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를 계승했다는 북한이 어쩌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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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를 계승했다는 북한이 어쩌다가 [북한의 정통성 주장] 만주 땅을 보고 한 번쯤 가슴을 쳐 보지 않은 한국인이 있을까. 저 땅이 우리 것이라면! 단재 신채호님이 울분을 토한 이후로 한국인은 잃어 버린 고향에 대해 더한층 진한 향수를 갖게 되었다. 북한이 바로 단재의 가르침을 그대로 이어 받았다고 한다. 북한의 정통성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고구려, 발해, 고려, 조선을 이어 받은 국가가 북한이라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가슴이 울렁거리지 않을 대한 건아가 있겠는가. 더군다나 북한은 친일파를 발본색원했다고 했다. 해방 후 일본인을 쫓아 버리되 그냥 쫓아 버리지 않고 몽둥이질하거나 뺨을 후려치거나 하다못해 알밤이라도 한 대 쥐어박거나 눈이라도 한 번 흘겼다는 것이다. 얼마나 시원한가! 얼마나 가슴속이 후련한가! 찌는 듯한 더위에 허덕이다가 난데없이 불어온 시원한 바람에 실려 온 한 줄기 소낙비를 맞은 것 같지 않은가. 남한의 친일파 부활과 반민특위의 유산(abortion)을 생각하면 더욱 더 신이 나지 않은가! [북한의 현실] 그런데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희한한 일이 발생했다. 북한은 사상 유례 없는 독재 국가요, 이 지구상에 둘도 없는 인권 침해 국가라는 것이다. 더욱이 일본인도 아닌 배달의 아들딸을 때려 죽이고 총 쏘아 죽이고 굶어 죽인다고 한다. 일 년에 무려 백만여 명씩 총 3백만여 명을 굶어 죽였다는 소문도 있다. 하물며 영양실조 걸린 사람은 얼마나 많을까. 난쟁이 국가가 되어 남자 군인의 키가 평균 162cm밖에 안 된단다. 군화는 평균 250mm라고 한다. 이 지구상에서 청년들이 아버지 세대보다 키가 작은 유일한 나라라고 한다. 두만강에는 탈출하다가 죽은 시체가 둥둥 떠다닌다. 이것을 한국의 TV에서 직접 찍어서 전국에 수십 번 방영했다. 한창 재롱을 떨고 장난치며 뛰어 놀 아이들마저 학교도 못 가고 꽃제비가 되어 만주 벌판에서 도둑고양이처럼 살고 있는 것도 한국 TV에서 다 보여 주었다. 어쩌다가, 도대체 어쩌다가 이런 일이 발생했단 말인가! 대제국 고구려를 계승했다는 북한이 도대체 어쩌다가 저리 됐단 말인가! 조그마한 신라를 계승했다는 남한도 이렇게 떵떵거리며 사는데 말이다. 세계 12위 경제 강국이요, 아시아 2위 민주 국가가 되어서 잘 살고 있는데 말이다. 어떤 일이든 어느 날 갑자기 도깨비처럼 불쑥 솟아나지는 않는 법이다. 어떤 결과든 원인이 있고 어떤 현상이든 그 속에는 본질이 숨어 있는 법이다. 지금 북한이 주장하는 것처럼 모든 것을 남 탓으로 돌리면, 미제국주의자와 남조선 괴뢰 도당에게 덮어씌우면 원인이 밝혀지는 게 아니다. 소련과 동구의 붕괴에 아쉬움을 표한다고 본질이 가려지는 게 아니다. [참담했던 한국의 과거 모습] 한국은 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세금 거둘 형편이 못되어 1년 예산의 반 이상을 미국 원조로 메웠던 나라였다. 일제는 90% 이상의 산업 시설과 발전소를 북쪽에 건설했었다. 한국에는 기껏 일제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를 강제 노역시켜서 만든 철도가 하나 달랑 남았을 뿐이었다. 기술자도 없었고 과학자도 없었다. 경제학자도 없었다. 북한처럼 지하자원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구경이라도 한 번 하고 죽으려 해도 돈은 더더구나 없었다. 오직 넘치는 것은 보리밥이라도 한 그릇 배불리 먹었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입, 입, 입뿐이었다. 먹을 것도 없는데 사람만 득실득실했을 뿐이었다. 그나마 북한의 남침으로, 후삼국 이래 처음으로 무려 1천 년 만에 동족끼리 전쟁을 하느라고 공장이라고 몇 개 세운 것도 다 날아갔었다. 이보다 더한 악조건이 어디 있었나. 눈을 씻고 봐도 지구 어디에도 이렇게 절망밖에 없는 나라는 없었다. 오죽 했으면 미국인들이 이렇게까지 한국을 비하했을까. ---먼지의 나라(the country of dust) ---똥의 나라(the country of dung) ---거지의 나라(the country of beggars) 오죽 했으면 김포공항과 인천 연안 부두와 부산 부두에는 침으로, 한국을 떠나는 이들이 너도나도 뱉은 침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얼룩졌을까. 