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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TV, 남비방 짜깁기 방송 주민들은 얼마나 믿을까?
데일리NK 2009-07-30 17:25:00 원문보기 관리자 1670 2009-08-03 21:48:52
북한 조선중앙TV는 29일 저녁 뉴스를 통해 ‘위기의 남조선, 비참한 민생’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10분 정도로 편집된 이 프로그램은 한국에서 방송된 영상 중 취약계층의 어려운 삶이 나오는 장면만을 편집해 집중 부각시켰다.

북한이 돌연 ‘한국 동영상’까지 편집해 남측 비방방송에 나선 이유는 뭘까? 바로 만성적인 경제난과 국가동원사업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북한 주민들 사에서 한국에 대한 동경심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키 위해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북한이 한국 공중파 방송의 동영상을 편집해 방송했다는 점이다. 조선중앙TV는 지금까지 아나운서의 나레이션을 통해 한국 소식을 전달해 왔을 뿐 한국 관련 동영상을 주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촛불시위나 숭례문 화재소식 조차 몇 장의 스틸 사진으로 보도했다.

북한 당국이 TV 뉴스에서 한국이나 외국의 현실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북한 주민들의 ‘눈 높이’가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이 한국 주민들의 생활상에 대해 직접적으로 알게 된 계기는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이었다. 당시 북한 주민들은 북한 TV에서 방영되는 시위대의 모습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

북한 아나운서는 “헐벗고 굶주리던 남한 근로대중들이 미제와 괴뢰정권을 몰아내기 위해 떨쳐 나섰다”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주민들의 눈에 보이는 풍경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헐벗고 굶주린다는 남조선 주민들이 모두 살이 쪄있었고, 그들이 쓴 안경이나 손목 시계, 신발들은 모두 고급스러운 것이었다. 광주 시내의 높은 건물들과 아파트 등도 믿기지 않는 현실이었다.

북한 주민들의 의문은 87년 ‘6월 항쟁’ 과정이 뉴스로 방영되면서 더욱 커졌다. 서울 시내 고층 건물들과 잘 정돈된 도로, 시위대와 전투경찰의 옷차림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주민들 일부는 ‘남한에서는 시위대에 총을 쏘지 않고 최루탄이란 걸 쏘는구나’라는 생각도 갖게 됐다.

89년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한 전대협 대표 임수경의 모습이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크게 변화시켰다는 사실도 이미 탈북자들의 증언들을 통해 많이 알려진 내용이다. 당시 북한 당국은 임수경이 입고 있던 흰색 트레이닝복 바지가 주민들 속에 유행되자 이를 단속하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북한 당국은 뉴스시간에 동영상으로 남한이나 국제소식들을 전하는 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 왔다. 그래도 1990년대 초반까지 북한은 뉴스를 통해 남한의 시위소식을 위주로 한 동영상들을 방영하였고 자신들에 유리한 국제문제들도 일부 주민들에게 보여주었다.

북한 당국이 남한과 외국의 소식을 동영상으로 공개하는 것을 전면 금지시킨 사건은 1993년 3월, 뉴스를 통해 마다가스카르 민주화과정에서 있었던 쿠데타 소식을 전하면서부터였다.

당시까지 북한은 아프리카에 있는 모잠비크, 앙골라와 같은 나라들에 농업기술대표단, 과학기술 대표단들을 파견하면서 아프리카 나라들은 농사도 지을 줄 모르는 미개한 국가들로 묘사했다.

그러나 뉴스 시간에 동영상으로 방영된 마다가스카르 현실은 북한 주민들을 큰 혼란 속에 빠뜨렸다. 정부군들이 탱크를 몰고 질주하고 군인들을 태운 고급 쾌속정들이 물살을 가르는 장면들을 본 주민들은 ‘아프리카 나라들이 저 정도로 발전했냐?’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군인들이 저마다 대공전화기(무선송수신기)들을 들고 연락을 취하는 모습은 북한군 병사들 사이에서 큰 파장을 낳았다. 북한군은 지금까지도 대대 급 이하 부대들에 무선 송수신기를 보급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 방송 후 북한 당국은 뉴스 시간대에 남한과 외국의 소식들을 동영상으로 전하는 프로그램을 없애버렸고 지금까지 그러한 관행을 이어왔다.

그렇다면, 조선중앙TV가 29일 방송한 ‘위기의 남조선, 비참한 민생’이라는 프로그램은 북한 주민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일단 이런 방송들은 ‘남조선은 사람 못 살 세상’이라는 1차적인 이미지를 주민들에게 심어주게 될 것이다.

실제 2000년대 들어 북한에 한국영화와 드라마가 유행하면서 주민들 사이에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도 늘었다. 이른바 깡패영화들이 유통되면서 한국에서는 백주대낮에도 깡패들이 칼부림을 하고 사람들을 마구 폭행하는 세상으로 인식하는 주민들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비참한 남조선의 모습’을 방영하는 횟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주민들의 의식은 ‘제3의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남조선 동영상’에서는 쓰레기장을 뒤지는 꽃제비의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 배고픔에 지쳐 철길에 쓰러져 죽은 아사자의 모습도 볼 수 없다.

결국 ‘남조선 동영상’은 북한 주민들의 어두운 기억들을 자극게 될 것이다. 지금도 주민들의 가슴속에 남아있는 ‘고난의 행군’의 쓰라린 기억, 지금도 배급도 없이 건설현장에 동원돼야하는 자신들의 현실을 직시하도록 만들 것이다.

문성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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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h 2009-08-06 12:42:53
    그걸 믿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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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ㅎㅎㅎ 2009-08-07 15:30:37
    거짓말도 백번하면 믿는다고 확신하는게 북한이잖아요. 거짓과 악으로 얼룩진 자신들의 과거를 과연 이런것으로 가릴수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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