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못생겼지만

못생긴 여자가 여권(女權)운동하는 것을 보면
측은한 마음이 생긴다.
그 여자가 남자에 대해 적개심을 표시할 땐
더 측은한 마음이 생긴다.

못생긴 남자가 윤리, 도덕 부르짖으며
퇴폐문화 척결운동하는 것을 보면
측은한 마음이 생긴다.
그 남자가 성(性) 자체에 대해 적개심을 표시할 땐
더 측은한 마음이 생긴다.

못생긴 여자들과 못생긴 남자들을 한데 모아
자기네들끼리 남녀평등하고 도덕재무장하고
고상한 정신적 사랑만 하고 퇴폐문화 없애고
야한 여자 야한 남자에 대해 실컷 성토하게 하면

그것 참 가관일 거야
그것 참 재미있을 거야
그것 참 슬픈 풍경일 거야

마광수

난 솔직히 우파도 싫고 좌파도 싫어요
그냥 여성부나 없앴으면 좋겠어요
젊든 늙든간에 자유롭게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게

이 양반 진짜 물건 이였는데

허벅지를 보이면 잡아가던 시절 좀 과장해서
머리 길면 장발이면
암튼 짧은치마 미니스커트 입고 다닌다고 
경찰 아저씨가 아가씨 아가씨 불러세워 길이 재보고
위반하면 잡아가던 시절

지극히 퇴폐적이지만 지극히 솔직했던 사람
성적 본능을 무조건 부끄러워 하고 감추지만 말고
다시말해 문제가 있으면
솔직하게 드러내놓고 보완 하자했던 사람

암튼 꼴통 이였지만 언듯보면
하지만 나름대로 자기 주관과 원칙을
철저하게 지켰던 사람

세상을 바꾸는것은 생각이다
위선을 벗은 지혜가 필요하다
정직함
그리고 솔직함을 주장 했던 사람
 
대표작 즐거운 사라 경복궁

경복궁 구석구석에는 얼마나 많은 정액과 애액이 묻어 있을까
왕들의 음탕한 욕정은 산삼, 용봉탕, 살모사, 녹용,
 
그리고 자신의 머리속을 정확하게 표현한 시
위에
나도 못생겼지만
시 라기 보다는 그냥 독백

나도 못생겼지만
더 측은한 마음이 생긴다

그것 참 슬픈 풍경일 거야

마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