그들이 왜 그렇게 조국을 저주하면서 떠났을까. 간악한 일제로부터 해방된 조국을 떠나면서 그렇게 악에 받친 저주를 퍼부었을까. 왜 일제시대에도 안 하던 그런 파렴치한 짓을 했을까. [대한민국의 성취] 이런 악조건에서도 한국은 불사조처럼 일어났다. 산업화와 민주화모두 선진국 문턱까지 끌어올렸다. 둘 다 문제가 없지 않지만, 그것은 그만큼 할 일이 남았다는 말이므로 오히려 우리나라를 역동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세상만사가 귀찮은 선진국과 달리 욕할 게 많고 저주할 게 많고 고칠 게 많고 새로 만들 게 많다는 것은 그만큼 또 다른 성취를 자극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한강의 기적은 한국인이 잘 난 덕분] 한국이 이런 기적을 이룬 것은 99% 한국인이 잘 나서 그런 거다. 국민도 잘 났고 위정자도 잘 나서 된 거다. 자꾸만 선진국 들먹이지 말아야 한다. 그네들은 총과 대포로 무장해서 힘없고 가난한 나라를 착취해서 그 돈으로 오늘의 부와 오늘의 민주주의를 이룩한 나라들이다. 그들 중에는 우리처럼 오로지 홀로 일어선 나라가 없다. 아귀같이 먹을 것만 탐하는 인간밖에 없던 상황에서 스스로 일어선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왜 자기가 이룬 성취를 스스로 업신여기는가. 자랑스럽게 생각하자. 국민만 잘 났다고 되는 게 아니다. 위정자가 시원찮으면 절대 국민만으로 되지 않는다. 같은 민족인데도 북한이 저렇게 못 살고 저렇게 국민이 온갖 감시로 시달리고 있지 않은가. 비록 남한의 위정자가 문제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제 잇속만 챙기고 권력만 탐했다면, 절대 이런 기적은 일어날 수 없었다. 아무리 에누리해서 봐도 북한의 위정자보다는 월등하지 않았으면 절대 오늘의 대한민국은 있을 수 없다. [일본의 망언 영원히 잠재우는 방법] 일본놈들이 이따금 망언을 늘어놓는 걸 다시는 그런 말이 나오지 않게 왜 논리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가. 그것은 우리가 우리의 성취를 우습게 여기기 때문에 그런 거다. --일본의 35년 조선 통치는 한국의 근대화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이러면 우리나라 석학들은 실학자부터 끌어들여 장황하게 내재적 발전 요소를 늘어놓는다. 거기에 귀 기울이는 일본인은 한 명도 없다. 한 마디로 웃긴다는 뜻이다. 나라면 이렇게 말하겠다. 첫째, 너희가 세운 공장이 어디 있었느냐. 너희가 세운 발전소가 어디 있었는가. 그게 삼팔선 이남에 있었는가. 한국에 있었다면 어디에 있었는가. 지금 한국에 있는 공장 중 너희가 만든 게 어디 있는가. 단 한 개라도 있는가. 90%가 북한에 있었지 않느냐? 그런데 왜 북한은 저리 못 살고 한국의 음식 쓰레기만 해도 북한 주민 천만 명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흥청망청하는가. 너희들 이론대로라면 북한이 우리보다 아홉 배는 잘 살아야 하지 않은가? 왜 거꾸로 열 배, 스무 배도 더 못 사는가. 둘째, 그래도 근대화에 공을 세웠다고 이불 속에서 중얼거리고 싶다면, 좋다. 너네 나라가 딱 35년간만 우리 식민지가 되어 다오. 정보화 다 시켜 주고 금융 개혁 다 해주고 바이오 산업도 다 일으켜 줄 테니까. 너희들은 그 사이 꾹 참고 개돼지 같은 생활을 한 번 해 봐라. 단 너희에게 교육은 없다. 소학교만 보내 주겠다. 그것도 10%만 보내 주겠다. 그 외 모든 학교와 대학은 당장 폐쇄하겠다. 백의 한 명 정도 전문대는 보내 주겠다. 한국 전문대에 유학 알선해 주겠다. 정부와 회사에서 심부름꾼 자리나 최하급 자리 외에는 꿈도 꾸지 마라. 윗자리는 모두 한국인 차지다. 쪽발이는 자격이 없다. 왜? 짐승이니까. 개돼지나 다름없으니까. 언감생심 독립 운동하면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모조리 잡아다 뜨거운 맛을 보여 줄 거다. [모든 것은 자기 할 탓] 그렇다. 우리가 잘 사는 것은99% 우리가 잘 나서 그리된 것이다. 이만큼이나마 민주화한 것도 99% 우리가 잘 나서 그런 거다. 우리가 아직 선진국 문턱에서 허덕이는 것도 다 우리가 못나서 그런 거다. 말만 민주화지 정치인들이 저 모양 저 꼴인 것도 다 우리가 못 나서 그런 거다. 잘난 건 자랑하고 못난 건 고치면 된다. 마찬가지 이유로 북한이 못 살고 국민들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인권 침해를 동족에게 당하면서 사는 것은 북한이 못 나서 그런 거다. 절대 남의 탓이 아니다. [무엇이 잘못 되었을까] 고구려가 잘못되었나. 마르크스가 잘못 되었나. 김일성이 잘못 되었나. 고구려의 이상주의와 신라의 현실주의가 맞붙어 신라가 승리했듯이 북한의 이상주의와 한국의 현실주의가 맞붙어 한국이 승리했는가. 