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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④]北주민 ‘탈북자 동경심리' 많이퍼졌다
동지회 660 2006-09-18 13:38:15
北민심 돌아섰다, 보위부 新기법 대응
▲ 신의주 역. 장사를 떠나는 북한주민들.

기자는 9월 12일 랴오닝(遼寧)성 단둥시에서 북한주민 최모(47)씨를 만났다. 그는 함경북도 국가보위부와 관계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현재 보위부 정보원들이 사용하는 '신종 선전기법'에 대해 전했다. 북한 출신인 기자가 듣기에도 '신종'이었다.

그는 "지금 북한주민들은 당국이 하는 말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무리 노동신문이나 당 간부 강연, 우상화 학습을 통해 떠들어도 믿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배급이 새로 실시된다고 해도 안 믿는다고 했다. 이미 여러번 속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국은 보위부내에 '안전소조'(정보원)를 만들어 새로운 활동을 진행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활동'이란 열차칸이나 역전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인간의 심리를 활용하는 '유언비어'를 유포시키는 것을 말한다. 안전소조는 통상적으로 주민들의 동향을 보위부에 보고하는 것이 임무다.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 안전소조를 통해 주민들에게 유언비어를 유포하면서 체제단속을 한다는 것이다.

다음 최모씨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안전소조'라는 게 뭔가?

보위부원들이 활용하는 정보원들이다. 각 시, 도 보위원들이 자기 담당구역내 주민들을 비밀리에 만나서 “누구를 감시하고 보고하라. 그러면 '좋은 일'이 있다”고 유혹한다. 보위원들은 이런 방식으로 담당 구역내에서 될수록 많은 주민들을 만난다.

자신도 모르게 소조원이 된 주민은 '좋은 일'을 위해 서로가 감시하고 고발한다. 담당 보위원은 “이 사람은 내가 만든 안전소조원”이라고 상부에 보고한다. 이렇게 해서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고발하는 현싱이 늘어난다. 고발 건수가 가장 많은 주민은 보위부에서 '당과 수령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안전소조원을 많이 만들어 놓으면 자연스럽게 주민들 사이에서 상호감시가 늘어나는 것이다. 원래 보위부원이 해야 할 일을 주민이 하고 있는 셈이다.

-'좋은 일'이란 게 뭔가?

보위부의 권력을 이용하여 통행증(여행, 출장증명서)을 발급해주거나, 기업소 책임자들에게 전화해서 "그 사람에게 장사할 수 있는 별도의 자유시간을 많이 주라"고 지시해주는 것이다. 여행이 자유롭고 장사하는 시간도 많아지기 때문에 주민들에게는 대단한 횡재다.

그러면서 안전소조원에게 '과업'을 준다.

-주로 어떤 과업을 주나?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지금 조(북)-중 국경을 비롯한 많은 지역에서 남조선으로 간 탈북자들을 좋게 보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대다수 주민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나도 중국에 와서 자세히 알게 되었지만, 국경지역 주민과 간부들, 심지어 보위원들까지도 남조선에 간 탈북자들이 보내주는 돈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거기(북한)에서는 남조선에 간 사람들을 그냥 “중국에 간 사람들”이라 말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자신도 살고 가족들 목숨도 살리는 일을 누가 할 수 있단 말인가? 아무나 할 수 없다. 이 일을 남조선 탈북자들이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 탈북자들을 용기 있는 사람들로 동경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그러나 각종 강연자료에서는 “장군님의 은혜도 모르는 배신자, 변절자”들로 선전한다. 하지만 주민들이 이 말을 이제 믿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안전소조의 '과업'이란 게 열차 내에서 “탈북자들은 다 우리나라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달아난 사람들이다. 우리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니까, 어디를 가든 사람 구실 못한다”고 옆자리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다.

당자료처럼 무턱대고 배신자, 변절자 해봐야 들어주는 사람도 없으니까, 그런 식으로 소조원이 퍼뜨린다. 소조원이 하는 말을 들으면 선전자료보다 맞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탈북자들이 일면 부럽고, 일면 시기하는 심리를 이용하자는 것이다.

-안전소조원은 장사하는 데 이익이 되지만 담당 보위원은 어떤 이득이 있나?

소조원에게 어느 지역 누구에게 얼마만큼 뇌물을 바치면 큰 이득이 있다고 귀뜸해준다. 그러면서 소조원들로부터 챙길 것은 다 챙긴다. 자기가 거느리는 소조원이 많을수록 이득도 많아진다. 기본은 사기와 협잡이다. 사기, 협잡을 못하는 순진한 사람은 소조원으로 선택하지도 않는다. 지금 사기, 협잡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존방식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수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

-보위부 소조원은 말 그대로 정보를 보위원에게 보고하는 사람이 아닌가?

그건 70년 80년대 초에나 있었던 일이다. 지금은 정보보다 인간심리에 맞는 선전을 앞세운다. 보위원들이 그때처럼 일하면 공화국 전체 인민들이 다 고발대상이다. 전 인민이 "장군님의 은혜도 모르는 혁명의 배신자”들이 되는 셈이다. 당국도 다 알고 있으니까 그런 신종수법이 나오는 것 아닌가?

-그러면 그런 보위원들은 누가 감시하나?

보위원들도 마찬가지다. 상급 보위부에서 하급 보위부 담당자들에게 서로를 감시하도록 해놓고 있다. 얼마 전에 강원도에서 보위원이 권총을 가지고 강도짓을 하면서 은밀히 사람을 3명이나 죽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것을 보위원이 잡아냈다. 이를 잡아낸 것도 이와 같은 감시체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공개총살되는 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소를 잡아먹고, 구리 선을 잘라먹은 현장범이지만, 시범(주민들에게 공포감을 주기 위해 시범적으로 하는 행위)으로 잘못 걸린 사람들이 많다. 거의 힘이 없는 사람들이다. 어떤 때는 공개총살 하지 말라고 지시가 내려오다가 또 어떤 때는 하라고 내려온다. 왔다갔다 하는 게 많다.(계속)
/데일리NK200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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