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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제비 출신 탈북 장애인
Korea, Republic of 장애극복 0 553 2018-03-02 21:32:09
그는 꽃제비였다. 제비가 따뜻한 곳을 찾아다니듯 북에서 먹을 것을 찾아 헤맸다. 그는 장애인이다. 밥값을 벌려고 몰래 탄 기차에서 떨어져 마취도 없이 다리를 절단했다. 이제 탈북민이라 불린다. "아빠를 만나게 해주겠다"는 낯선 브로커 손에 이끌려 열네 살 때 한국에 왔다. 너무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좌절을 겪으며 할 수 있는 건 견디는 일뿐이었다.

'죽어도 그만'이란 생각에 국경을 건넜다는 그가 곧 세계인이 지켜볼 무대에 선다. 평창 동계패럴림픽 아이스슬레지하키 국가대표 최광혁(31). 1일 경기도 부천 도당근린공원에서 만난 최 선수는 편안해 보였다. 꽃제비·탈북민·장애인이란 수식어를 '태극전사'로 바꿔냈다. 왼쪽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오른손엔 하키 채를 들었다. 이제 금메달을 목에 걸 차례다.

동네서 알아주던 ‘꽃제비’

최 선수는 1987년 함경북도 화성의 쓰러져가는 집에서 태어났다. 기다리고 있던 것은 찢어지는 가난과 그것이 부른 불화였다. 가족은 함께 살 수 없었다. 일곱 살 때 김일성이 죽었고 이듬해 ‘고난의 행군’ 식량난이 시작됐다. 부모는 이혼해 각자 탈북 길에 올랐다. 돌봐주던 외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난 아홉 살 때 구걸을 시작했다. 함께 동냥하던 여동생은 단속에 걸려 잡혀간 뒤 소식이 끊겼다. 정말 혼자가 됐다.

혈혈단신 꽃제비 생활에 이골이 난 몇 년 후 아이스크림 장사에 나섰다. 함북 청진역을 무대로 아이스크림 하나를 1원50전에 사다 기차에서 5원에 팔았다. 기차가 정차하면 그 틈에 몰래 올라타 객실을 돌았다. 꽤 쏠쏠했고 꿈도 생겼다. 이렇게 벌다보면 엄마 아빠를 찾고 동생도 만날 거라 믿었는데, 오래가지 못했다.

2000년 5월 기차에서 아이스크림을 팔다가 내릴 타이밍을 놓쳤다. 기차는 이미 속도를 한껏 높였고 그는 엉겁결에 뛰어내렸다. 왼발이 바퀴에 깔려 뭉개진 탓에 무릎 아래를 절단해야 했다. 최 선수는 “마취도 없이 수술을 받다 기절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왼쪽 다리가 없더라”고 했다. 다시 꽃제비 생활이 시작됐다. 방공호 같은 데서 지내며 너무 추울 땐 기름 찌꺼기를 구해 불을 피웠다. 그의 다리를 앗아간 기차 바퀴에 윤활유로 쓰는 거였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죽어도 그만, 살아도 그만이던 시절”이라고 말했다. 돈도, 가족도, 발목도 없는 그에겐 희망도 없었다. 그때 한 브로커가 접근해 “한국에서 아빠가 기다린다”고 했다. 당시 함경도에는 부모 없는 아이를 데려다 장기를 떼어내 판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래도 따라갔다. ‘죽어도 그만’이었다.

브로커와 함께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갔다. 중국에 머무는 2주 동안 ‘정말 아빠가 날 찾고 있나’ 희망을 품었다가 ‘그럴 리 없지’ 단념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2001년 8월 마침내 밟은 한국 땅에 정말 아버지가 있었다. 브로커는 먼저 중국을 거쳐 한국에 와 있던 아버지가 보낸 사람이었다. 그는 아버지에게 “얘가 함경도에선 ‘알아주는’ 꽃제비라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고 했다. 다리를 잃어가며 겪었던 고초가 역설적으로 가족을 찾아준 셈이었다.

최 선수가 최근 한 경기 시작 전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모습. 최광혁 선수 제공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909970&code=11110000&cp=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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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나야 ip1 2018-03-04 10:01:55
    꼭 응원할게요
    참 대단하고 존경 스러워요.
    탈북자들 때문에 시끄러운 그 와중에도 보석같은 사람이 있었굿요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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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 ip2 2018-03-05 08:21:20
    과대 포장하지말아요. 이미 노예가 되어버린 백성들에게는 너나 없이 거쳐야할 평범한 일상이에요.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에까지 마취없이 수술을 강요하는데 꽃제비를 병원에서 치료해준 것만해도 감사하다고 생각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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