고구려의 어떤 것을 잘못 계승했길래 북한이 저렇게 비참해졌을까. 한 때 세계 최대의 제국을 자랑하던 고구려를 계승했다면 어찌 저렇게 궁상맞게 살 수가 있겠는가. --광개토대왕 시(재위 391~413) 중국은 분열되어 고구려만한 나라가 없었다. 고구려 서쪽으로 돌궐이 있었지만, 그들은 군사력만 강했지 약탈 경제에 의존하는 국가로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니었다. 인도에는 이 당시 굽타 왕조가 들어섰지만, 인도 북부를 대충 차지했을 따름이다. 서양은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으로 야만의 냄새가 천지에 가득했다. 그나마 서양 역사상 최대의 제국이었던 로마도 게르만족에게 시달리기 시작한데다가 395년 동서 두 나라로 갈라지면서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만약 북한이 고구려를 계승했다면 망할 무렵의 고구려를 계승했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망한 고구려도 이내 발해로 계승되지 않았는가. '해동 성국'으로 주변국의 부러움을 샀지 않은가. 분명 북한은 발해도 계승했다고 하니까 그도 아닐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북한은 고구려의 무엇을 계승했다는 말인가? 제도? 관습? 정신? 땅? 땅? 백두산도 중국에 반을 뚝 떼어주고 우리 조상이 피땀 흘려 옥토로 일군 간도에 대해서 단 한 마디도 못한 주제에 땅은 무슨 땅? 거짓이다. 북한이 고구려를 계승했다는 것은 말짱 거짓말이다. 북한 주민과 한국의 지식인들을 속이기 위한 술책이다. 정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고도의 기만 정책이다. [고구려의 특징 1, 개방성] 만약 고구려를 계승했다면 최소한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사항이 북한에 존재해야 한다. 첫째, 개방성이다. 고구려는 부여, 예맥, 말갈, 거란은 직접 지배하고 신라, 백제는 간접 지배해서 조공을 받던 대제국으로서(광개토대왕의 정식명은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인데, 여기서 태왕은 중국말로 하면 황제에 해당한다) 언어만 해도 최소한 다섯 개가 넘는 나라였다. 이런 제국을 다스리기 위해 아주 개방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민족들을 한 품안에 안았던 것은 매우 개방적이었다는 말이다. 그들의 문화와 종교를 존중하고 간섭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통치가 불가능했다. 그리하여 세계 최대 최강 제국 수당과 싸울 때 고구려는 제국 안의 말갈, 예맥 등으로부터 언제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건 모든 세계 제국의 공통점이다. 이런 개방성을 잃는 순간 제국은 겉보기에는 강해 보였지만, 급속히 붕괴되어 버렸다. 사통오달 도로 위로 말과 마차를 달렸던 나라가 고구려이다. 실크 로드에서도 고구려 사람이 나오는 그림이 발견된다는 것은 고구려가 상업에도 매우 적극적이었다는 걸 보여 준다. 교통 발달과 상업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개방성의 상징이다. 개방적인 나라는 교통과 상업이 발달할 수밖에 없고 폐쇄적인 나라는 교통과 상업이 발달할 수가 없다. 다른 인종과 문화와 생산물은 교통과 상업이 발달하지 않고는 받아들일 수 없고 교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개방적인 나라인가? 교통이 발달했는가? 상업이 발달했는가? 일제가 건설한 철도 외에는 도로랄 게 거의 없고 그나마 90%가 비포장이다. 기차가 3시간, 4시간 연착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하루 이틀 연착하기도 한다. 평양에서 청진 가려면 일주일도 좋고 이 주일도 좋다. 기차엔 유리창도 없다. 굴속으로 기차가 들어갈 때는 일제히 자기 보따리를 끌어안는다. 기차 안에 전등이 없어서 어느 놈이 채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유리창이 없는 창문으로 시원하게 소변을 보고 남녀 가릴 것 없이 열차의 연결 부위에서 대변을 본다. 북한은 전 지구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다. 통행증이 없으면 자기 나라 안이라도 돌아다닐 수가 없다. 삼사 년 전부터 먹을 것 구하러 다니느라고 사람들이 눈을 벌겋게 해서 방방곡곡을 목숨을 걸고 마구 걸어 다니기 때문에 사회 안전원이 손을 못 대고 있어서 요새는 조금 완화된 듯하지만, 그가 먹을 것 좀 뺏을 마음이 있으면 언제든지 통행증을 요구한다. 