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탈북여성의 시 (제2편) |
---|
(주검들) -한 구덩이에 수십 명씩,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함께 묻어버렸다 깊이 또 깊이 팠는데 비좁구나 땅이여 주검이 너무 많아서 칠성판도 없는 주검들인데 메마른 나무같이 바삭한 주검들인데 비좁구나 땅이여 죽어서 누울 자리조차 불편한 땅이여 순서도 없다 주검들은 늙은이건 젊은이건 어린이건 그 순간엔 다 같이 주검일 뿐 목놓아 울어주는 사람도 없다 살아서 동정 한 번 못 받아본 사람들 주검에 그 무슨 동정이 필요하랴 누구의 무덤인지도 모른다 주인도 없는 주검들이다 가족까지 다 죽어버리고 산 자조차 유랑을 떠난 그러나 한결같이 모두가 외치는 건 “우리 모두는 굶어죽었다”
신고 0명
게시물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