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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사진' 품에 안고 폭우 걱정할 OOO에게
데일리NK 2011-07-18 14:52:31 원문보기 관리자 585 2011-07-19 00:52:03

오랜 만에 비친 햇살에 모든 문을 열어젖혔다. 계속된 비로 마음까지 답답했는데 상쾌함마저 느껴지는 주말 오후다. 뉴스를 통해 장마전선이 북상함에 따라 본격적인 무더위가 올 것이란 소식과 북한 지역에 폭우로 큰 피해가 예상된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기상청은 19일까지 북한 전역에 많게는 150mm가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하니 그쪽의 친지들 생각이 더욱 간절해졌다. 폭우로 혹시 다치지는 않았는지, 각종 동원령으로 지친 가운데서도 가족들의 끼니를 위해 산비탈에 고생스럽게 일군 옥수수 밭은 무사할런지….

매년 반복되던 홍수로 인명, 재산피해를 당하고도 하소연조차 할 수 없는 그곳이 생각나 컴퓨터를 켰다. 이 편지가 전달되지는 못하겠지만 답답한 심정이 다소나마 풀릴까 싶어 이렇게 책상 앞에 앉아 그리움과 안쓰러움을 담는다. 

보고 싶은 맘 불같아도 볼 수 없는 OOO에게

모두들 어떻게 지내는지. 동무와 작별인사라도 해야 한다는 어린 딸의 칭얼거림을 뒤로하고 강을 건너지 2년이 흘렀어. 장사 밑천이라도 구해 돌아가야지 하며 잠깐 나온다는 게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지났구나. 

보고 싶고 할 말도 많은데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하구나. 비는 그쳤지만 마음속에는 다시금 장마가 시작된 것 같은 기분이야.

이곳은 비가 오면 TV에서 바로바로 알려주는데 근 20여 일 내린 비로 곳곳에서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는 뉴스가 연일 이어졌다. 도로와 하수도가 잘 정비돼 있는 이곳도 순식간에 쏟아진 폭우에 피해를 입었는데 그곳을 어떨까 걱정이 된다.

장마철만 되면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며칠씩 고생하던 기억, 얼마나 많은 비가 내리는지도 알 수 없어 피해를 감수해야 했던 그곳의 생활은 지금도 나를 한숨짓게 한다. 도로포장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우리 마을은 더 말할 것도 없을 것 같아 가슴 한켠이 아려온다.

홍수에 대비한 특별한 대책도 없이 단지 '1호 관리 잘하라'는 인민반장의 통보에 김일성·김정일·김정숙의 초상화를 안고 초조히 동이 트길 기다렸던 그 시절이 말이다.

뉴스를 보니 중앙TV에서 장마에 대비하라고 보도를 했다고 하던데 그러면 인민반회의가 열렸겠구나. 아마 인민반장이 집 둘레에 도랑을 파고, 석축을 쌓아 빗물이 집으로 침습하는 것을 막으라고 전했겠구나. 그리고 강둑을 정비해야 하니 몇 날 몇 시에 모이자고 했겠구나. 해마다 똑같이 했던 일이니 뭐….

오래된 집들은 지붕 위에 나무기와를 깔고 돌을 올려놓는 작업을 하고, 그나마 생활이 괜찮은 세대들은 유지(油紙)를 사서 지붕에 씌우겠지. 너희 집도 해마다 이맘때 지붕에 비닐을 씌웠던 것이 기억나. 아직 씌우지 않았다면 미끄러울 수 있는데 조심해.

특히 밤에 비가 내리면 더 걱정이 된다. 이따금씩 들리는 그곳 소식을 보면 전력사정이 더 나빠졌다고 해서 걱정이 많다.

2008년에 처녀애 2명이 물에 빠져 숨졌던 것도 전력사정으로 인해 일기예보를 듣지 못해서 그랬던 것 같다. 돌풍이 불 것이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배를 타고 나가지 않았을 텐데…. 시체라도 찾았더라면 마음이 덜 아팠을 텐데, 그 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칠흑 같은 어둠에 비까지 내려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어 허둥대던 그 모습이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을 것 같아 마음은 더욱 무거워진다.

사금을 채취하느라 여전히 산 주위에 막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지 궁금하다. 비가 오면 해마다 사고가 났었는데…. 2008년에도 그랬다. 산비탈에 막을 짓고 살던 옥심이네 세 식구가 폭우로 흘러내린 흙더미를 피하지 못해 목숨을 잃었었지. 지금도 그곳이 눈에 선한데 혹시 누가 이번 비로 피해를 입지는 않았는지 걱정이다.

OOO아, 생각나니. 향심이 할머니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말이야. 갑작스런 폭우에 집이 물에 잠겼을 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할머니를 구하지 못했잖아.

전기라도 있었으면, 사전에 긴급 대피방송이라도 했더라면 그렇게 어처구니없이 목숨을 잃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지금도 전력난이 심각하다는 그곳의 소식을 듣는 날이면 향심이 할머니의 파르스름한 얼굴이 기억난다.

내가 그곳에 있을 때만 해도 일기예보를 잘 해주지 않았는데 지금은 어떠니? 혹시 아직도 몸이 몹시 쑤시거나, 개구리가 집안에 뛰어 들어온다거나 하는 등 옛사람들의 말로 호우와 홍수를 예측하는 것은 아니겠지? 듣기로는 중앙TV에서 일기예보가 나온다고 하던데.

지역·일시별로 일기예보가 정기적으로 이뤄질 수만 있어도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을 텐데 걱정이다. 하루빨리 그곳도 경제적인 개혁이 일어나 이곳처럼 TV를 통해 일기예보를 보고 들어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000아, 묻고 싶고, 듣고 싶은 이야기는 많고 많지만 다음을 기약할게. 이번 장마로 주변에 마음 아픈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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