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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는 세대, 사 ▶ 오십대의 애수(哀愁)
Korea, Republic o 이야기 3 350 2008-01-03 07:14:58
북한에서 오신 분들이 대한민국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올리는 글입니다. 우리는 책을 보면서 간접 경험을 하기도 하죠?

이 글은 현재 남쪽에 살고있는 40대 중후반부터 50대에 해당하는 글입니다.
글쓴이는 누군지 아직 알지 못합니다. 한때 인터넷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 글이기도 합니다.

혹시나 아래 단어를 잘 모르실 분이 있을 것 같아 도움말을 붙였습니다.

주)리꾸사꾸 : 배낭, 가방이라고 불려지고 있으며 대한민국에서 거의 쓰지 않는 글이지만 글쓴이가 써서 그냥 옮깁니다.

주)고아원 : 보호하는 사람이 없는 어린이들을 돌봐주던 곳인데 지금은 보육원이라고 많이 부르고 있습니다.

주) 애수(哀愁) : 마음을 서글프게 하는 슬픈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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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대의 애수(哀愁) 지은이 : 미상

우리는 우리를 이렇게 부른다.
동무들과 학교 가는 길엔
아직 맑은 개울물이 흐르고,
강가에서는 민물새우와
송사리 떼가 검정 고무신으로
퍼 올려 주기를 유혹하고,
학교 급식 빵을 얻어 가는 고아원 패거리들이
가장 싸움 잘하는 이유를 몰랐던
그때 어린 시절을 보낸
우리는 이름 없는 세대였다.

생일 때나 되어야 도시락에 계란하나
묻어서 몰래 숨어서 먹고,
소풍 가던 날 리꾸사꾸 속에
사과 2개, 계란 3개, 사탕 1봉지 중
사탕 반 봉지는 집에서 기다리는 동생들을 위해
꼭 남겨 와야 하는 걸 이미 알았던 그 시절에도
우리는 이름 없는 세대였다.

일본 식민지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과
6.25를 겪은 어른들이
너희처럼 행복한 세대가 없다고
저녁 밥상머리에서 빼놓지 않고 이야기할 때마다
일찍 태어나 그 시절을 같이 보내지 못한
우리의 부끄러움과 행복 사이에서
말없이 고구마와 물을 먹으며…….

누런 공책에 "바둑아 이리와 이리 오너라 나하고 놀자"를
침 묻힌 몽당연필로 쓰다가.
단칸방에서 부모님과 같이 잠들 때에도
우리는 역시 이름 없는 세대였다.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외운 국민교육헌장,
대통령은 당연히 박정희 혼자인 줄 알았으며,
무슨 이유든 나라 일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은
빨갱이라고 배웠으며,
학교 골마루에서 고무공 하나로
30명이 뛰어 놀던 그 시절에도
우리는 이름 없는 세대였다.

일제세대, 6.25세대, 4.19세대, 5.18세대, 모래시계 세대…….
자기주장이 강하던 신세대 등
모두들 이름을 가졌던 시대에도
가끔 씩 미국에서 건너온
베이비 붐 세대 혹은 6.29 넥타이 부대라
잠시 불렸던 시대에도 우리는 자신의
정확한 이름을 가지지 못했던
불임의 세대였다.

선배세대들이 꼭 말아 쥔 보따리에서
구걸하듯 모아서 겨우 일을 배우고,
혹시 꾸지람 한마디에 다른 회사로 갈까 말까 망설이고,
후배들에게 잘 보이려고
억지로 요즘 노래 부르는 늙은 세대들…….

선배들처럼 힘 있고 멋지게 살려고 발버둥 치다가
어느 날 자리가 불안하여 돌아보니,
늙은 부모님은 모셔야 하고 아이들은 어리고 ,
다른 길은 잘 보이지 않고,
벌어 놓은 것은 한겨울 지내기도 빠듯하고,
은퇴하기에는 너무 젊고 도전하기에는 늙은 사람들.
회사에서 이야기하면 알아서 말 잘 듣고,
암시만 주면 짐을 꾸리는 세대.

주산의 마지막 세대이자, 컴맹의 제 1세대.
부모님에게 무조건 순종했던 마지막 세대이자,
아이들을 독재자로 모시는 첫 세대.

늙은 부모님 모시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야 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정작 자신들은 성장한 자식들과 떨어져
쓸쓸한 노후를 보냄을 받아들여하는 첫 세대.

부모를 제대로 모시지 못해
처와 부모 사이에서 방황하기도 하고,
아이들과 놀아 주지 못하는걸. 미안해하는 세대,
이제 우리는 우리를 퇴 출 세대라 부른다.

50대는 이미 건넜고,
30대는 새로운 다리가 놓이길 기다리는
이 시대의 위태로운 다리 위에서
바둑돌의 사석이 되지 않기 위해기를 쓰다가
늦은 밤 팔지 못해 애태우는
어느 부부의 붕어빵을 사 들고 와서
아이들 앞에 내놓았다가 아무도 먹지 않을 때,
밤늦은 책상머리에서
혼자 우물거리며 먹는 우리를…….

모두들 이름을 가지고 우리를 이야기할 때,
이름 없던 세대였다가
이제야 당당히 그들만의
이름을 가진 기막힌 세대.

바로 이 땅의 40대!!!!!!!
고속 성장의 막차에 올라탔다가
이름 모르는 간이역에 버려진 세대.

이제 우리가 우리를 퇴출 이라고 부르는 세대.

진정 우리는,
이렇게 불림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돌아올 수 없는 아주 먼 곳으로
가야만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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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배로 천국의여인 에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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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배로 2008-01-03 14:15:15
    이른바 샌드위치 세대...지금 현재 40대 중,후반에서 50대 초,중반까지 겠군요.
    전후 베에비 붐으로 해서 인구 분포도 많죠. 이 글 보니 손해만 본 것 같기도 하지만 좋은 점도 찾아보면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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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야기 2008-01-03 17:15:31
    천배로 님 반갑습니다.
    샌드위치 세대들이 고생 많이했죠.
    또한 조금 앞선 세대도 마찬가지지만 요즘 세대들은 앞선 세대들의 초근목피 이야기나 보릿고개 이야기를 부정하고 오히려 비아냥 거리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부모 세대가 우리 어릴 때는 이렇게 어렵게 살았다고 말을하면 요즘 세대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잘 듣는게 아니라 "왜 그렇게 답답하게 살았어.."라든가 "나는 그렇게 안 살거야~~" "왜 지금 그 시대 이야기를 자꾸만 하는데.." 등등 짜증 섞인 말을 자주 하곤 합니다.

    앞선 세대의 고생을 잘 새겨듣고 부족한 부분은 더 채워 나가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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