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접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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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고정 접견자
북한에서 접견자라고 하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을 직접 만난 사람들을 말한다. 여기 대한민국에서야 나라 최고 집권자가 누구를 만나든 별 볼일 없지만 북한에서는 아니다. 명색이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고 하면서도 거기서는 이 접견이라는 것만 한 번 잘 받으면 사람이 운명이 완전히 달라진다. 출신성분에 문제가 있어서 출세 길이 막힌 사람, 능력이 부족하여 출세 길이 막힌 사람, 심지어 죄를 지어 감옥에 갔다 온 사람까지 이 접견이라는 것을 한 번 잘 받으면 단번에 팔자가 쭉 펴일 수 있다. 그 위대하다는 아무개와 친애하다는 아무개는 하늘이 낸 인물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도 그들과 만나면 모두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하다 보니 이 접견이라는 것을 한번 받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낙타 바늘구멍 들어가기만큼 쉽지 않다. 그런데 여기에 평생 한 번만 잘 받아도 출세 길이 확 열리는 그 위대한 접견을 두 번, 세 번, 아니 고정적으로 받은 자들이 있으니 이들은 도대체 어떤 급 간부에 올려놓으면 합당하단 말인가.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일이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북한에는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라는 것이 시작되었다. 입만 열면 침이 마르게 “지상낙원”이 어떻고 “천지개벽”이 어떻고 하던 나라에 갑자기 “지상 지옥”으로 된 것이다. 북한 전역 가는 곳마다에는 굶어죽는 사람이 시체가 산을 이루었다. 당연히 그 바람은 점차 군대에까지 불어 닥치었다. 그러다 보니 영양실조 환자들이 너무 많아 그들을 한데 모아놓았는데 그냥 뭐라 부르기는 뭣하던 모양이다. 간략하여 “영실중대”라 불렀다. 처음에는 군단, 사단에 한 개씩 생기더니 나중에는 연대에 하나씩 생기기 시작했다. 일이 이쯤 되고 보니 그래도 명색이 최고 사령관이라는 김정일이 뭔가 대책을 내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군대 복무라고는 어렸을 때 평양 뒤 장자산에 올라가 아이들 하고 “전투놀이”한 것이 경력 전부인 사람이 하루아침에 최고 사령관까지 되고 보니 뭘 아는 게 있어야지. 그래도 어느 날 갑자기 최고 사령관 명령 “00 몇 호”로라는 것이 떨어졌다. 전 인민군 적으로 염소 기르기를 잘하여 “영실 중대”를 퇴치라라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최고 사령관 명령 공공 몇 호라고 하니 어디서 무슨 사변이 일어난 줄 알았는데 이건 어이없게도 염소 기르기를 잘하라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누구의 명령이라고 왈가왈부한단 말인가. 갑자기 북한 전역에서 군대들이 “염소 거두어들이기 운동”을 시작했다. 해방직후 북한에 진주한 소련 군대가 그랬다고 했던가. 여자라고 하면 절구통에 치마만 씌워놓아도 “하라쇼, 하라쇼”하고 한다, 그래서 “하라쇼” 라는 말이 사실은 러시야 말로 좋다는 말인데 어떤 지방에서는 늙은이들이 여자라는 말로 잘 못 알게 되기까지 하였다. “챠 이것 참 우리 집 ‘하라쇼’들은 다 어디로 간 거야? 비가 오겠는데 빨래 걷어 들일 생각을 하지 않고” “참 아무개네 집 ‘하라쇼’ 인물도 훤칠하지만 일도 잘하고 마음씨도 곱고 정말 복덩어리더라니까.” 