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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탈북루트 그 현장을 가다/<9>억압받는 인권
REPUBLIC OF KOREA 관리자 983 2007-06-29 17:54:58
머나먼 이역만리 목숨걸고 돌아돌아 왔는데 범죄자 취급…피말리는 수감생활



▲북한을 탈출해 1만㎞나 떨어진 태국까지 들어온 탈북자들에게 기다리는 것은 수천바트의 벌금과 세장같은 수용시설이다. 하지만 태국까지 도착한 탈북자들에게는 100% 한국행이 보장되기 때문에 태국국경을 넘는것은 자체가 탈북루트의 종착점에 도착하는 것과 같다. 지난 5월10일 태국이민국에서 벌금을 내지 못한 탈북여성 6명과 밀입국한 미얀마인들이 법원으로 가기위해 호송차에 올라타고 있다.

한국과 태국 양국정부에 의해 현재까지 탈북자의 남한행이 100% 보장돼 탈북루트의 종착역으로 불리는 방콕. 북한을 탈출해 중국 등 제3국을 거쳐 머나먼 이역만리를 1만㎞이상 굽이굽이 돌고돌아 도착한 중간기착지다. 그러나 방콕은 실낱같은 희망에 생명을 부지해온 탈북자에게 새장과 같은 통제된 감옥에 다름 아니다. 태국정부가 탈북자를 불법 입국자로 분류하는 반인권적인 정책으로 일관하면서 탈북자에 대한 각종 인권유린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본보 탐사보도팀은 지난달 10일 오전 11시 라오스당국에 검거된 탈북여성 7명이 벌금낼 돈이 없어 한달이상 더 수감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곧장 태국 방콕시내 중심가인 ‘샤토’거리의 태국이민국을 찾았다.



▲ 태국수용소의 분산수용 방침에따라 탈북자 일부가 수용되어 있는 태국 방콕 ‘사토’거리의 태국이민국내의 외국인보호소.▲ 이민국 사무실에서 법원 호송을 기다리던 탈북여성들이 취재진과 NGO관계자들을 보자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이민국사무실내엔 방콕으로 불법입국한 미얀마인 10여명과 함께 탈북여성 7명이 2명씩 한조로 한쪽팔에 수갑을 찬 채 자신들의 억울한 사연을 호소하고 있었다.
이민국 직원들은 근엄한 모습으로 탈북여성들의 호소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때마침 검거된 탈북여성들이 불법입국자로 분류돼 재판에 회부될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접한 NGO단체 관계자들이 달려와 문제를 해결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들도 별다른 대책을 찾지 못해 속수무책이었다.
현재 난민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태국정부는 탈북자에게 난민지위를 부여하기는 커녕 불법입국자로 분류해 재판에 회부, 통상 9천 바트(약 25만5천원)의 벌금형에 처하거나 그 벌금 액수에 해당하는 기일만큼 구류처분을 내린 뒤 추방절차를 밟는다.
이 때문에 탈북자들은 통상 짧게는 한달에서 세달정도 구류를 살다가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기존의 태국법원이 내린 벌금액이 보통 6천바트(약 17만원)였으나 최근 벌금액수가 3천바트 이상 크게 늘어난데다 벌금을 내지 못할 경우 1일 구류 200바트(약5천600원)로 계산, 최소 한달이상 구류형을 살아야만 한다.
취재진이 어렵게 인터뷰를 시도한 탈북여성들은 태국돈을 3천∼5천바트씩 소지하고 있었지만 벌금낼 돈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이민국수용소에 한달넘게 수감생활할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들 여성들은 북한을 3~5년 전에 탈북한 뒤 중국에서 중국어를 배우며 식당 등지에서 온갖 잡일을 마다하지 않고 일해 탈출에 소요되는 경비를 마련, 사선을 넘어 어렵게 태국까지 온 것으로 확인됐다.
때아닌 스콜이 몰아친 방콕이 불쾌한 습기로 뒤덮인 이민국 사무실에서 태국 직원이 탈북여성들과 함께 다른 불법 입국자들을 다른 곳으로 후송하려고 나타났다.
이민국 직원은 탈북여성들과 대화를 시도하던 취재진과 NGO단체 관계자들의 만류에도 불구, 한명씩 끌고 나가면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재판을 받기 위해 법원으로 이동한다는 것. 탈북여성들에게 주려고 가져갔던 생리대 등의 구호물품을 바닥에 내려 놓은 채 NGO단체 관계자들이 함께 따라 나섰다.
하지만 물품을 전달조차 하지 못한 채 차량에 실려가는 탈북여성들의 뒷모습만 물끄러미 쳐다보다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법원에서 북한사람임에도 한국어 통역도 없이 중국인 통역에만 의존해 재판장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해야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선처를 받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다.
태국정부가 탈북자란 점을 감안할 때 수갑을 채우지 않거나 벌금형을 선고하지 않는 좀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접근해 주지 않는데 대한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하늘도 동감했음인 지 소낙비까지 한동안 내리는 가운데 취재진은 눈망울에 눈물만 글썽이며 말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끌려가는 우리 누이 같은 탈북여성들의 모습을 지우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야만 했다.
가뜩이나 취재진이 찾기 이전 이민국수용소에 수감돼 있던 탈북자들이 화장실과 샤워실 등의 시설 태부족에 따른 비인도적인 처사에 반발, 단식항의까지 벌인 뒤라 큰 걱정까지 앞섰다.
구호활동에 나왔던 최성화 집사는 “대사관측이 얼마전까지만 해도 탈북자들을 적극 후원해 남한입국 직전까지 NGO단체에서 보살피곤 했는데 돌연 태국정부가 탈북자를 이민국수용소에 수용하면서 비인권적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며 “친인척이나 대사관직원이 아니면 이민국수용소에 수감돼 있는 탈북자에 대한 면회가 불가능하고 구호물품 넣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현지상황을 전했다.
한편 취재진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 9시 태국의 한국대사관을 방문, 탈북자 현황과 정부의 대책 등에 대해 들어봤다.
대사관측은 태국정부가 원칙적으로 탈북자를 본인 의사에 반한 북한이나 중국 강제출국보다는 한국을 포함한 제3국으로 보내는 인도주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원만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태국당국의 국경경비 강화는 태국 고유의 주권적 행위에 해당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개입할 수 없는 문제라고 못박았다.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 최영상 영사는 “태국의 수용소 시설이 열악해 일부 탈북자가 처우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국가 고유의 영역이므로 언급하기 어려운데다 앞으로 태국당국의 분상수용방침 표명 등으로 처우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돌발적인 상황에 대비해 대사관 직원들이 하루 한번 이상 수용소를 방문하는 등 탈북자의 남한행을 위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일보 200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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