자연 발생적으로 장마당이란 게최근에 생겨났지만, 원칙적으로 불법이어서 장사하다가 언제 박살이 날지 모른다. 북한에는 도대체 상점에 가도 물건이 없다. 상업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업보다는 공업이, 공업보다는 상업이 개방적이게 마련이다. 그런데 북한은 상업은 다른 공산권처럼 원래부터 없었고 (정확히 말하면 모든 농토가 100% 협동조합으로 바뀌는 1958년에 개인이 일부 운영하던 상업도 100% 판매 협동조합으로 바뀜) 그나마 한 때 남한보다 훨씬 발달했던 공업도 군수공업 외에는 거의 없어지고 생산이 턱없이 모자라는 농업밖에 없다. 한층 더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나라가 어찌 고구려를 계승했다는 말인가? 국경을 전혀 개방하지 않은 나라는 이 지구상에 북한밖에 없다. 자랑할 게 있으면 안방의 장롱까지 다 보여 주지 못해 안달인 한민족이 왜 그렇게 국경의 문을 꼭꼭 걸어 잠글까. 보여 줄 게 전혀 없기 때문이다. 감시원이 붙지 않고는 보여 줄 게 전혀 없기 때문이다. 보여 주는 순간 바보도 북한은 지옥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즉시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절대 이산가족이 친척집을 직접 방문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거짓말 공화국임이 한 순간에 다 드러나기 때문이다. 북한이 굳이 계승한 나라라면 조선, 그것도 후기 조선을 계승했다. 교통과 상업이 거의 발달하지 않아 고향에서 죽으나 사나 자급자족하던 조선과 닮았을 따름이다. 말만 거창하게 자립 경제다. 그건 폐쇄 경제일 뿐이다. 자폭 경제일 뿐이다. [고구려의 특징 2, 다양성] 둘째, 다양성이다. 개방성은 필연적으로 다양성을 가져온다. 다른 인종, 다른 관습, 다른 체제, 다른 종교, 다른 산물에 개방적이라는 말은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말이다. 고구려는 다양성의 나라였다. 거기는 별의별 것이 다 있었다. 종교도 불교만 있었던 게 아니다. 소수림왕이 372년에 불교를 공인했지만, 유교도 가르쳤고 도교도 배척하지 않았다. 역대 어느 왕도 한 종교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산업도 마찬가지다. 농업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이미 언급했듯이 상업이 고도로 발달했다. 가내 수공업도 놀랄 정도로 발달했다. 요동 지방을 중심으로 생산된 철은 거의 오늘날의 강철 수준이었다. 고구려의 강함은 바로 여기서 시작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신라가 가야를 아우르면서 강한 철을 갖게 되어 삼국 통일의 기틀을 닦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오늘날로 말하면 고구려의 강철은 최첨단 무기였다. 그 찬란한 과학기술은 발해로, 요로, 금으로, 후금 곧 청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고구려를 계승하여 만주에서 일어난 국가들이 영토가 수십 배 크고 인구가 수백 배 많은 중원을 무인지경처럼 휘젓고 다닐 수 있었던 것이다. 고구려에는 온갖 귀한 물건이 다 있었다. 유목도 했다. 사냥도 매우 주요한 산업이자 오락이었다. 고구려는 이렇게 다양한 사회였다. 북한은 어떤가. 마르크스-레닌 이 계보를 이어 받지 않으면 인간 행세를 못한다. 마침내 주체사상이 나왔다. 그것은 아무리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 봤자 김일성주의다. 현실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황장엽이 아무리 인간을 위한 철학이라고 강변해도 원래의 뜻이 변질되었다 해도 다 헛소리다. 그것은 결국 수령론으로 수렴되는 김일성주의다. 김일성주의가 아니라고 해도 좋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사상이라고 해도 좋다. 왜 그것이 유일한 진리가 되어야 하는가. 정말 자신 있다면 다른 사상도 받아들여서 당당히 맞서 이겨야 하지 않겠는가. 다양성과 가장 거리가 먼 나라가 북한이다. 이런 나라가 어찌 문화가 다양하기 짝이 없었던 고구려를 계승했다는 건가. 획일성의 대표주자가 어찌 다양성의 나라를 계승했다는 말인가. 어디서 많이 보았지 않은가. 조선시대다. 성리학이다. 조선시대 유학자에게는 성리학만 진리였다. 다른 건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정말 성리학이 너무너무 좋아서 그랬을까? 천만에 그것은 겉으로 내세운 것이고 속셈은 권력을 잡고 토지를 차지하는 것이었다. 