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과 서울이 이렇게 다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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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고향인 평양에 살던 1995년 4월 어느 날. 직장인 대외건설기업소에서 작업과 학습(사상교육)을 마치고 퇴근길에 올라 궤도전차를 타고 중구역 외성동 제집 주변인 김책공업종합대학 앞에서 내렸습니다. 이색풍경이 펼쳐졌죠. 아파트주민들이 물걸레로 인도를 방청소 하듯 합니다. 보통 인민반청소로 새벽에 하는데 이것은 밤에 그것도 물걸레청소이니 좀 놀랐죠. 다수 주부인 그들의 표정을 자세히 보니 침통한 울상이었고 제가 의아한 눈빛으로 어느 여인에게 “저기 아주머니! 무슨 일이 있나요?” 하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녀가 “경애하는 김정일 장군님께서 어제 밤 이 거리를 차타고 지나가시다가 거리가 너무 어지럽다고 심려의 말씀하셨대요. 우리 시민들이 너무도 게을러서 경애하는 장군님께 심려를 끼쳐드렸다고 봐요” 합니다. 저는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만약 제가 “그게 어디서 나온 말인가요?” 혹은 “아니 승용차 안에서 인도가 어지러운 게 어떻게 보입니까?” 했다면 어찌 되었을까요? 내 말을 들은 다른 사람 누구든 나를 고발합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출세하고 안 그러면 내말을 들은 모든 사람이 처벌 받습니다. 그게 북한입니다.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과 남한사람들이 말하듯 평양의 거리는 깨끗합니다. 더욱이 외부 관광객이 찾는 특정지역에는 떨어진 껌을 다시 씹어도 괜찮을 정도로 깔끔하죠. 허나 아파트 뒷골목에는 악취가 진동하고 오물이 몇 달째 쌓여있는 형국이죠. 그때로부터 20년이 지나 서울에서 거리청소를 하였답니다. 제가 거주하는 지역의 여러 자원봉사단체와 함께 ‘깨끗한 도시, 우리의 거리’ 라는 캠페인으로 새봄맞이 대청소에 참가했죠. 밝은 얼굴로 “우리 OO구에서 유일하게 TV생방송에 나오는 작가님”이라며 저를 자랑하는 회원 대부분이 주부들입니다. 경쟁적으로 하는 자식자랑, 골치 아픈 자식들 출가생활, 젊었을 때 미처 몰랐던 달콤한 신중년(60세~75세)들의 연애담 등 우리의 일상에서 부대끼는 애환을 터놓으며 신나게 일하는 그들을 보니 미소가 지어집니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았지요,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거리가 어지럽습니다. 관할 지자체들에서 청소작업을 잘 하시죠” 했다면 어떤 현상이 생길까? 우선 해당 구청장들이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청소예산 좀 올려주십시오” 아니면 그러거나 말거나 하지 않을까. 또한 어떤 이들은 “그러는 대통령이 좀 두 팔 걷고 나서 보시지” 혹은 “뭐야? 대통령이 갑자기 뭐 잘못 드셨나?” 라고도 하지 않을까. 평양과 서울이 이렇게 다릅니다. 할일이 없어도 직장에서 사상학습을 해야 하고, 집에 먹을 밥이 없어도 수령의 심려를 덜어드린다며 강제 청소노동에 동원돼야 하며, 그에 대한 작은 의심만 품어도 쥐도 새도 모르게 처형되는 북한주민들의 생활모습은 동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이날 봉사활동을 마치고 회원들과 함께 먹은 아침식사 콩나물국밥(쌀밥에 5가지 반찬)은 북한의 일반주민들이 명절은 고사하고 생일날에도 못 먹는 진수성찬이랍니다. 그러니 눈물겨운 그들의 생활은 더 말할 필요가 없겠죠. 북한주민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통일입니다.
2015년 7월 15일 - 집필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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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detailpage&v=cOo-1z0tVU8
좋은 경험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