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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내년을 '강성대국의 원년'으로 정한 속셈은
주성하기자 2011-01-10 07:18:21 원문보기 관리자 940 2011-01-13 00:08:48

(※이 글은 자유아시아방송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전해지는 내용으로 1월 7일 방송분입니다.

남한 독자들이 아닌 북한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한 글임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조선중앙TV가 2일 새해를 맞은 평양시내 모습을 방영하면서 `강성대국 자력갱생'이라고 적힌 입간판을 소개했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올해는 주체 100년이 되는 해라고 하는데 어째서 평양은 예상외로 조용합니다.

신년공동사설만 봐도 “주체 100년은 인민생활 대고조의 불길을 더 세차게 지펴 올려 강성대국 건설에서 결정적 전환을 일으켜야 할 총공격전의 해”라고만 돼 있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강성대국의 원년으로 정한 2012년을 성대히 치르겠다는 계산인 것 같은데, 과연 내년이면 올해보다 상황이 좀 좋아질까요.

신년사설에는 내년 4.15를 김일성 민족의 최상 최대의 명절로, 인류사적 대경사로 맞이해야 한다고 돼 있던데 그걸 보니 대체 뭘 가지고 최상의 명절로, 인류사적 대경사로 맞이하겠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날에 집집마다 술 한두 병은 나눠줄 수 있을지조차 의문입니다. 여기 서울에서 술 한 병 가격은 버스 한번 타는 가격밖에 안되는데 말이죠.

욕망만 앞선다고 국가가 하루아침에 잘 살 수는 없는 일입니다. 내년이면 또 화려한 말 잔치를 늘여놓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를 테면 강성대국의 원년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원년이란 것이 무엇이냐, 사전에서 봐도 어떤 일이 처음 시작되는 해를 말한다, 그러니 이제부터 잘 살기 위한 운동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자 뭐 이런 식으로 둘러대는 것이죠.

원년이란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남쪽도 요새 원년이란 말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동아일보를 비롯해 한국의 언론사들은 올해를 미디어 빅뱅의 원년으로 규정하고 매우 긴장돼 있습니다.

여기서 미디어는 신문, 방송을 포함한 언론 산업을 말하며 빅뱅이란 우주를 탄생시킨 대폭발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다시 말하면 미디어 빅뱅의 원년이란 ‘언론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는 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한국 언론계에게 올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바로 올해부터 신문사가 텔레비젼 방송도 할 수 있게 허용해주었기 때문입니다.

북으로 치면 노동신문사와 조선중앙방송사가 따로 있던 것이 한 회사가 신문도 방송도 함께 내보낸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미 동아일보를 포함해 중앙일보, 조선일보, 매일경제가 방송사 진출이 허용이 됐습니다.

기존에 한국에는 KBS, MBC, SBS 이렇게 세 방송사가 방송은 거의 독점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갑자기 방송사가 4개나 더 추가돼 일곱 개가 생겨나는 셈입니다.

그러면 기존의 광고시장을 놓고 방송사끼리 치열한 전쟁을 치르게 됩니다. 비유하면 먹을 것은 그대로인데 세 명이 살던 집에 갑자기 식구가 네 명이나 더 추가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당장 먹고 살기 힘들어서 서로 다툴 것이고, 제일 약한 사람부터 굶어죽게 될 것입니다. 저 자신도 지금까지는 신문 기사를 쓰고, 라디오 방송을 하고 했던 것에서 앞으로는 TV까지도 출연해야 하는 등 커다란 변화가 올해부터 일어나게 됩니다.

사실 남쪽에 방송사가 3개 됐던 7개가 있던 북조선 사람들에겐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다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바깥 세상에선 이렇게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치열하게 경쟁하며 그 경쟁은 냉혹하기까지 하다는 것입니다.

신문?방송 결합은 효율을 중요시하는 시장경제하에선 매력적인 선택입니다.

신문과 방송에서 같은 기사를 각각의 기자가 가서 취재하기 보단 기자 한명이 기사를 써서 신문에도 쓰고 방송에도 쓰면 효율이 크게 높아지게 됩니다. 대신 기자의 업무강도는 더욱 높아지겠죠.

역시 잘 살려면 편하게 살면 안 되는 것입니다. 북쪽 농촌에서 산에 올라가 소토지를 일구면서 정말 열심히 아등바등 노력하는 사람은 잘 살지만, 그냥 대충 사는 집은 가난하게 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뒤쳐지는 것은 어느 기업도 예외는 아닙니다.

삼성은 북에도 잘 알려진 한국의 대표 기업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기업도 당장 몇 년 뒤에도 세계적인 기업의 지위를 유지할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해이돼 있으면 다른 외국 기업들이 치고 나옵니다.

이처럼 세계에선 당장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치열한 경제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이 경쟁에서 앞서 나가는 나라는 선진국이 되고 그렇지 못하면 후진국으로 갈립니다.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북조선이 잘 살려면 이런 전쟁터에서 남이 열 걸음 걸을 때 백 걸음 더 빨리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에선 남이 백 걸음 걸을 때 열 걸음도 못 걸어 점점 세계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데, 입에선 강성대국이라는 거창한 구호가 나옵니다.

강성대국은 말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죠. 북조선이 정말 잘살려면 강성대국과 같은 화려한 단어들을 짜내는 당 간부들만 우대받는 세상을 포기하고, 문을 적극 열어 외국의 발전된 기술을 적극 도입해야 하고 실력파 기술자들이 잘사는 나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겠습니까. 내년엔 대체 어떤 처지에서 세계를 향해 강성대국이라고 선전할지 벌써부터 궁금하군요. 말만 번지르르한 것을 따지면 세계에서 아마 최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람들도 거짓말인거 다 알면서도 어쩔 수 없으니깐 광장에 나와서 손을 흔들면서 ‘그렇게 하자, 그렇게 하자’고 억지로 화답하는 것이죠.

사람들이 더 이상 속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뻔한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할 말이 없는 정부나, 뻔한 거짓말인줄 알면서도 진짜로 믿는 것처럼 연기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사람들을 보면 저런 황당한 억지연극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답답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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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리원 ip1 2011-01-13 08:36:11
    2012 년 김정일 정권이 망하고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여 정말로 강성대국의 원년이 되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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