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 갓’ 우리 쌀로 북한軍 먹여살렸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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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NK 2008-02-14 16:37 [취재파일]분배 투명성 확보 위해 북 당국에 모니터링 확대 요구해야 우리 정부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북측에 지원한 쌀이 북한군 최전방부대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2006 말부터 적십자 마크가 선명하게 찍힌 쌀 마대(麻袋)가 트럭에서 하역되고 쌓여있는 모습이 포착됐고, 빈 마대는 진지구축에도 이용되고 있는 모습도 우리 군에 의해 여러 차례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북한군 부대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된 쌀 마대만 하더라도 10여 차례에 걸쳐 400여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수년 전부터 통신감청을 통해서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결국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한 쌀이 언제 우리에게 총을 겨눌지 모를 북한 군인들을 먹여 살리는 꼴이다. 북한군으로선 빈 마대로 진지도 구축하는 ‘일석이조’의 지원을 받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우리 군 당국이 알고도 항의는 커녕 경위조차 확인하지 않고 쉬쉬해왔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개최된 남북 장관급회담이나 군 장성급회담 등에서 이를 문제 삼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으로 이어지는 ‘햇볕정책’이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나오도록 외투를 벗긴 게 아니라 우리의 외투만 벗어 북한체제에 두터운 외투만 덧입혀준 꼴이 됐다. 그 동안 대북지원 쌀의 군용 전용 의혹은 ‘데일리엔케이’를 비롯한 북한 인권단체와 탈북자들에 의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각에서는 전시 '비축미'로 사용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북한민주화위원회가 지난해 12월 탈북자 2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0.4%가 "남한지원 쌀이 군부대에 우선적으로 간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그동안 ‘확인되지 않는다’며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하지만 14일 ‘우리 군 당국이 대북 지원 쌀에 대한 북한군 전용사실을 확보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이날 “그동안 대북지원 식량의 전용 문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며, 통일부는 관계기관의 첩보를 공유해오고 있다”고 뒤늦게 밝혔다. 그러면서 “통일부는 분배투명성 제고를 위해 남북회담 현장방문 등 여러 계기를 통해 북측에 이 문제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제 와서 “관계기관의 첩보를 공유해오고 있다”고 밝힌 것도 그렇지만, 그러한 사실을 알고도 대북지원을 계속해왔다면 국민들에 대한 기만이자 사기극을 벌인 것과 마찬가지다. 기실 햇볕주의자들은 미사일발사와 북핵실험이 있었던 2006년 당시에도 식량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일각에서 ‘대북 퍼주기’ 논란이 일 때면 정부를 비롯한 햇볕론자들은 ‘비인도적 극우주의자’로 이들을 몰아세웠다. 우리 정부는 1995년 이후 작년 말까지 북측에 쌀 255만t과 옥수수 20만t을 지원했다. 올해도 쌀 50만t 지원에 남북협력기금 1천974억 원이 책정된 상태다. 북한은 그동안 지원된 쌀의 전용 가능성을 부인해왔다. WFP(세계식량기구) 등 대북 지원단체들의 모니터링 확대 요청을 무시해왔다. 우리 정부도 10만t당 4~5곳의 양정사업소를 방문해 형식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는데 그쳤다. 통일부도 “현재의 분배투명성 확보 수준이 충분하다고 인식하지 않고 있다”며 “분배의 투명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시인했다. 지난 10년간 우리는 줄곧 대북 퍼주기로 일관해 왔음에도 우리 정부가 조심스럽게 요구한 ‘국군포로.납북자 송환’은 전혀 진척이 없었다. 북한 앞에만 초지일관 ‘저자세’로 일관해왔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새로 들어서는 이명박 정부는 줄 것은 주고 받아야 할 것은 확실히 받겠다는 ‘전략적 상호주의’ 입장을 분명하게 견지해야 한다. 이명박 당선인은 “인도적 지원은 계속 하겠다”고 밝혀왔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인도적 목적으로 지원한 쌀이 군량미로 유용되고 있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무조건적인 지원도 명분을 잃게 됐다. 때문에 인도적 지원은 하되 분배의 투명성을 확실히 담보해야 한다. 인도적 지원이라 함은 배고픈 주민들에게 식량이 지원될 때 성립되는 말이다. 북한 군부대로의 유용은 인도주의적 지원일 수 없다. 우리 정부는 먼저 북측에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북측의 분명한 해명을 들어야 한다. 또 국민 앞에 지금까지 파악된 정보를 가감 없이 공개하고 관련 책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 물론 당장 인도적 지원 중단을 고려하는 극단적 조치에는 신중해야 한다. 다만 이번 기회를 통해 식량 배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모니터링 요원의 상주 등은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이번만큼은 더 이상 김정일 독재를 살찌우는 무분별한 지원은 않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남북관계 경색을 우려해 할 말을 하지 못한다면 ‘퍼주기’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인도적 지원은 해야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의 심장에 비수를 꽂게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정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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