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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림일씨, 12년 좌충우돌 남한 정착기 펴내
Korea Republic of 관리자 1187 2009-04-21 20:37:57
중앙일보 2009-04-15 01:15

“서울에 온 지 얼마 안 돼 '컴퓨터 세탁'이란 간판을 보고 알쏭달쏭했죠. 처음엔 컴퓨터를 깨끗하게 닦아주는 수리점인 줄 알았어요. 평양에서 '빨래집'이라고 부르는 세탁소란 걸 알고나서 정말 어리둥절하더군요.”

탈북자 림일(41·사진)씨는 북한에서 온 사람들을 가장 당혹스럽게 하는 게 외래어 간판이라고 말한다. '키친인테리어' '헤어숍'은 물론 뜻을 알 수 없는 빵집 이름과 '○○마트'하는 식의 편의점 이름에 익숙해지는 데 적지않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는 뷔페식당에 처음 초청받았을 때 '부패한 음식을 판다는 건가, 뭔가'하고 궁금해 했다고 한다. '서울뷔페'는 '서울개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엉뚱한 제안을 했다가 주변사람들의 웃음보가 터지게 하기도 했다. 림씨는 “뷔페가 개방형 식사를 의미하는 것이니 '개식'아니냐”고 주장한다. 외래어뿐 아니라 '구두병원'같은 이상한 조어도 평양에서 온 이방인을 헷갈리게 한다는 것.

동네 이발소를 찾았다가 '머리도 깎고 마사지도 받으며 쉬었다 가라'는 권유에 따랐다가 7만원이나 날리고 “서울 생활에 적응하는 수업료가 참 비싸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다. 미로처럼 복잡한 서울 지하철은 노선도를 보기가 겁날 정도여서 기피증을 느끼는 탈북자들도 적지않다고 한다. 

림씨는 “소대가리를 '머리'라고 하고 돼지내장을 '부속'이라고 하는 남쪽 사람들은 정말 복잡하고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한국 돈에 여성인물의 초상화가 도안된 것이 없는 것도 놀라웠다”는 말도 했다. 북한에서 혁명가극 '꽃파는 처녀'의 주인공 홍영희가 지폐에 담긴 걸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전문작가로 활동 중인 림씨는 자신의 남한 정착기를 엮어『평양보다 서울이』(맑은소리)란 책으로 펴냈다. 12년 동안 좌충우돌하며 겪은 한국생활 에피소드를 담았다. 그는 쿠웨이트 주재 조선무역대표부에서 근무하다 1997년3월 한국에 왔다. 림씨는 “평양이 조용한 과학연구실 같은 분위기라면 서울은 개그콘서트의 녹화장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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