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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북한으로 자식들을 보내지 말 것을…"
Korea, Republic o 관리자 1162 2008-03-11 00:02:26
조선일보 2008-03-08 08:33

북한으로의 대탈출: 냉전시대 일본이 남긴 그늘

(원제 Exodus to North Korea: Shadow from Japan's Cold War)

Tessa Morris-Suzuki 지음 | Rowman & Littlefield

302쪽 | 29.95달러

탈북자 강철환씨가 평양에서 유복하게 살다 아홉 살 때 어떻게 해서 악명 높은 요덕수용소에 가족들과 함께 갇히게 되었는지를 적은 그의 자서전 '평양의 수족관: 북한 강제노동수용소에서의 10년' 이 출판되자 국제 사회는 그간 잊혀졌던 1950~60년대의 사건들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현재 조선일보 기자로 활동 중인 강씨는 재일교포 출신이다. 그는 북한에서 태어났지만 원래 그의 가족은 조총련 소속이었던 할아버지 강태규씨와 함께 일본에 체류하고 있었다. 가족이 북한에 가게 된 것은 할아버지의 결정이었다. 북한에 건너간지 몇 년 후, 강씨의 조부는 일본에서 건너온 상당수 다른 이민자들과 함께 합당한 죄목도 없이 숙청됐다.

강씨 가족은 1959년에서 1984년 사이 북한으로 건너간 9만3340명 중 하나였다. 이들은 8만6603명의 조총련 동포와 일본인 6731명 그리고 6명의 중국인 배우자 혹은 식솔들이었다. 이들은 그동안 일본에서도 잊혀진 존재로 주목받지 못했다. 테사 모리스-스즈키(Tessa Morris-Suzuki)는 캔버라 호주국립대 일본사 교수가 쓴 '북한으로의 대탈출: 냉전기 일본의 그늘'는 영어권에선 처음으로 '북송(北送)'을 심층적으로 연구한 책이다. 재일 교포들과 수천명의 자국민을 '지옥'으로 보낸 것은 민주주의 국가로서는 치명적인 실수이자 일본 당국에게는 당혹스러운 사건이었다.

북송을 지원한 교포들은 북한에 이상적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는 과정을 통해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믿었지만 그 환상은 곧 깨졌다. 저자는 그 열광적 추종의 원인을 분석한다. 북한 공산정권은 처음부터 사람들을 받아들이는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들은 기껏해야 수백명이 올 거라 예상했지 10만명 까지는 아니었다. 불편한 진실은 이 사건의 주동자가 가능한 한 많은 재일 교포들을 떠나 보내고 싶어했던 일본 정부였다는 것이다.

북송 교포들이 겪은 고난에 대해 흥분하는 것 못잖게 무조건 일본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도 회의를 느낀다면 기운을 내도 될 것이다. 가장 책임이 큰 일본 정부 외에도 비난 받아야 할 대상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적십자사는 이 모든 사건이 인도주의적 처사로 보이게끔 허용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국가의 정책에 반하지 않고 각 지부의 독립성을 허용한다는 방침에 따라 이 사건을 방치했다. 일본에서의 적십자 활동은 전혀 '국제적'이지 못했다.

한국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 저자는 왜 재일 교포들이 남한이 아닌 북한으로 갔는지에 대해 답한다. 묘한 사실이지만 90%의 재일교포들이 남한, 특히 제주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갔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에 더 호감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남한을 친미주의자들 손에 놀아나는 미국의 꼭두각시로 여겼다. 1950년대 말 서울의 분위기는 과거를 털고 일어나 일본과 교류하기를 강경하게 거부했다. 재일 교포들을 환영하기보다는 그들에 대한 책임을 일본 정부가 질 것을 요구했다. 한국 정부는 자신의 입장만 고수해 그들을 외면했다. 인종차별적 일본 정부와 일본 적십자사는 김일성에게 노동력을 제공하고 싶어 한 조총련과 공모해 북한 송환을 부추겼다.

저자는 훗날 다시 탈북한 주민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 당시 사람들의 부푼 기대를 묘사했다. 15시간 전 니가타항을 떠난 첫 배가 북한 땅에 가까워지자 유명 성악가였던 김용일이 '오 솔레미오'를 부르기 시작했다. 가슴이 벅차 올랐다. 하지만 어두운 창고와 선착장에 마중 나온 사람들의 허름한 옷차림이 눈에 들어오자 순식간에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후회하기는 이미 늦었다. 몇몇 사례를 제외하고는 그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는 강철환씨 이야기를 안다. 또 강씨를 통해 훗날 성악가 김용일이 간첩으로 몰려 승호리 수용소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나머지 9만명의 북송 교포들에 관해선 침묵만이 있을 뿐이다.

이 책은 뛰어난 연구업적이지만 단점을 지적하고 싶다. 저자가 너무 자주 이야기에 끼어들어 글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독자들은 수십년 전 이민자들이 출항한 니가타항에 서 있는 그녀를 볼 수 있고 그녀가 제네바 국제적십자사 건물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한 생각을 들을 수 있다. 학술적 연구 결과를 독자들에게 더 쉽게 읽히게 하기 위한 저자의 동기는 이해한다. 하지만 그녀는 학자이지 리포터가 아니다. 게다가 이런 장치는 효과적이지도 못하다. 최소한 나에게는 그렇다. 이것이 개인적 취향에 의한 것인지 책의 결함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문체가 책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해서는 곤란하다.

마이클 브린 전 가디언지 서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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