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亡子)는 침묵 할 수 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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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亡子)는 침묵 할 수 밖에 안호원 기자, egis0191@hanmail.net 얼마 전 고(故)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이 고인과 유족의 인격권과 명예를 침해하고 있다며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더욱 유명해진 ‘그때 그 사람들’과 ‘실미도’ ‘공공의 적’을 한꺼번에 볼 기회가 있었다. 모두가 한결같이 피범벅이 되어 싸우는 것을 보았다. 때론 주인공이 되어 울분을 토하기도 하고 때론 관객으로 돌아와 여린 가슴을 축축하게 적시기도 했다. 그러면서 느낀 것은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 이라며 예술성을 따지는 영화 단체들의 주장이 오히려 권력 앞에서 발 빠른 상업성을 보인 것 같은 생각에 착잡한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들은 사실과 다른 코믹성 성격을 띤 영화로 보아줄 것을 강조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자칫 그 모든 것을 사실로 받아드릴 수도 있는 위험에 소지가 있다. 한 예로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한 청년이 ‘오늘 모르는 것을 많이 알게 됐다’ 고 동행하는 아가씨에게 말을 하는 것을 듣고 필자가 주책없이 “사실은 그게 아니네요. 단지 재미로 만든 영화에 불과해요. 잘못 안거요” 라고 말을 했다. 바로 이런 점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물론 제작자들이 철저한 고증을 거쳤다고는 하나 그 과정이 너무 심하게 왜곡되고 비하시킨 것만 같아 속이 상하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과거를 모르는 요즘 젊은이들은 그 장면들을 제작자들의 의도와는 달리 실제처럼 연상하며 잘 못 판단하는 우(愚)를 범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흥미위주의 영화라고 하지만 군(軍)과 안기부와 총리, 국정위원들을 너무 코믹하게 처리 하는 등 고인이 된 민 대령, 의전과장과 유가족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느낌을 곳곳에서 받으며 군이나 안기부에서 침묵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더구나 종영 직전 여자 탈렌트의 칼칼한 목소리로 “김 부장이 장군감이라고 하던 민대령은 만세를 부르며 형장에 이슬로 사라졌다” 라며 고인들을 경멸하는 듯한 맨트를 들을 땐 배역을 맡은 그 여자 탈렌트까지 미워지고 침을 뱉고 싶은 심정이들 정도였다. 물론 ‘망자’ 는 말이 없다. 또 내가 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뭐라 말 할 수는 없겠지만 관객들의 흥미를 돋구기 위해 실존의 인물 그리고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갖고 정권이 바뀌었다고 그렇게 비하 시킬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안타깝게도 인간 박정희의 소탈하고 서민적인 면모가 유신 체제 출범이후 많은 변화를 가져오는 등 지금에 와서는 독재자로 불리지만 내가 아는 그는 70년대 까지도 낡은 지갑에 검소한 식 생활로 매우 다정다감하고 소박한 성격의 소유자로서 고속도로와 새마을 운동 등을 전개하며 이 나라를 경제부국으로 이끄는 계기를 마련 한 정치 지도자였다. 오죽하면 당시 박대통령을 맹렬히 비난하던 기자들이 박정희 장학생으로 변신하고 꼬집기 좋아하는 청와대 출입기자가 그의 펜이 되었을 정도로 소박했던 분이다. 또 당시 국가 재건은 상당수의 지식인과 언론인 사이에 광범위한 설득력을 갖고 있을 정도로 그의 정치능력을 발휘했다. 아울러 전두환 정권 때와 마찬가지로 정계와 관계된 자들을 제외 한 다수의 서민들로서는 오히려 그 시절을 더 편하게 살았던 것으로 기억 되어진다. 그런 분이 였기에 병원에 실려 갔을 때도 헤지고 낡은 옷 때문에 검시관조차 그가 대통령인지 몰랐다고 진술했겠는가. 또 10. 26 당시 가슴을 관통당해 피를 흘리면서도 자신은 괜찮다며 부하들에게 피하라고 하면서 해탈한 듯 담담하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드린 정치 지도자이기도 했다. 1971년 실미도 사건을 주제로 한 ‘실미도’ 역시 주인공을 빨갱이로 클로즈읍 시켜 연좌제로 몰아 젊은 층의 군중심리를 이용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공공의 적’ 역시 이 사회 구석구석에 있는 것 보다 여의도에 더 몰려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이런 착각이 필자 혼자만의 기우기를 바란다. 특히나 시청률 20%가 넘으면 조기 종영 하지 않겠다던 MBC ‘영웅시대’ 가 박정희 과거사 들춰내기를 하는 시점에서 70회를 마지막으로 종영된다고 한다. 당초 ‘영웅시대’는 100회분으로 제작되었으나 과도한 제작비, 광고 부족, 외압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꾸준하게 방영되어왔으나 결국 중도하차 하게 됐는데 “실체가 없으니 뭐라 얘기하기가 난감하지만 영웅시대가 때를 잘못 만난 것 같다”는 한 관계자의 말이 씁쓸한 뒷맛의 여운을 길게 남긴다. 아무튼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는 옛 속담처럼 사람들에게 왜곡 되어져서는 안 된다. 막고 가리면 가릴수록 더 알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마찬가지로 들춰내고 버릴 수 록 중년이후의 세대들에겐 마지막 떠나는 아내가 안치된 차량의 뒤쪽에서 복받치는 울음을 참으며 입술을 깨물고 있던 인간 박정희에 대한 연민의 정(情), 그런 향수가 되 살아 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 같다. 2005-02-21 오후 1:59:06 © 1998 NewsTown www.NewsTow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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