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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사는 길
Korea, Republic o 저언덕넘어 0 301 2008-03-22 13:11:38
부잣집으로 보이는 큰 집을 지나다 보면 야 잘 사는구나 하는 말이 저절로 입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허름한 판잣집을 지날 때면 야 못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그러다가 과연 그렇게 생각하고 말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하고 다시 생각해 보면 그것이 썩 알맞고 제대로 된 판단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돈이나 또는 어떤 재물이 많은 사람을 보고 무조건 다 잘 사는 사람이라고 말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벌었고 어떻게 쓰고 있느냐가 문제이고 또 어떤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갖고 살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고, 돈을 벌거나 재물을 모으는 재주는 없어도 어느 구석에서든 나름대로의 역할을 다 하며 산다면 그것이 잘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당장에 주위에 돈 많이 있는 사람을 보면 대뜸 잘 사는구나 하는 어리석은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다가 몇 가지 평소에 잊어버리고 살고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분석과 함께 극복 할 수 있는 것은 극복하며 잘 사는 길로 들어서야지 하는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지는 것입니다.
오래전 친구들과 함께 환호하며 보았던 통쾌한 영화가 생각납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멀리 고립된 외딴 섬에 있는 감옥에 수감되어 있던 한 죄수가 탈옥한다는 내용입니다.
몇 십 년을 열악한 감옥에 있다 보니 이는 다 빠졌고 눈도 나빠지고 온 몸이 쇠약해졌지만 그는 탈옥의 결심과 시도를 멈추지 않습니다.
드디어 어느 날 바닷물의 들어오고 나감의 시간을 관찰한 후 그는 나무 가지로 탈 것을 만들어 높은 벼랑 밑으로 그것을 던진 후 바다에 뛰어 내립니다.
그리고 그 탈것위에 걸터앉아 망망대해를 향하여 나가는 것입니다.
아 그 자유 함.
정말 그 순간만큼은 억만금이 부럽지 않을 것이고 누가 그의 자유를 건드릴 수 있울까요.
돈도 건강도 그를 위하는 그 누구도 없음에도 그는 섬을 향하여 소리칩니다.
이놈들아 나는 자유인이다.
자유인, 그렇습니다 내가 평소에 갖고 있고 누리고 있으면서 잊어버리고 있는 것 그 중 첫째는 내가 자유인이라는 것입니다.
자유를 만끽하고 산다는 그 사실 하나 만이라도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뭐 별로 부러울 것 없는 넉넉한 마음이 생기는 것입니다.
또 하나, 상대적 빈곤.
어릴 때 신문에 곧 잘 나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누가 어디에서 굶어 죽었다 지난밤에 얼어 죽어있는 채로 발견되었다 또는 쓰레기통을 뒤져 복어 알을 끓여 먹고 일가족이 다 죽었다 하는 기사들이었습니다.
물론 신문에 기사화 되어 나왔다는 것은 그것이 그렇게 일반적인 다반사는 아니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삶의 궁색함이 극에 달한 시절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때는 미친 여자들이 실실 웃으며 머리를 산발한 채 거리를 헤매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거기에 비하면 지금 정말 얼마나 삶이 윤택해 지고 많은 것을 소유하고 사는지 모릅니다.
대형 냉장고는 물론이고 그 안에 먹을 것이 끊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델레비전 비디오 컴퓨터 디지털카메라 정도는 웬만하면 기본이고 거리에는 자가용이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핸드폰으로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교류를 하며 편안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잘 산다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비교 의식 내지는 외톨이적 위기의식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자가용 없어도 살고 컴퓨터 안 해도 살고 비디오 안 봐도 사는데 아무 지장 없습니다.
누구의 핸드폰은 카메라가 되는데 내 것은 안 된다 구식이다 그래서 창피하다 내 주위 사람들 다 자가용이 있는데 나만 없는 것 같다 참 나는 가난하다 이런 등등의 생각으로 나는 못 산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굶어 죽는 절대적 빈곤이 아닌 비교해 보니 남만 못하다 생각 되는 상대적 빈곤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이래 가지고는 잘 살기는 애초에 틀린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 것은 나 자신을 위하여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한마디로 남 가지고 있는 것 다는 안 가지고 있지만 지금 나는 잘 살고 있다는 자족감이 절대적으로 필요 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며 상대적 빈곤을 물리치는 것 또한 잘 사는 길이라는 것을 말 하고 싶은 것입니다.

물론 어떻게 하는 것이 자족감을 더욱 높일 수 있는가 하는 숙제는 남아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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