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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 유역이 예사롭지 않다
동지회 1260 2004-12-13 11:32:03
두만강 유역이 예사롭지 않다


11월 중순의 화창한 어느 날, 중국과 북한의 국경도시인 투먼(圖們)시에 있는 투먼강 공원의 전망대.

평양의 천리마 동상을 본떠 미니어처로 만든 ‘중조우호의 탑’ 옆에는 망원경들이 줄지어 있었다. 관광객들을 위해 투먼시와 마주보고 있는 북한의 남양 풍경을 보여주기 위한 것들이다. 그러나 그 망원경에서 북한 쪽으로 약 50m 떨어진 강가에는 5m 높이의 전봇대에 흔히 말하는 감시카메라, 즉 폐쇄회로 카메라(CCTV)가 북한을 향해 있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카메라는 중국과 북한 사이에 겨냥돼 있었다. 양쪽을 다 볼 수 있는 것이다.

CCTV 카메라의 사정권 안에 있는 가운데, 12살쯤 되어 보이는 한 소년이 기자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온다.

“아매, 10원(인민폐)만 주시오. 아니 5원이라도 주시오. 배가 고파 아무것도 못 먹었습니다.”

“너 어디서 왔니?” 기자가 물었다. “저기 건너편 남양서 왔습니다. 저 어머니 아버지 이혼하고 혼자 왔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너 저기 감시카메라 안 보이니? 중국 공안이 잡아가면 어떡하려고 그래?”

북한 군인 팬티 차림에 낚시

이 소년이 진짜 탈북 소년, 소위 말하는 ‘꽃제비’인지 조선족 소년인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 소년은 계속 얘기했다.

“저 감시카메라 있어도 일없습니다. 안 잡아갑니다. 좀 도와주십시오, 예?”

결국 소년과 함께 있던 친구에게 초콜릿을 쥐어주었지만, 꽃제비 소년이 투먼강 공원을 활보하며 구걸을 한다는 것은 믿기 어려웠다. 1만명 중국 병력이 진출해 있다는 두만강 유역 아닌가! 더구나 녹색 제복을 입은 중국 군인들도 이곳을 순찰하고 있었다. 이 소년이 떠나자 다른 할머니가 구걸을 하러 다가왔다. 그러지 않아도 감시카메라가 우리를 조준하고 있지 않은가! 관광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 소년을 만나기 1주일 전. 100m 떨어진 곳에서 진귀한 풍경을 목격했다. 북한에서 보면 남양시 외곽지역이었을 것이다. 원래 두만강은 반반씩 나뉘어져 있다. 반은 북한, 나머지 반은 중국이다. 때문에 중국 쪽에 있는 관광객들은 두만강의 반쪽밖에 건너가보지 못한다. 중국 당국에서는 건너는 데 관광료를 받는다. 그날도 오랜만에 두만강에 해가 비치고 따사로운 날이었다.

그런데 웬걸. 정오께 강변에 나가보니 두 명의 북한 국경 수비대원들이 팬티만 입은 채 낚시를 하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두 명 중 한 명은 중국 쪽 강어귀까지 걸어 들어와 그물을 붙잡고 유유히 고기를 잡고 있었다.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우리를 향해 돌을 던지더니 몇 마리 고기를 낚은 뒤 숲 속으로 사라졌다. 국경 수비대가 중국 측 사람들을 향해 돌을 던지다니!

두만강 유역 경계가 많이 느슨해진 걸까?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남양 쪽은 감시카메라와 인민군 몇 명뿐이지만 회령 쪽으로 오면 상황이 훨씬 달라진다. 회령과 마주보고 있는 중국의 산허(三合) 전망대에도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전망대에 올라갔더니 중국군이 접근을 막는다. 전망대 CCTV는 아예 봉고차 위에 있으며 그 안에도 군인이 지키고 있었다. 산허 세관에는 인민군들이 상인들을 지켜보고 있으며 인근에는 2층 높이의 흰색 인민군 막사 건물이 새로 지어졌다. 마당도 있고 울타리도 있다. 바로 20m 바깥은 두만강이다.

이곳에도 설치된 감시카메라가 북한과 강변도로를 향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산허 세관과 회령의 북한 측 세관을 연결하는 시멘트 교량 아래쪽에서는 간략한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었다. 그 현장 바로 옆에 있었으니, 간담이 서늘해지는 순간이었다.

함께 있던 조선족 가이드가 이야기 했다. “이거 중국이 조선(북한)에서 뭔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증겁니다. 그 전에는 이렇게까지 안 했습니다.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라고.

실제로 그러했다. 꽃제비 소년과 할머니가 구걸을 하고, 북한군이 중국 쪽 강가에까지 걸어와 고기를 잡는 일은 막말로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이라 눈감아 주는 것일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두만강 유역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보일 듯 말 듯한 통제, 느낄 듯 말 듯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것뿐 아니라, 살벌하게까지 느껴졌다. 과거에는 북한 주민들과 조선족들이 마음대로 건너다니던 두만강이 아니었던가!

녹색 군복의 중국 군인들 트럭째 이동

중국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북한의 온성, 또는 중국의 훈춘(春) 쪽으로 가면 더 확연해진다. 훈춘 가는 지방 도로에는 녹색 군복을 입은 중국 군인들이 트럭째 이동하는 모습과 무리지어 걷는 모습, 두만강변 막사 건설에 동원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러시아 국경 쪽으로 더 가보자. 이곳에는 아예 수킬로미터에 걸친 철조망을 접할 수 있다. 지금도 이 철조망은 계속 세워지고 있다. 왜 중국은 인적이 드문 이곳에 철조망을 만드는 것일까? 아직 아무 공식 발표가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은 추측해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소문으로는 중국 당국이 탈북자들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럼 왜 탈북자가 더 많이 건너는 산허나 우산(巫山) 쪽에는 아직 철조망을 치지 않았는가? 의문투성이다.

중국의 우다웨이 외무부 차관은 지난 11월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 내 인민군들이 국경에 1만 병력이 배치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근거 없는 보도”라고 일축했다. 그는 또 “이곳 정치적 상황은 안정되었으며 경제는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병력이 1만명인지는 인공위성이 관찰한 것이기 때문에 직접 일일이 세어보지는 않아 사실무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감시카메라가 주요 도시 맞은편에 속속 설치되고, 군인들이 군사훈련을 하는 마당에 과연 모든 것이 안정되고 평온한 것일까? 그 질문을 꽃제비 소년과 중국 국경까지 넘어와 물고기를 잡던 인민군에게 하고 싶다. /nk.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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