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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젊은이들 이날만은 즐겁다. 8월28일 ○○○!
데일리NK 2009-08-27 12:05:00 원문보기 관리자 986 2009-09-01 15:19:34
한국 노래 부르다 들키자 “한국노랜줄 어찌 압니까”

이달 28일은 북한 청년절이다. 올해로 82주년이 됐다.

청년절의 모태는 2월 1일 사로청기념일(조선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이다. 이 기념일을 1991년 2월 중앙인민위원회 정령에 따라 8월 28일 청년절로 바꿨다.

당시 중앙인민위는 “김일성 장군님이 항일혁명투쟁시기에 청년운동 발전에서 획기적인 의의를 가지는 조선공산주의 청년동맹을 결성한 1927년 8월 28일을 기념하여 이날을 청년절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북한 젊은이들에게는 1년 걱정을 청년절만은 잊고 지낸다는 말이 있다. 왜그럴까?

이날을 맞아 북한 중앙청년동맹위원회는 중앙경축기념보고회를 진행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비롯해 내부 선전매체들은 일제히 청년절을 경축하는 내용의 기사들과 영상물을 내보낸다. 또 TV를 통해 청년사업을 위해 이룩한 ‘김부자’의 업적 선전과 각 분야의 청년들의 공적 등을 담은 ‘기록영화’들을 상영한다.

북한은 이 날을 기념해 노동현장에서 일하는 청년들은 오후 반나절 휴식을 준다. 사로총에 소속된 학생, 군인들은 하루를 통으로 쉰다. 또 각 분야의 청년들은 자신들의 실정과 조건에 맞게 다양한 경기와 예술 활동, 또는 야유회 등을 조직한다.

그러다 보니 이날 만큼은 고된 하루를 잊고 젊음과 낭만을 만끽하려는 젊은이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나이를 많이 먹은 아바이(아저씨)들도 "오늘 좀 시끄럽겠구나"하면서 넌지시 묻고 간다.

청년들이 많이 밀집 되어 있는 대학이나 공장, 기업소 청년조직들에서는 자체로 예술경연이나 체육경기 등을 조직한다. 회비는 청년들 각자의 회비로 충당한다. 생산 물품이라도 쥐고 있는 공장과 기업소에서는 청년절 행사에 물질적인 지원을 주기도 한다.

평안도 신의주2사범대학 학생들은 이날이면 학급별로 자금을 모아 압록강 주변으로 야유회를 나간다. 나갈 때 학생들이 반드시 지참하는 것이 있다. 바로 함께 먹을 음식과 녹음기다.

이날만은 학업과 경제적 불안정에서 오는 마음 고생을 훌훌 털어버리고 잠시라도 여유와 즐거움을 찾아보고 싶은 것이 젊은 북한 청년들의 마음이다.

사범대학 학생들은 준비한 음식들을 먹고 녹음기에 맞춰 노래와 춤을 즐긴다. 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한국노래 “바람, 바람, 바람”이나 “그때 그 사람”, “사랑의 미로”등이다.

압록강각(단둥 압록강 유람선 타는 곳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건물)에 나가면 강가에 앉은 사람은 다 보위원과 보안원이라고 말할 정도로 감시가 심하지만 이날만큼은 청년들의 놀이를 모르는 척 하며 놔둔다.

국내에 입국한 신의주 대학 출신 탈북자 이모 씨(30)는 “2007년 청년절 날 친구들과 압록강각 주변으로 야유회를 갔었다”며 “준비해가지고 간 음식을 맛있게 나눠 먹고 친구들과 줄 당기기나 꼬리잡기, 발목 묶고 달리기 등 여러 가지 게임을 했다. 북한 노래는 대부분 장엄하거나 행진곡이기 때문에 한국 노래를 틀어 놓고 즐겁게 춤도 춘다”고 말했다.

A씨는 당시 있었던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함께 놀러 간 친구들이 술을 한잔씩 하고 경기를 하며 놀다가 너무 만취한 상태가 됐다. 만취한 A씨는 야유회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친구들에게 “한국노래 참말로 신난다. 우리 북한노래는 너무 딱딱해서 재미없는데 한국노래는 감정이 좋고 춤이 절로 나온다”면서 “사랑의 미로”를 연신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토록 다짐을 하건만 사랑은 알 수 없어요 사랑으로 눈먼 가슴은 진실 하나에 울지요. 그대 작은 가슴에 심어둔 사랑이여”까지 부르고 있는데 뜻밖에 눈 앞에 보안원이 딱 버티고 서있는 것이 아닌가. A씨와 이 보안원은 평소에 알고 지내던 사이로 만나면 인사라도 주고 받곤 했다.

