것이 아님을 우리 모두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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