민주화의 속셈이 돈과 권력과 명예인 오늘날의 한국 정치와도 똑같은 것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주체사상은 돈과 권력과 명예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조선의 양반이 성리학을 놓는 순간 모든 것을 잃어 버렸듯이 북한의 당원도 주체사상을 놓는 순간 바로 강제 수용소행이다. 성리학이나 주체사상이나 상업과 공업을 무시하고 농업에나 매달리는 것도 어찌 그리 닮았는지 모르겠다. 농업에만 목을 매면서도 굶어 죽는 것도 쏙 빼 닮았고. 주체사상이 나오기 전만 해도 공업은 그런 대로 있었는데, 주체사상이 나오면서 기술도 주체적으로 한번 멋지게 한민족의 우수성을 드러내 보겠다더니, 농업도 주체 농법으로 기가 막히게 잘해 보겠다더니, 공장은 다 문을 닫고 피죽도 못 끓여 먹는 저리 비참한 농업 국가가 되어 버렸다. 사상이 오직 하나로 획일화되면서 다양성이 없어지면서 이런 비극이 발생한 것이다. 북한은 조선을 계승했을 뿐이다. 거기다 천황을 신으로 받들어 모시던 대일본제국도 기가 막히게 잘 계승했다. 북한의 친일파 청산? 정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배꼽을 잡고 웃을 일이다. [고구려의 특징 3, 위민 사상] 셋째, 위민 사상이다. 고구려의 위정자는 언제나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와 떡을 주었다. 고구려 벽화를 보라. 그들의 삶이 얼마나 호쾌하고 풍요로운가. 거기 나오는 서민들도 궁상맞은 표정이 전혀 없다. 여자들의 머리 모양만 해도 얼마나 다양한가. 여자까지도 언제나 기를 펴고 살았지 기가 죽어 눈치나 살금살금 보고 살지 않았다는 증거다. 광개토대왕의 부왕이었던 고국양왕 2년(385) 전쟁 상황도 아닌데 중국의 유주와 기주에서 대거 많은 백성들이 고구려로 자진해서 한번 인간답게 잘 살아 보려고 이주해 왔다. 이 사건은 고구려가 얼마나 백성을 위해 정치를 잘했는가를 보여 준다. 만약 백성을 괴롭히는 정권이 들어서면 고구려 사람은 그냥 뒤엎어 버렸다. 한민족 5000년 역사에서 첫째 둘째에 꼽히는 명재상 명림답부가 무도한 차대왕을 죽이고 그 동생을 새로운 국왕으로 모시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 백성을 편안하게 했던 예가 대표적이다. 고구려는 이따금 정변이 일어났다. 그 때마다 나라가 더욱 발전했다. 시원찮은 정권, 국민을 위하지 않은 왕은 과감히 쫓아냈다는 말이다. 오늘날로 말하면 선거를 통해 시원찮은 정권을 교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구려 말에 연개소문도 처음에는 정변을 일으켜 나라를 잘 지켰지만, 백성에게 먹을 것 입을 것을 제대로 주지 않자 백성이 돌아서 버렸다. 그 아들 대에 이르러 내분으로 나라가 망해 버렸다. 때마침 신라와 당이 쳐들어 왔기 때문에 나라가 망한 것이다. 만약 그런 위기 상황이 아니었다면 연개소문 사후에 새로운 지도자가 나와서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하여 고구려는 다시 번성했을 것이다. 이를 간접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바로 발해다. 고구려 후손 대조영이 만주 벌판에 나라를 세워 백성을 편안하게 했던 것이다. 왕이 길이길이 한 핏줄로 이어진 나라는 바로 조선이었다. 조선에서는 태조 이성계의 피를 이어 받지 못하면 절대 왕이 될 수 없었다. 그가 설령 바보라도 그건 문제가 아니었다. 왜? 그게 바로 정통성이었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성리학의 지엄한 가르침이었기 때문이다. 김일성은 큰아들 김정일에게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 주었다. 나라를 가문의 재산인 양 고스란히 넘겨 주었다. 이러고는 그게 바로 정통성이란다. 무슨 사상에 의해서? 바로 주체사상이 그걸 매끈하게 설명해 준다. 성리학이 조선왕들에게 정통성을 부여해 준 것과 똑같은 이치다. 백성은 알 바 아니다. 백성은 종일 따름이다. 조선 백성은 왕을 위해 존재했고 북한 인민은 수령을 위해 존재한다. 그 역은 성립되지 않는다. [고구려의 특징 4, 상무 정신] 넷째, 상무 정신이다. 우리가 고구려를 생각하면 가슴이 울렁거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고구려의 상무 정신 때문이다. 강한 군사력으로 주변의 땅과 인종을 아울렀다. 왜 우리가 광개토대왕에 열광하는가? 강한 군대로 땅을 넓혔기 때문이다. 그 당시로서는 세계 최대의 제국을 건설했기 때문이다. 침략을 당한 게 아니라 정복했기 때문이다. 고구려는 항상 상무 정신이 충천했다. 중국이 400년간의 내란을 종식시키고 마침내 대제국으로 다시 일어섰지만, 고구려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수나라도 좋고 당나라도 좋다. 