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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스케치 4) 술 반병으로 셋이 취하는 법
Korea, Republic of 장국장 0 262 2013-11-30 23:15:52
술 반병으로 셋이 취하는 법

 

어느 금요일이다.

, , 최 셋은 금요노동(매 주 금요일마다 간부들이 무조건 나가야 하는 강제노동)에 나갔다가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김정일이 간부들의 건강을 챙겨준다고 시작한 금요노동인데 실제로는 고역 중에 고역이었다.

이 날도 셋은 김이 호랑이 새끼 칠 지경인 평양 주변 어느 농촌 리에 나가 강냉이 밭김을 매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길을 넘게 자란 강냉이 잎은 끊임없이 얼굴에 칼질을 하고 바람 한 점 없는 강냉이 밭은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물크러져 죽을 것 같았다.

그 속에서 종일 달리깨비며 너도방동산이, 돌피 등 이름도 모를 잡초들과 씨름해야 했으니 그 고통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셋 중 부장인 김이 하는 말이었다.

아까 낮에 한창 더울 때는 저녁 해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저 세상으로 가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죽지는 않았구만

그러게 말입니다, 히야 그건 그렇고 오늘 같은 날에는 정말이지 어디 가서 맥주라도 한잔 했으면 그 자리에서 죽는다 해도 정말 원이 없을 것 같은데옆에서 걷던 대머리 이가 하는 말이었다.

뭐 맥주? 좋지, 거품이 부글부글 끓어 번지는 걸 한 조끼 쭉 따고서카, 이거 어디 목구멍이 간질간질 해서 견디 갔나

이런 걸 보고 북한에서는 흔히 이론 식사라고 한다.

실제적으로는 없으니 이론적으로만 먹는다는 것이겠다.

아니 맥주는 고사하고 농태기라도(북한 주민들이 자작 제조한 술) 한 잔 있으면 좋갔어.

묵은 김치에 두부나 순덕 순덕 썰어 넣고 거기에다 고춧가루까지 시뻘겋게 쳐서 얼벌벌 하게... 카 그것도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지경인데김이 금방 한 잔 하는 것 같은 환상에 잡혀 목 울대뼈가 연신 방아질 한다.

가만 우리 집에 술이 있긴 한 병 있는데이제까지 말없이 뒤따라오던 최가 하는 말이었다.

뭐 뭐야? 집에 술이 있다구? 그게 정말인가?” 대머리 이가 당장에 얼굴이 밝아지며 환성을 올리는 것이었다.

모레가 우리 장인어른 제삿날이거든, 그래서 어디 가서 여편네 한 병 가져다 놓은 거 있긴 하지

아따 이 사람아 모레면 아직 이틀이나 더 있잖은가. 자네 장인어른 제사 치기 전에 먼저 우리 셋 제사부터 치겠네, 우선 오늘 한잔 하고 보세대머리 이가 바싹 달군다.

그리고 또 안주도 시원치 않고

여보게 이 사람아 안주는 무슨 안주, 부장동무 어떻습니까, 가서 한 잔 걸치고 가는 게 아닙니까?”

아니 이 사람아 안주는 걱정도 말라구, 안주는 간장을 김치로 찍어 빨아도 되고 그도 없으면 소금 알을 안주로 하는 술 맛은 또 어떤데부장 역시 혀를 날름거리며 몸이 달아 어쩔 줄 몰라 했다.

아니 그건 그렇지만 우리 여편네 그 술 먹어버린 걸 알게 되는 날에는 나 그대로 저쪽 세상에 가고 마는데

아니고 이 사람아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나, 군소리 말고 앞장서게

하 이거 참, 에라 모르겠다 갑시다

마침 최의 집에 호랑이 같은 그의 여편네는 없었다.

챠 어떻게 한다? 그래도 안주가 있어야지 강술이야 어떻게 마셔?”최가 부시럭 부시럭 부엌으로 들어가며 하는 소리였다.

여보게 차라리 잘 됐네, 거 다 시어빠진 김치 쪼가리도 상관없으니 술만 내오게부장 도무지 진정할 줄 모르고 궁둥이를 달싹 거렸다.

그럼 술만 있으면 되지, 정 없으면 담배를 안주하는 수도 있잖은가 한 잔 마시고 한 모금 빨고 또 한잔 마시고 또 한 모금 빨고...”

아무튼 이 술은 우리 여편네 어디 가서 얻어 온 건지 보기에는 뭣 같아도 도수는 제법 있다고 하더라구최가 술병을 상위에 가져다 놓고 부엌으로 나갔다.

히야, 이거 냄새부터 죽이는구만, 아무튼 이게 약이라니까, 가만 그게 어느 영화에서 나오는 노래던가.” 대머리 이가 제법 콧노래까지 흥얼거린다.

... 구장님 아니 자위단장님

이놈의 팔자를 고치게 됐으니

그렇다면 우리 집으로 가십시다.

내가 한턱 자위단장님이 한턱

뱅글 뱅글 도는 술이나 한 잔 하려 가십시다...하하하대머리 혀 바닥을 날름거리며 기분이 떠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바로 그때였다.

최씨네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 이씨 벗어놓은 농립모를 물어뜯으며 장난치기 시작했다.

이놈이 고양이새끼 당장 물러가지 못하겠어!” 대머리 이가 고양이를 물리친다는 노릇이 그만 술병을 넘어뜨리었다.

술병이 넘어져 데그르 굴더니 아차 그만 상 아래로 떨어지며 깨지고 말았다.