갑자기 나타난 그가 하는 말이 “야, 너 금방 뭔 노래 불렀냐?”, 그러자 화들짝 놀란 A 씨와 친구는 눈을 깜빡 거리며 “네? 뭔 노래요?”하고 물었다. 그러자 김 씨 보안원은 “야, 이 새끼야 너희들 금방 한국노래 부르지 않았어?”하고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술에 취한 두 사람은 정신이 몽롱한 가운데도 보안원에 대한 의식은 있는지라 몽롱한 눈으로 김씨를 바라보다가 흔들거리며 “뭐요? 한국노래요? 뭔 한국노래? 아참, 근데 보안원 동지는 한국노래인지 뭔지 어떻게 압니까?”하고 되물었다.

평소에 고정(고지식)하고 말이 적었던 이 보안원은 그 말을 듣자 당황해 아무 말도 못하다가 이내 한다는 말이 “야, 보안원이 한국노래도 알고 있어야 너희 같은 놈들 단속하지”라고 답변했다.

A씨는 다시 보안원에게 “근데 우리 부른 노래가 한국 노랩니까? 우리는 이게 한국 노래인지도 모르는데, 그냥 남들이 불러서 째포(북송 재일교포) 노래인줄 알고 불렀습니다”하고 답했다.

해마다 김일성 생일인 4.15가 되면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이 열린다. 여기에 참가한 총련계 재일동포들은 여러 가지 노래들을 창작해 가지고 와 공연을 진행한다. 북한의 고정적인 음악 스타일에만 익숙한 북한 주민들에게는 그들의 노래가 새롭고 더 재미나게 들린다. 때문에 해마다 4월축전이 끝나면 다들 재일동포 예술인들의 노래를 적어가지고 다니며 배우곤 한다.

무식한 척하며 한국 노래를 ‘째포 노래’인줄 알고 불렀다는 A씨의 말에 할 말이 없어진 이 보안원은 “이 새끼야, 노래를 불러도 좀 출처나 알고 부르라”고 윽박지르다가 돌아갔다고 한다.

그 때를 회상하던 A 씨는 “지금은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군인들도 오락회를 할 때면 전부 한국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군관(장교)들은 못 들은 척 한다”며 “보위부나 보안원들도 다들 그렇게 하기 때문에 중앙당 검열이나 시범 케이스만 걸리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군복무를 하고 만기 제대했던 탈북자 B 씨(28)는 “내가 복무한 부대(108호 훈련소 소속)에서는 해마다 청년절이면 대대에 모여 중대별 체육경기를 진행했다”며 “이 날은 아침부터 거의 하루 종일 공을 가지고 뛰어 다니던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북한군 대부분의 부대에서 이처럼 축구, 배구, 농구, 격투 등 구기종목이나 군사종목별 경기를 진행한다. 축구는 중대 별 대항에 결승까지 진행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려 점심식사 후에도 계속 경기를 진행해 오후 3~4시가 되어야 모두 끝난다고 한다.

저녁 시간이면 1시간~1시간 30분 정도 무도회를 진행하는데 “김일성장군의 노래”, “김정일장군의 노래”, “유격대행진곡” 등 김 부자 찬양 곡들과 경쾌하고 밝은 형의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춘다고 한다.

탈북자 C 씨(23세)는 “중학교 시절 청년절이면 청년동맹원들만(중학교 4학년 이상) 휴식(일부 학교들은 하루 휴교하는 경우도 있음)했다”며 “이날 체육대회를 조직하고 말타기나 통일열차(발목 묶고 달리기), 제기차기, 연날리기 등 여러 가지 경기들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끝나면 친구들끼리 강가로 놀러 가거나 한 곳에 모여 돈을 모아 음식을 사서 먹고 놀기도 하는데 중학생들인 이들도 역시 부르는 노래는 전부 한국노래들이었다고 전 씨는 말했다.

한국 나훈아 가수의 ‘잡초’나 강촌사람들이 부르는 ‘바위섬’도 1990년대 중반부터 북한 사람들 속에서 널리 불리던 노래들이다. 청년절은 말 그대로 김일성의 항일 정신 등을 선전하지만 일반 청년들에게 달콤한 하루 휴식을 주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듯 싶다.

유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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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칠월말 2009-09-11 19:02:49
    저두 북에서 많은 한국노래 배웠어요. 밤에 몰래 라지오 주파스 맞쳐서 듣곤 했어요. 젤 먼저 배운 노래가 당신은 모르실거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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