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대학생 두번 울었다..취업난에 출신 차별에

입력시간 | 2013.03.06 07:00 | 이정혁 기자 utopia@

일부 기업은 남한 사람 신원보증 요구도

[이데일리 이정혁 기자]서울 A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탈북자 김모씨는 최근 유명 대기업의 신입사원 공채 공고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명문대 경영학과를 다니고 있지만 전공인 경영학을 살려 취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때문이다.

김씨는 “일부 기업은 탈북자라는 이유로 아예 이력서 자체를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며 “남한에서 알아준다는 명문대를 졸업한 뒤에도 일자리를 못 구해 식당이나 공사판을 전전하기는 경우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상반기 공채시장이 열렸지만 탈북 대학생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이들은 취업난에다 탈북자 차별까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4일 통일부의 ‘북한이탈주민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전체 탈북자 2만3879명 중 20~29세는 6541명(27%)이다. 이 가운데 4년제 대학과 전문대 등을 포함한 대학생은 약 1400여 명으로 탈북 대학생은 매년 증가추세다.

탈북 대학생을 관리하는 서울의 한 대학 교수는 “탈북자의 경우 국립대는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고 사립대는 국가와 학교가 반씩 부담해 대학생 또래의 탈북자들이 대학문을 많이 두드린다”며 “그러나 기업이 요구하는 지원 자격을 웃도는 스펙을 갖춰도 탈북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로 취업에 성공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했다.

서울 B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탈북자 이모씨는 최근 같은 회사에 두차례 걸쳐 입사서류를 접수시켰다. 탈북자임을 밝힌 첫번째 응시때는 서류전형에서 떨어졌지만 출신을 숨긴 두번째에는 합격했다.

이씨는 “자기소개서에 탈북자라는 사실을 공개해 떨어진 것 같아 두번째 응시때는 과거 사실을 숨겼더니 합격통지가 왔다”며 어이없어 했다. 심지어 일부 기업들은 채용시 ‘남한 사람’의 신원보증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기업들이 탈북자 채용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통일부는 지난해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내에 취업지원센터를 개소, 대학을 졸업한 탈북자 3명을 대기업에 취업시켰다. 통일부 관계자는 “탈북 대학생들의 서류부터 면접까지 밀착 지도해 대기업 3명과 각 부처 공무원 12명을 배출했다”며 “올해도 많지는 않지만 대기업 취업에 성공한 학생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수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와 대학이 산발적으로 탈북 대학생들의 취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우선 탈북자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우호적으로 전환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꾸준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X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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