진시황처럼 그 능력을 측량할 수조차 없었다는 저 무시무시한 수양제든, 중국 역사상 최고의 성군(聖君)이자 조조를 능가한 병법의 달인 당 태종이든 침략자는 단호히 격퇴해 버렸다. 중국이 땅이 넓고 인구가 많고 군사가 많다고 해서 위축된 적이 없었다. 자신만만했다. 고구려는 무식하게 싸움을 한 게 아니라 항상 머리를 잘 써서 을지문덕의 예에서도 보듯이 적의 장단점을 철저히 파악하여 우리의 장점으로 상대의 단점과 맞섰기 때문에 작은 전투는 몇 개 내주더라도 끝내 승리할 수 있었다. 중국이 손자병법, 오자병법, 육도삼략, 제갈병법, 조조병법 다 동원해도 고구려의 전략과 전술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밤하늘의 별과 같이 수많은 중국 기술자를 다 동원하여 별의별 무기를 다 만들어 투입해도 고구려에는 상대가 안 됐다. 고구려의 성벽과 무기와 병법이 월등했다는 증거다. 상무 정신은 절대 힘을 앞세우는 게 아니다. 머리를 먼저 쓰고 그 다음에 팔다리를 움직일 때 상무 정신이 된다. 무식한 놈은 절대 훌륭한 군인이 되지 못한다. 그건 석기 시대나 통하는 방법이다. 고구려의 상무 정신은 무모하지 않았다. 무모했다면 이미 그것은 상무정신이 아니다. 군인이 무모해지면 자기 부하를 언제 적에게 잃을지 모르고 자기 목숨도 언제 잃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고구려의 상무 정신은 자기 분수를 아는 것이어서 중원을 무리하게 정복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중원의 제국이 쳐들어와도 단호히 격퇴할 수가 있었다. 고구려의 상무 정신은 지혜와 용기였던 것이다. 그것은 또한 백성을 위한 것이었다. 고구려는 군사력을 자기 백성을 누르기 위해 쓴 게 아니다. 언제나 백성을 위해서 군사력을 사용했다. 그래서 국가가 위기에 처하면 전 백성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진정한 상무 정신은 전쟁 시에 국가를 지켜주고 평화시에 국민을 보호해 주는 정신이다. 부국강병 정신이다. 고구려의 상무 정신이 바로 그러했다. 고구려의 상무 정신은 피지배족에게도 적용이 되었다. 정복 후에는 그들을 관대하게 대했던 것이다. 군대를 동원하여 약탈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광개토대왕은 해방자였지 정복자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전쟁 후에는 패배자들에게 관용을 베풀어 다들 생업에 종사하게 하고 다시는 전쟁의 공포에 시달리지 않게 했던 것이다. 그래서 고구려가 수나라나 당나라의 침략을 받을 때 말갈족, 거란족, 돌궐족이 고구려에게 반기를 들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도와 주었던 것이다. 만약 고구려의 상무 정신이 타락하여 그들을 괴롭혔다면 그들이 고구려를 도와 주었을 리 없었을 것이다. 북한이 이런 고구려의 상무 정신을 이어 받았는가. 과연 상무 정신이 있는가. 북한이 조선과 다른 유일한 것이 강한 군사력이다. 그런데 그들은 이 군사력을 어떻게 사용했는가? 중국과 싸워 백두산을 찾는 데 썼던가? 간도를 찾는 데 썼던가? 아니면 고구려의 고토를 찾기 위해서 중국과 건곤일척의 전쟁이라도 한 번 벌였던가. 북한은 군대다운 군대를 압록강과 두만강에 배치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거기에 엉성하게 군대를 배치한 이유는 오로지 목 먹고 못 살아 제 나라에서 도망가는, 면도칼 하나 들지 않은 불쌍한 제 동포를 잡으려고 배치했을 뿐이다. 군대는 그 70% 이상을 항상 제 동족을 죽이기 위해 휴전선에 배치했을 뿐이다. 그것도 한국군과 미군처럼 수비형이 아니고 언제나 공격형으로 배치했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뼛속까지 두려워하기 때문에 의심 살 만한 일은 절대 못한다. 그래서 직접 다툴 일이 전혀 없는 저 남쪽 바다 멀리 독도에 대해서는 일본의 망언이 나올 때마다 비분강개하지만, 말만 고구려를 계승했다고 하지, 중국이 고구려사를 중국사에 편입하려는 수작을 부린 지가 반세기도 더 되었지만, 꿀 먹은 벙어리모양 침묵으로 일관한 것이다.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미국과 일대 일로 맞붙어야 한다면, 지하에 숨어 있던 병사까지 다 나와서 당장 항복할 것이다. 휴전선 바로 밑에서 2000만 명의 민간인이 천하태평으로 놀고 있는 것이 만만해서 짐짓 미국과 맞서는 척 허장성세를 부릴 따름이다. 모택동도 6·25 후 혹시 미국이 쳐들어올까 봐, 미국이 너무 두려워 상해를 비롯한 해안의 공업 시설을 모조리 뜯어서 내륙 깊숙이 옮겼다가 국가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넣었었다. 