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처리 ‘상세 매뉴얼’ 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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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원칙없이 임기응변식 대응… 햇볕·탈북자 정책 분리안해 화근 납북어부 최욱일씨를 홀대하고, 국군포로 가족 9명을 보호하지 못해 북송(北送)되도록 한 것은 단순히 주 선양(瀋陽)총영사관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도희윤 피랍·납북자 연대 대표는 18일 “그저 한 외교 공관 하급 영사직원들의 행정적 실수로 볼 수 없다”며 “정부가 국군포로·납북자에 대해 명시적이고 분명한 정책을 제시하지 않는 한 언제라도 벌어질 수 있는 사건”이라고 했다. ◆상세한 처리 매뉴얼 없어 정부는 국군포로·납북자와 탈북자 문제가 생겼을 때 처리 절차를 규정한 상세 매뉴얼을 갖고 있지 않다. 현장의 공무원들이 수동적으로, 임기응변적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외교부 관계자들의 언급이다. 해외공관에서 영사활동을 해온 한 전직 외교관은 “우리 국민인 국군포로나 납북자의 경우는 공관 밖에서 접촉해 중국측과 협의를 거쳐 귀환시키고 일반 탈북자는 자발적으로 공관에 들어왔을 때 본인 의사를 물어 처리하는 정도의 매뉴얼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중국과 협의 중일 때 이들이 잠시 머물 거처나 수시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대처는 해당 외교관에게 맡겨져 있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다”고 말했다.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는 “탈북자 입장에서는 당시 자신을 담당하는 외교관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상황이 천양지차”라며 “정부가 원칙이나 매뉴얼도 없이 여론에 떠밀려 얼떨결에 이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햇볕정책과 탈북자 정책 분리 못한 게 화근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김대중 정부가 햇볕정책과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를 분리하지 않은 게 화근”이라고 했다. 북한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다가 인도주의와 자국민보호라는 또 다른 중요한 원칙이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기록은 찾기 어렵다.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 지난해 초 취임 당시 납북자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겠다고 했을 때 뉴스가 될 정도였다. 오히려 부정적인 언급이 적지 않았다.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은 2004년 동남아 국가에서 수백 명의 탈북자들이 대거 입국한 것과 관련, “앞으로 탈북자들이 대거 이송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탈북을 유도하는 행위를 자제하도록 공개 발언하기도 했다. 정 전 장관은 국내 입국하는 탈북자 숫자가 증가한 데 대해 “기획탈북이 작용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지난해 4월에는 신언상 통일부차관이 국내외 북한인권단체들이 말만 앞설 뿐이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해 논란이 벌어졌다. 한 탈북자는 “지난 2005년에는 탈북자 지원금이 1000만원 정도 줄었다”며 “북한에 지원하는 금액은 줄지 않는데 왜 탈북자 정착금은 줄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대통령을 포함해 외교·통일 당국자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지 않는 한 하부 직원들이 알아서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최소한 국군포로·납북자라도 북한에 대해 당당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nk.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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