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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 한달, 北주민 어떻게 살고있나?
동지회 584 2006-11-06 11:42:12
[국경통신] "미사일 쏘든 핵폭탄 던지든 너희들 일"

▲ 자강도 만포시 국경수비대 건물

북한 당국의 핵실험 성공 발표가 보도된 지 한 달이 가까워 오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북한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핵실험 이후 북한 주민들은 한마디로 ‘괴로워서 못 살겠다’는 반응이다. 우선 주민들은 핵실험 성공을 축하하고 '미제와의 투쟁'을 독려하는 각종 군중대회와 강연회 등에 강제 동원되는 바람에 장사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또 자신의 소토지(뙈기밭) 수확이 늦어지는 것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금융제재와 외부의 원조중단 소식이 알려지면서 쌀값을 비롯환 각종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여 ‘제2의 고난의 행군’이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북-중 국경 통제 강화

현재 함경북도 두만강 일대의 국경 관리를 담당하는 국경수비대는 ‘중대 재편성’이 한창이다. 무산, 회령, 삼봉, 온성 등에서는 주민들에게 돈을 받고 월경을 눈감아 주는 국경수비대 군인들을 색출하기 위해 ‘인민무력부 검열 그루빠(그룹)’가 평양에서 내려와 대대적인 국경 검열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무산에 거주하는 최길남(가명)씨는 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인민무력부 그루빠의 검열에 적발된 군인들은 모두 철직(파면)되어 군대 영창으로 보내지고 있으며, 중대장급 이하 군관(장교)들, 2년 이상 국경부대에 근무한 하전사들에 대한 중대 재편성이 추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경지역에 장기 근무한 군인들을 교체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과의 인맥을 통해 불법월경이 조직화 되는 것을 사전에 제거하려는 조치다. 최씨는 “요즘에는 중국 인민폐 1천원을 준다고 해도 비법월경을 도와주려는 군인들이 없다”며 “최근 중국으로 도강하다 들킨 사람들은 모조리 교화 3년형에 처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단둥(丹東)과 마주하고 있는 압록강 하구 일대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남신의주에 거주하는 밀무역업자 강철만(가명)씨는 한 달 반째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중국 동강(凍港) 근방에서 숨어 지내고 있다.

강씨는 “중국측 무역대방(업자)이 제공해준 조그만 쾌속정을 타고 몰래 중국으로 넘어왔는데, 핵실험이 벌어지는 바람에 아직도 집에 못 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휴대전화를 통해 신의주의 지인에게 알아보니 당분간 (북한측의) 해안 경비가 매우 긴장될 것 이라는 소식”이라고 덧붙였다.

북 전역에 연일 군중대회, 강연회

지난 10월 26일 오후 3시 함경북도 회령시 역전동 부근 김정숙 동상 앞 광장에서는 회령시 당위원회가 주관하는 “핵무장 정당성 선포 및 미제규탄 군중대회”가 열렸다. 회령 시내 거주 주민들과 각 기업소 노동자를 주축으로 최소 1천명 이상의 주민이 군중대회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령의 한 소식통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25일 아침부터 이틀 동안 4개의 확성기를 설치한 소형 버스가 회령시내 가두방송을 통해 주민들의 군중대회 참석을 독려했으며, 26일 낮부터 안전원과 규찰대가 행인들의 여행∙출장증명서를 일일이 검사하고 증명서가 없는 사람은 강제로 군중대회 행사장에 참석시켰다”고 말했다.

이날 군중대회는 ‘미제와의 투쟁에서 핵무장의 의의’ ‘혁명이란 무엇인가’ 등의 주제로 회령시 당 간부들의 정치강연이 이어졌으며, “자주의 기치 높이 든 정의의 수호자 만세~ 만세~ 김정일 장군”으로 끝맺는 ‘김정일장군의 노래’가 제창됐다고 한다.