등소평이 나와서 그건 하늘이 무너질 것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어리석다는 것을 알고 새로이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공업을 새로 일으켜 황룡이 부활하게 만들었다. 북한은 더하다. 한국을 우습게 볼 뿐, 미국은 엄청나게 두려워한다. 혹 잘못 건드렸다가 폭격 당할까 봐 모든 중요 군사 시설을 지하로 옮겨 놓은 것이다. 미국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군비 증강에만 전력을 기울여 국가 경제를 파탄시킨 것이다. 개혁개방하면 미국이 절대 북침할 리 없지만, 그 순간 반세기에 걸쳐 이룩한 거짓말 공화국이 무너져 김일성 가문이 그 권력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적반하장 격으로 미국을 원수 삼고 북한의 독재에 반대하는 한국의 모든 사람들을 배신자보다 더 미워하는 것이다. 고구려는 북한과는 달리 강한 자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무리 중국이 대단해도 그에게 고개를 깊숙이 숙이지 않았다. 시늉만 했을 따름이다. 고구려는 지혜가 있었고 용기가 있었고 하나로 똘똘 뭉친 백성이 있었기 때문에 천하의 그 어떤 나라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당당히 맞서서 신출귀몰한 전략과 불퇴전의 용기로 침략자를 모조리 물리쳤다. 심지어 백제와 신라도 조공을 받는 걸로 만족했다. 단군의 자손들에게는 그렇게 너그러웠던 것이다. 실질적으로 광대토대왕 때 고구려를 중심으로 우리나라는 연합제 형태로 1차 통일되어 있었던 것이다. 북한은 어떠한가. 강한 자에게는 벌벌 떨거나 억지나 피우고 약한 자는 동족이라도 가차 없이 짓밟는다. 막강한 군사력을 누구에게 썼던가. 그들은 조국을 해방시킨다는 미명으로 동족상잔을 하는 데 그 힘을 다 썼다. 인류 역사상 전쟁의 80%는 동족상잔이라지만, 우리는 삼국이 일찍이 통일되어 전세계에서 같은 민족끼리는 가장 평화롭게 살았던 참으로 아름다운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이다. 후삼국 시대 불과 몇 년 외에는 같은민족끼리 전쟁을 한 적이 없었다. 거의 1,300년 동안 우리끼리는 전쟁을 않았던 정말 자랑스런 민족이다. 고려말의 무신란도 그건 전쟁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죽고 죽이고 했지만, 그 사망자가 다 합해야 정말 몇 명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린 삼국 통일 이후 전쟁이라면 이민족과의 전쟁이었다. 그런 전쟁을 통해 우리는 민족이 하나로 똘똘 뭉쳤던 것이다. 서양에는 국민 국가가 17세기 이후에나 생기지만 우리는 그보다 무려 1,000년 앞서 국민 국가가 성립된 나라였다. 정말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진 나라이다. 그런데 이런 나라에서 같은 민족이, 고구려를 계승했다는 같은 민족이 같은 민족에게 무려 천 년 만에 동족상잔을 불러일으켜 온 세계의 손가락질을 받았던 것이다. 이건 절대 고구려의 상무 정신을 이어 받은 게 아니다. 일제의 침략을 이어 받은 거다. 그렇게 자신이 있으면 일본이나 한 번 쳐들어갈 것이지. 만주로나 한 번 쳐들어가 볼 것이지. 그럼 한국이 같이 도와 크게 기상을 한 번 떨쳤으련만. 북한은 또한 끊임없이 전쟁 위험을 부추기면서 모든 자원과 돈과 인력을 군대 강화에 사용함으로써 인민들을 들볶았다. 북한은 군대 생활을 7년에서 10년으로, 10년에서 13년으로 늘렸다. 여자도 고중 졸업반 때 당에서 선발하면 5년을 근무해야 한다. 여군이 무려 5만 명. 청 태종이 조선을 짓밟을 때 동원한 군사와 동일한 숫자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서 그렇게 할까. 인민군이 인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민을 잡기 위해서 쓰인다. 경제에 투입될 청년을 오로지 전쟁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서 죽도록 고생시킨다. 인민들도 그 때문에 언제나 전시나 똑같은 생활을 해야 한다. 다시 한 번 말하거니와 정말 그렇게 군사력이 강하다면 일본이나 한 번 정벌했으면 좋겠다. 중국과 맞붙어 고구려 고토를 되찾았으면 좋겠다. 북한 당국은 오로지 안으로나 밖으로나 한민족을 괴롭히기 군대를 사용한다.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사용한다. 이젠 숫제 국방위원장이 국가 원수가 되었다. 북한은 이제나저제나 거대한 병영 국가다. [고구려의 특징 5, 합리성] 다섯째, 합리성이다. 고구려는 합리적인 나라였다. 무리를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미 고구려는 무리하게 중원을 차지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말을 했다. 