하지만 그때 그 소련 군대들은 여자들이나 따라다녔다지만 북한의 그 위대한 김정일 장군의 군대는 염소들을 쫓아다니며 잡아들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갑자기 무슨 염소가 그리 많아 그 많은 인민군대 영실중대를 퇴치한단 말인가. 결국 군부대 사령관이라는 자들은 할당된 염소 마리 수를 채울 수 없게 되자 헛풍 보고를 하기 시작하였다. 즉 할당 된 염소 마리 수의 삼분의 일도 채우지 못하고 다 했노라 거짓말 보고들을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그 게 또 새로운 화를 불러 올 줄이야 누가 알았으랴. 이 온전치 못한 최고 사령관 김정일이란 자는 지은 죄가 있으니 혹시 어디서 반란이라도 일어날까 두려웠던 모양이다. 엉덩이에 종기난 사람처럼 도대체 앉아있을 줄 모르고 계속 여기저기 군부대 시찰만 쏘다니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워낙 군사에는 판무식쟁이인 그가 군부대에 나간들 할 일이 무엇이 있었겠는가. 기껏 군부대 예술 소조공연이나 구경하고 부업기지나 돌아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이 때문에 생 가슴앓이를 하는 자들이 생기었다. 군부대 사령관이라는 자들이다. 이미 모조리 퇴치했다고 보고한 영양 실조자 졸병들 때문도 아니다. 그것들은 급한 대로 김정일이 온다하면 집에 영양보충 휴가를 보내든가 아니면 모조리 어느 궁벽한 산골에 임시 막사를 지어놓고 가두어 놓으면 된다. 또 그 최고 사령관이라는 자에게 부대 예술 소조공연을 구경시키는 것도 문제 아니다. 그건 부대 여군들과 장교 여편네들 중에서 예쁜 것들로 골라 아양도 부리게 하고 노래 춤 비슷한 것을 너펄거리게 하면 된다. 문제는 염소다. 그 망할 놈의 최고 사령관이 오면 부업기지는 무조건 본다는데 갑자기 부족 되는 염소 마리 수는 무슨 수로 채운다는 말인가.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그 유명한 “돌려 맞추기 작전”이었다. 즉 최고 사령관이란 작자가 이 부대에 나온다하면 저 부대에서 염소를 빌려다 마리수를 채우고 또 저 부대에 나간다 하면 이쪽 부대에서 빌려다 저쪽을 채우고 말 그대로 돌려 맞추기 작전을 벌리는 것이다. 참으로 기막힌 임기응변이라 아니 할 수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되어 그 사람은 가는 곳마다에서 충성스러운 군부대 사령관들 모습에 감동하니 좋고 또 사령관들은 그들대로 급한 고비를 넘길 수 있으니 좋았다. 이런 걸 보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라고 하지 않았던가. 결국 그렇게 되니 아무것도 모르는 염소들만 최고 사령관 김정일 동지의 고정 접견자가 된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한 번만 만나도 운명이 확 달라진다는 그 영광스러운 접견을 말이다. 참으로 영광이면 영광, 행복이면 행복 이보다 더 큰 정치적 신임과 배려가 또 어디 있으랴. 그런데 문제는 그 염소들에 대한 뒤처리문제다. 그렇듯 넘쳐나는 정치적 신임, 크나 큰 배려를 받아 안은 염소들인데 이들은 도대체 어느 쯤 한 간부로 등용해야 옳단 말인가. 아무튼 그것도 나라라고 하면 이상한 나라인 것만은 틀림없다. 최고 지도자라 하는 사람은 아랫사람들의 거짓 충성심에 느긋한 미소를 짓고 또 각 군부대 사령관이라는 자들은 그들대로 모자라는 최고지도자에 만족의 기쁨은 느낀다. 결국 죽어나는 것은 인민들뿐인데 그래도 신문, 방송들에서는 인민대중 중심의 사회라고 목이 터지게 불어댄다. 한마디로 말해서 김정일이 내 놓았다는 온 사회의 김일성주의화는 결국 온 사회의 아큐화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즉 중국 작가 로신의 쓴 단편소설“아큐정전”에 나오는 아큐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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