이날 행사를 위해 회령시 당위원회는 26일 정오부터 옛 회령남중학교 자리에 신축한 회령 장마당과 시내 곳곳의 유동인구를 통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령의 이 소식통은 “군중대회뿐 아니라 기업소나 농장들도 매 주일마다 핵실험 정당성을 선전하는 정치강연회를 조직하는 바람에 주민들은 여기저기 불려 다니느라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며 “새벽부터 일어나 장사 준비를 하거나 소토지 농사일을 해야 먹고 살수 있는 일반 백성들은 ‘미사일을 쏘든 핵폭탄을 던지든 너희들끼리 알아서 하고, 제발 먹고 사는 일에 방해나 하지 말라’며 행사동원에 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마당 통제에 여자들 귀고리까지 단속

지난 10월 30일 중국으로 탈북한 이순미(가명. 34세. 함남함흥)는 “핵실험 이후에 말도 안되는 일로 백성들 통제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씨는 당국이 핵실험 후 미국의 도발을 이유로 장마당 개장 시간을 줄이고, 여행자와 차량 이동에 대한 검문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함흥, 청진, 회령 등 함경도에서는 장마당 개장시간이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로 제한되었다.

이씨는 “오후 2시에 장마당이 열리면 시장관리소에 자릿세 내고, 물건 풀고 준비하는데 30분 까먹는다. 4시반부터 (시장관리소에서) 문을 닫는다고 닦달을 하면 물건 챙기고 뒷정리하는데 또 30분 까먹는다. 실제 장사하는 시간은 2시간 남짓이다. 사정이 이러니 상인들은 제대로 물건도 못 팔고, 국수나 먹을 것을 파는 사람들은 아예 장마당에 나오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당국이) 지금은 준엄한 정세라며, 여행증명서 검열이 까다로워졌으며, 여자들이 귀걸이, 목걸이, 머리핀을 하고 거리에 나오는 것도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흥, 청진, 회령 등지에서는 안전원과 규찰대가 기차역, 버스역 등에 상주하며 여행증명서가 없는 사람들에게 최고 북한돈 5천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장신구를 착용한 여성들에게 북한 돈 1천 정도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가파른 물가 상승, ‘제2의 고난의 행군’ 올까?

핵실험 이후 한국을 비롯한 외부사회의 식량, 비료, 의약품 원조가 중단됐다는 소문이 가파른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지역에서 올해 옥수수 수확이 끝났음에도 함경북도 옥수수 가격은 1kg에 350원~400원대 사이다. 춘궁기라 불리는 봄철보다 50% 이상 상승했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쌀가격도 1kg당 1,000원이 마지노선이다. 함경북도 온성, 회령이 1kg당 1,000~ 1,100원, 청진과 양강도 혜산이 1kg당 1,200원 전후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신의주와 평안남도 평성은 Ikg당 1,100원 수준이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내년 2~3월이면 1kg당 2,000원까지 상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북한 당국의 ‘배급제 복귀 및 장마당 식량판매 금지조치’라는 충격적인 발표가 있을 당시 청진 수남시장의 최고가격이 1kg에 1,200~ 1,300원임을 감안하면 현재 북한의 쌀값은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

식량가격 상승과 더불어 휘발유 가격의 상승도 눈에 띈다. 휘발유는 그동안 북한 전역에서 고른 가격분포를 보여왔는데, 최근 시세는 휘발유 1리터에 3,500원 수준이다. 미사일 실험이 있기 전에 비해 400~500원 정도 올랐다고 말한다.

10월 29일 중국에 온 여행자 장순례(가명. 58세. 함북 청진)씨는 “외부 사회의 원조가 끊겼다는 것과 미국이 경제제재를 한다는 것은 주민들에게 다 알려져, 지금은 부자들도 씀씀이를 줄이며 식량과 달러를 모으고 있다”며 “만약 이런 식으로 물가가 상승하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 큰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씨는 또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외부사회의 반응은 중국에 와서 알게 됐다”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핵무기 때문에 외국원조마저 끊겨 먹고 살기 더 힘들어졌다’는 불평이 많다”고 덧붙였다./데일리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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