연개소문은 이런 합리성을 잃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는 출중한 사람이었지만, 아예 중원을 차지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렇지 않았으면 이미 여러 번의 전쟁으로 지칠 대로 지친 백성들을 그렇게 무리하게 전쟁 준비로 몰아 넣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조공국인 신라와 백제를 아주 우습게 보고 차제에 중원을 짓밟을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무리였다. 합리성을 잃었다. 좀 더 시간을 기다렸다가 힘을 많이 비축한 다음에 그 일은 후손에게 물려 주었어야 했다. 고구려의 피지배이었던 거란과 몽골과 여진이 끝내 한 번씩 중원을 차지했지만, 그들은 모두 멸망하거나 겨우 생명만 부지하고 있다. 중국을 에워싼 이민족들은 중국의 부가 탐이 나서 힘이 조금만 생기면 중원을 짓밟았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멸망의 길로 갔다. 중국의 인구가 워낙 많았고 중국의 부가 누구든 타락시킬 수 있을 만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대단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문화 때문에 중원을 도모한 이민족이 망했다는 말은 중화사상에서 나온 말이다. 중국을 사모해서 하는 말이다. 그렇지 않다. 중국의 인구 때문이다. 거기 섞이면 동화될 수밖에 없다. 흔적도 없어진다. 중국은 이걸 지금도 이용하고 있다. 티베트로 신강으로 한족을 마구 이사시킨다. 이른바 사민 정책이다. 한족이 80% 이상 차지하면 그 땅은 완전히 중국 것이 안 될래야 안 될 수 없다. 그게 무슨 문화 정책인가. 인해 전술에 지나지 않는다. 고구려는 현명했다. 그들은 중국의 땅과 인구와 부에 눈이 멀 만큼 이성을 잃지 않았다. 흥청망청 쓸 정도는 아니어도 들판이 넓었다. 초원도 넓었다. 산도 많았다. 교역도 활발했다. 고구려는 분수를 지킴으로써 탐욕에 눈이 멀지 않음으로써 중국에 동화되지 않고 당당히 중국과 맞서는 대제국으로 클 수 있었다. 700년을 잘 살았다. 중국 변방에서 고구려처럼 강대한 나라가 그렇게 오래 국가 체제를 유지한 경우가 전혀 없었다. 그 이유는 다른 나라들은 고구려와는 달리 힘이 강해지는 순간 눈이 멀어서 합리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균형감각을 잃고 현실감을 잃었던 것이다. 광개토대왕은 얼마든지 중국의 황하 이북 곧 화북 지방 정도는 정복할 힘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무리해서 백성을 괴롭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세에 '광개토경(廣開土境)'이라는 말 외에 '평안(平安)'이란 시호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고구려가 망한 것은 이 합리성을 잃고 현실주의를 택하지 않고 이상주의를 고집했기 때문이었다. 연개소문이 너무 잘 난 탓이었다. 북한은 이 고구려의 합리성을 이어받지 못했다. 무모한 이상주의로 50년 이상을 긴장해서 살았다. 긴장이 지나치면 피로해진다. 기진맥진한다. 쓸데없이 에너지가 낭비되기 때문이다. --남조선을 해방시키고 이어서 일본을 정복하고 이어서 만주를 되찾고 .... 북한은 이걸 이상주의로 착각한다.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꿈은 이상이 아니다. 그것은 망상이라고 한다. 연개소문처럼 김일성이 너무 잘 나서 그럴까. 북한은 고구려를 계승했다는 연막 정책으로 정권 강화를 도모할 뿐이기 때문에 비참한 나라가 되었다고 본다. 개방성, 다양성, 위민 사상, 상무 정신, 합리성--이들 다섯 가지 고구려의 특징은 오히려 한국에서 발견된다. 다시 말해 한국이야말로 고구려를 실질적으로 계승했다. 땅만 계승하지 못했을 따름이다. 북한이 오로지 고구려의 땅 일부를 계승한 것과는 선명히 대조된다. 실질적으로 북한은 조선 말기와 일제 말기를 잘 계승했을 뿐이다. 형식적으로만 조선 봉건주의와 일제 잔재를 청산했을 뿐이다. 거기에 덧붙여 마르크스-레닌도 아니고 스탈린을 정신적으로 잘 계승한 체제가 북한이라는 나라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북한은 말로만 형식적으로만 고구려를 계승한 반면에, 한국은 행동으로 실질적으로 고구려를 계승했다. (2000. 2. 24.) (2004.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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