세상에 이를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두 사람이 깜짝 놀라 기절초풍하는데 부엌에 나갔던 최씨까지 뛰어 들어왔다.

아이고 이걸 어떻게 하나, 이젠 목을 뺀다고 해도 더는 없는데

이거 야단 났군 야단났어, 동무 말이야 사람이 진중할 때는 진중할 줄도 알아야지 뭐야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그냥 바장거리더니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부장 장판에 쏟아 진 술이 아까워 입을 대고 빨아 본다.

그러니 당사자인 이야 더 말해서 무엇하랴.

가만 욕은 나중에 하고 우선 방법을 찾아야지, 최동무 수건 있지?”

있으면 왜요?”

최 영문도 모르고 방바닥 한 구석에 처박혀 있던 수건에 눈을 준다.

응 됐어, 방법이 있네, 그걸 이리 줘

아니 수건을 가지고 어쩌자고?” 최 영문을 몰라 쳐다본다.

글쎄 잘 못한 건 잘 못한 거구, 대책이야 있어야 할 게 아닌가.” 대머리 수건으로 장판에 쏟아진 술을 적시더니 사발에 짜놓았다.

아니 그걸 마신다는 건가?” 최 눈이 화등잔같이 커졌다.

하지만 이 그런 소린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두 번, 세 번 그 짓을 하는 것이었다.

다른 두 사람은 어이없어 지켜보는데 장판에 쏟아졌던 술 말끔하게 씼겨 사발에 담기었다.

자 이러면 된 거지, 물론 처음보다 좀 줄긴 했지만 그래도 사 분의 삼은 건진 셈 아닌가

그럼 이걸 마신다는 건가?” 부장 기겁하여 소리쳤다.

하 왜 그럽니까. 술은 원래 그 자체가 소독제기 때문에 아무 탈 없습니다

대머리 먼저 맛을 본다.

카 이거 정말 냄새가 죽이는구만한 병은 채 못 되어도 반병은 잘 되었다.

좀 흠이라면 수건에서 때 국물이 우러나 검으스름 한 게 흠이었다.

아니 여보게 그럼 정말 이걸 마신다는 건가?” 부장 그래도 술의 유혹은 벗어나기 어려운지 완전히 물러서지는 못하였다.

그러니까 아무튼 부장동무랑은 마시지 말고 구경만 하란 말입니다.” 대머리 사발 채 들어 입에 가져가려 했다.

아니, 아니 그럴 수야 없지. 가만 좀 생각 해 보자구

그래 어떻게 하겠습니까. 안 마실 거지요?”대머리 어찌 보면 은근히 잘 되었다는 표정 같기도 하였다.

에라 모르겠다. 마시세, 자 뭘 준비했는지 가져오라구

최씨 부엌에 나가 냄비를 들고 들어왔다. 두부 몇 점 넣은 다 묵어 빠진 김치찌개다.

하여 셋이 수건으로 짠 술 반 사발을 가운데 놓고 마주 않았다.

그러지 않아도 적은 술인데 쏟기까지 했으니 이것 참부장 사기 술잔에 술을 따르면서 하는 소리였다.

셋 모두 한 말 술이라도 지고 가라면 가지 못하겠지만 마시고 가라면 끄떡없이 마시고 갈 사람들이었다.

당연히 그것으로는 속에 기별도 가지 않을 건 번한 일이었다.

아 참 부장동무 우리 이 술을 가지고도 셋 모두 취하는 수가 있습니다.” 이가 하는 말이었다.

아 이 사람이 또 무슨 소리를 하려고 그래? 혼자 마셔도 시원치 않겠는데 이걸 어떻게 셋이 마시는데 취해?” 부장이 어처구니없는 소리라고 콧방귀를 뀌었다.

아니 부장동무 글쎄 내 말을 들어 보란 말입니다.”대머리 지은 죄가 있는지라 서둘러 설명했다.

술 마시는 것을 단번에 삼켜서는 안 된다. 입에 물고 한 5분 정도씩 있다 삼키자 신호에 맞춰 같이 삼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술은 입안에서 먼저 뇌에 흡수되기 때문에 적은 술을 가지고도 셋 모두 얼마든지 취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잘 믿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럴 듯하기도 하였다.

어차피 그걸 가지고는 속에 어림도 없겠기에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셋 모두 입에 술을 털어 넣고 한 참씩 삼키지 않았다.

서로 멀뚱멀뚱 쳐다만 보다가 대머리가 신호를 하면 삼키었다.

그렇게 하기를 몇 번, 술 사발이 바닥났을 무렵에는 과연 그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고주망태까지는 아니지만 셋 모두 적어도 거나하게 되었던 건 사실이다.

참으로 세상에는 나라도 많고 사람도 많지만 이런 나라, 이런 인민이 또 있을까

이게 바로 그 위대하다는 김정일이 이끄는 북한식 사회주의 일반 주민들의 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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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고록 ip1 2013-11-30 23:30:55
    장선생!
    3은 어데가고 ------- 4가 나왔네요,,
    잘봅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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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맥주 ip2 2013-12-01 03:19:14
    만수대예술단 신영희의 남편 최세웅이 그러던데 그래도 김정일은 북한주민들에게는 아버지같은 존재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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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우온온 ip1 2013-12-01 08:29:53
    장선생님 !
    펴양 스케치 계속 연재 해주세요,,,,,,,,,,,,,,,,,,,,,,,,,,,,,,,,,,,,,,,,,,,,,,,,
    그리고 다른것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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