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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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의 아주 특별한 주문 "'자살' 열번 외치시오!" 창원지법 문형배 부장판사 "자살 계속 외치면 살자로 들린다" 자살 시도 피고인 교화 "자살자살자살자살..." 7일 오전 창원지방법원 315호 법정. 자살하기 위해 여관방에 불을 질렀다가 붙잡혀 법정에 서게 된 피고인에게 갑자기 재판장이 "자살, 자살, 자살"을 열 번만 연이어 붙여서 외쳐보라는 주문을 내렸다. 법정에 있던 피고인과 방청객들이 재판장의 뜬금없는 말에 모두 의아스럽다는 표정을 짓는 순간, 재판장은 재차 외쳐 볼 것을 권했고, 피고인이 '자살'을 반복하자, 재판장은 그제서야 "피고가 외친 '자살'이 우리에겐 '살자'로 들린다"며 운을 뗐고, 궁금증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재판장은 이어,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죽으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엄하게 꾸짖으면서도, "'자살'이 '살자'가 되는 것처럼, 때로는 죽으려고 하는 이유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며 삶의 이유를 찾으라고 권했다. 재판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피고인에게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 라는 제목의 책을 선물했다. 그런 뒤, "그 책을 읽어 보고 난 뒤에나 죽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고 말했다.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의미를 되돌아 볼 수 있게, 살면서 놓치기 쉽지만 소중한 일상의 작은 것들에 대한 책이었다. 아마도 그 책을 통해서라도 자신이 더 살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찾아보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보통의 법정에서는 아주 생소한 광경이지만, 사실 창원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문형배 부장판사)의 재판에서는 가끔은 있는 일이다. 문형배 부장 판사는 지난 2005년부터 피고인들에게 곧잘 책을 주고, 읽어볼 것을 권하는 '책을 선물해 주는 판사'로 유명하다. '범죄는 엄단보다 예방과 치유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 부장 판사의 생각이 재판에서도 드러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피고인도 카드빚 3천만원을 갚지 못하고 있는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여관방에 불을 질렀다가 미수에 그치면서 붙잡혔다. 재판부는 '범행은 위험한 것이었지만, 여인숙 주인과 원만히 합의한 점' 등을 들어 피고인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이와 함께, 보호감찰 2년과 40시간의 알콜중독 치료강의 수강을 명령을 내렸다. 법은 범죄를 저지른 범법자에게 한없이 냉철하지만, 한편으로 법 보다 중요한, 삶에 대한 희망을 안겨 주기 위해 애쓰는 법정의 모습도 인간미있고, 의미있어 보였다. 경남CBS 이상현 기자 hirosh@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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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판사님
생활에 비관하는 모든 대한민국 사람들을 옳은길로 이끄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