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성민> -마지막 회 |
---|
“대표님! 신호 들어 왔어요” 하는 엔지니어의 말에 회고에서 깨어나는 김성민이 “아차! 내 정신 봐라. 죄송합니다” 하고 자세를 바로 한다. “노래를 들으니 제가 유년시절을 보낸 평양으로 당장이라도 가고픈 마음 간절합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북한주민들의 비참한 인권개선을 위해 국제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저명한 여성인권운동가 수잔 솔티 여사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북한인권법 몇 년째 계류 중인 한국의 국회를 어떻게 보십니까?” “답답하지요. 알다가도 모를 사람들이고요.” “누가요?” “여의도에 있는 높으신 양반 분들.” “공감입니다.” 수잔은 서울의 탈북자들에게서 똑바로 알았다. 고위층이나 일반이나 그들에게서 들었던 공통적 증언은 북한이 거대한 감시사회라는 것이다. 굳이 당에서 시키지 않아도 서로가 감시하며 자기 체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마치 시간에 맞춰 작동하는 기계처럼...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국가배급을 체제유지에서 모범적인 사람들을 위주로 하기 때문이다. 노동당지시에 불만을 품은 자를 고발하면 우선배급을 주기에 먹고 살자면 어쩔 수 없다. 또 하나 비결은 비밀리에 운영하는 정치범수용소인데 당과 수령을 비판하는 어떤 자도 모두 수감하여 사형과 무기징역 등으로 혹독한 처벌을 준다. 방송진행을 유연하게 하는 김성민이다. “북한개혁! 그 촉매제 역할의 하나가 삐라살포인줄 압니다.” “네! 맞아요.”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북한에서 남한의 삐라를 본 사람으로서 그것이 김정일 독재체제 반대를 위한 거국적인 행동촉발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봅니다.” 김성민은 이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남한에서 탈북자들이 보내는 대북삐라에 대한 북한당국의 정의는 이렇다. 나날이 승승장구하는 인민대중 중심의 사회주의공화국을 압살하려는 미제와 남조선괴뢰들의 책동이 계속되고 있다. 더러운 주구들이 던져주는 몇 푼의 돈에 눈이 어두워 탈북자들이 미쳐 날뛰고 있다. 공화국에서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더러운 목숨을 구제하려 남조선으로 간 탈북자들은 거짓을 만들어 사회주의를 헐뜯으며 발악한다. 군사분계선지역 인민들은 높은 혁명적 경각성을 갖고 살아야 한다. 수령과 사회주의 제도를 비난하는 남조선삐라는 발견즉시 상부에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놀랍도록 신기하다. 지리적으로 남한과 가까운 특정지역에서 군인이든 민간인이든 남한의 삐라를 발견하면 그냥 자기만 보고 아무한데도 알리지 않는다. 이유는 보고 이후에 따르는 후과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규정대로 삐라를 발견하고 상부에 보고하면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보위지도원(비밀경찰)이 시도 때도 없이 당사자를 불러 “정말 너 혼자 봤나?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나? 어디 가서 말을 안했는가? 삐라내용을 절대 말하면 안 된다” 하며 엄청 피곤하게 만든다. 하여 많은 사람들이 삐라를 보고도 못 본척하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김성민이 계속한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북한에서 남한의 삐라를 보고 입을 꾹 다물었습니다. 당시 그 사실을 발설했다면 아마도 지금쯤 제가 이 자리에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삐라를 보며 다른 생각은 했지요?” “무슨 생각이요?” “남한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말이에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결국 서울로 오겠다고 생각했지요?” “맞습니다.” “바로 그거에요. 우리가 보내는 삐라 천장을 보고 그 중 한두 명이 생각을 바꾸고 그 땅을 뛰쳐나오는데 도움이 되었다면 우리는 그것으로 만족하지요.” “아! 정말 그러네요.” “생각해보세요. 사람은 거울이 있어야 자기를 봐요. 거울에 비쳐진 자기 얼굴을 보며 예쁘게 화장도 하고 또 새로운 마음도 갖게 되지요. 북한주민에게는 자신을 볼 거울이 없어요. 그러니 자신의 얼굴에 묻은 상처자리와 허구적인 김정일 충성으로 생긴 피곤함을 전혀 보지 못하는 것이에요.” “...” “우리는 그들의 거울이 되고 싶어요. 우리와 꼭 같은 사람인데 보이지 않는 정신탄압 쇠사슬에 온몸이 묶여 몸부림치는 그들의 비참한 모습을 외면하면 후대들이 우리를 보고 뭐라고 할까요? 미국이든 북한이든 사람 사는 사회이고 그 속의 인간은 평등한 자유와 인권을 가진 소중한 생명들이지요.” 조금 흥분된 수잔이다. 때로는 논리정연하고 차분하게, 때로는 고조된 심정으로 열변을 토하는 그녀의 두 눈에서는 촉촉한 감정이 쏟아진다. 마치도 자기가 체험한 북한주민들의 생활인양 너무도 생동하게 연설하는 당돌한 그녀의 모습에서 작은 감동을 받는 김성민이다. 민족도 국적도 전혀 다른 외국인 앞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한민족의 평화와 김정일 정권에 짓밟힌 북한주민들의 인권개선을 위해 온 몸을 불태우는 수잔을 마음속 깊이 새겨두고 싶다.
- 끝 -
- 림 일 작가
신고 0명
게시물신고
|
글쓰기가 간단치 않음을 잘 알기에 하는 말입니다.
-
의견 드리는 바 하나는 - 삐라보고 누구에게 알리지 않는다는 뜻은
어패가 있습니다. 믿을 만한 식구나 친구에게는 꼭 말합니다.
누구에게 말하지 말라고 하면서 말합니다.
그것이 새소식을 아는 사람의 속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발 없는 말이 천리가지요.
-
전연에 갔을 때 만난 어떤 군인은 남한삐라를 본 얘기를
사민인 나에게도 - 맞는 것은 맞는 말이지요.라고 하더군요.
현실과 상상은 이렇게 다름을 유념하셨으면 합니다.
그 전파력을 막을 수 없어 대북풍선 한가지 사항을 놓고
100차례이상 항의 위협 테러를 자행하는 북한형태가 증명되지요.
- 림일작가님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2015-05-15 08:4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