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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소녀의 꿈 “언니위해 피부미용사 될래요”
헤럴드 생생뉴스 2009-07-17 11:31:00 원문보기 관리자 615 2009-07-20 20:23:40
목이 타들어갔다. 그래도 남쪽으로 남쪽으로 뛰었다. 남쪽 땅을 밟았지만 몸과 마음은 지칠대로 지쳤다. 형편은 넉넉하지 않다. 그래도 희망과 꿈이 있기에 행복하다.

탈북소녀 최연지(17ㆍ가명) 양은 요즘 통 밥을 넘기지 못한다. 자꾸만 목에 걸린다. 보다 못한 언니는 얼마 전부터 동생에게 죽을 쒀 주고 있다. 죽이 입에 맞지 않지만 또 배곯기 싫어서, 그리고 언니의 정성에 최양은 끼니마다 죽 한 그릇을 비워낸다.

최양이 탈북을 감행한 것은 2006년 여름. 2년 전 먼저 고향을 떠난 큰 언니를 찾아가겠다며 혼자 압록강을 건넜다. 다행히 언니가 탈북했을 때 잠시 머물던 연변(延邊)의 조선족 집에서 보름쯤 머물다 언니와 연락이 닿았다.

최양은 그 뒤로 무조건 남쪽으로 달렸다고 했다. “차를 타고 가다 중국 공안(公安) 초소가 보일라치면…”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놀란다. 산넘고 물건너 태국에 도착했지만 현지 경찰에 붙잡혀 수용소 생활 4개월을 하고 난 2007년 가을에야 언니가 있는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1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힘들게 끼니를 때워가며 매일 긴장했던 탓일까. 최양의 건강은 나빠졌다. 지난해 겨울 그렇게 그리던 언니와 살게 됐지만 밥을 먹다 토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다 지난주 일이 터졌다. 알약이 그만 목에 걸리면서 병원 신세를 지게 된 것.

담당 의사는 언니에게 “타 버린 식도가 너무 좁아 내시경이 들어가지 못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언니는 그제서야 생각났다. 동생이 3살 때 배가 고파 마실 것을 찾다 양잿물을 마셔 고생했던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떠올렸다. 언니는 동생 생각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최양은 지난주 식도 확장수술을 받았다. 앞으로 3주에 1번씩 병원에 가야 하고, 1년에 1번씩 그리고 평생 수술을 받아야 한다. 조그만 회사에 다니는 언니와 대학생 형부에게 1회 수술비 140만원은 너무나 큰 돈이다.

그래도 최양은 밝기만 하다. 가수 비를 좋아하고, 최근 세상을 떠난 팝 가수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즐겨듣는 또래 소녀다. 일요일이면 교회에 나가 “몸 빨리 낳았으면 좋겠어요. 가족도 늘 건강하고, 고향에 계신 어머니와 둘째 언니도 잘 있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한다.

최양은 지난해 2월부터 서울 남산동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에 다니고 있다. 지난해 8월 고입, 지난 4월 고졸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현재 대입반에서 공부 중이다. 내년 3월이면 대학에 가는 최양의 꿈은 피부미용사. “저 때문에 고생하는 언니에게 매일 마사지를 해 주고 싶어서요. 나중에 숍을 열게 되면 탈북자 출신은 할인도 해 주고 특별히 잘해 주고 싶어요.”

최양은 아직도 설렘보다 걱정이 앞서는 듯 하다. “그냥 차별없이 편하게 우리 탈북자를 봐줬으면 해요. 그리고 후배들은 검정고시 없이 좀 더 편하게 대학 갔으면 좋겠고요.” 지금은 여명학교가 정식학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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