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요원 따돌리고 납북자 구출 활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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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권과장 덕에 목숨 건졌는데…” 탈북자 한숨 기사수정 | 2014-03-28 07:42:59 “北요원 따돌리고 납북자 구출 활약” 최성용씨 등 병원 찾아 쾌유 기원 2003년 4월 중국 선양(瀋陽) 총영사관에서 100m가량 떨어진 으슥한 골목.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62)가 언뜻 여유로워 보이는 뒷짐 자세로 담장을 향해 서 있었다. 하지만 안색은 창백하고 입은 바싹 마른 상태였다. 선양에서 활개 치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요원에게 붙들리면 쥐도 새도 모르게 납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1973년 서해안에서 납북됐다가 열흘 전 두만강을 건너 중국 옌지(延吉)에 숨어든 어부 김병도 씨(61)를 한국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국가정보원 요원을 기다리고 있었다.10분 정도 지났을까. 어디선가 나타난 국정원 요원이 최 대표에게 김 씨의 한국 여권과 여행증명서를 쥐여주고 잽싸게 사라졌다. 탈북한 김 씨가 베이징(北京)의 주중 한국대사관까지 무사히 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었다. 최 대표에 따르면 이 요원은 김 씨가 대사관을 지키는 공안에게 붙잡히지 않도록 손을 써두는 등 김 씨의 귀국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최 대표는 26일 기자와 만나 “그때 만난 요원이 바로 최근 ‘간첩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다가 자살을 기도한 국정원 권모 과장(52·대공수사국 전 파트장·4급)이었다”고 회상했다.권 과장은 27일 현재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의식을 잃은 채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 최 대표 등 납북자 가족들은 “증거 조작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납북자 구출에 뛰어난 수완을 발휘했던 권 과장이 생사를 기약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납북됐다가 돌아온 김 씨도 “당시에는 나를 도와준 요원이 누군지 몰랐지만 권 과장이 없었더라면 중국 공안이나 북한 보위부에 체포된 뒤 처형됐을 것”이라고 말했다.최 대표는 “증거 조작 사건 이후 탈북자 구출을 돕던 중국 내 협조자나 탈북자 은신처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중국통’ 권 과장이 무너진 여파는 북한과의 ‘정보 전쟁’뿐만 아니라 탈북자 구출 활동에도 치명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납북자가족모임 회원들은 26일 서울아산병원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권 과장의 회복을 기원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홍정수 기자 http://news.donga.com/Main/3/all/20140328/620665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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