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뉴스

뉴스

상세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여론 뒷이야기
북한RT 2012-02-23 07:40:58 원문보기 관리자 718 2012-02-27 23:42:06

드디어 탈북자 북송 방지 문제가 한국을 넘어선 세계적인 이슈로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에 보고서가 제출됐고 세계 여론들도 강제 북송 문제를 조명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중요하게는 한국 정부가 드디어 수십 년 고수해 온 저자세 외교에서 벗어나 탈북자 문제를 국제적으로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어제 한마디 거들었죠. 하루 전엔 미 국무부도 탈북자 문제 언급했습니다. 동아는 물론 매일 1면이고, 이번 주 들어 조선과 중앙 등 주요 언론들도 1면을 털어 탈북자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지금은 참 크게 번졌습니다. 이렇게 커진 여론을 보니 참 감개무량합니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지난 두 주간 신문에 쓸 수 없는 뒷이야기들이 참 많습니다.

 

심양에서 8일 체포된 첫 팀은 사실 제가 이들이 연길을 떠날 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중국을 떠도는 탈북 꽃제비들을 구출하는 일을 하다보니 사연을 다 밝힐 수 없지만 이런 저런 사정들 알게 됩니다. 물론 체포된 사람 중에 ‘천원의 기적’을 통해 데려오는 꽃제비나 또는 구출조가 포함된 것은 아닙니다.

 

떠날 때부터 알고 있다 보니 체포 사실도 바로 알게 됐습니다. 체포된 다음날인 9일엔 체포된 12명의 명단을 모두 받았습니다.

 

탈북자가 체포되면 우선 돈으로 조용히 빼내는 것이 이 바닥에선 불문율입니다. 공안과 접촉하고 있냐고 물으니 "하는데 1인당 10만 위안 부릅니다. 그래서 12명 다 모아서 50만 위안에 뽑으려 지금 협상 중입니다"라고 하네요.

 

공안과 비밀접촉은 하고 있던 와중에 잇따라 심양에서 다른 팀이 잡혔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원래 중국에선 체포된 지 24시간 이내 뽑지 못하면 참 힘듭니다. 게다가 이번엔 수십 명이라 돈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첫 대량 탈북자 체포입니다. 애도기간 탈북자는 3대 멸족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단 말도 나오긴 하지만 어찌됐든 이번에 북송되는 사람들은 시범 케이스에 걸릴 것이 분명하죠.

 

지금까지 탈북자들의 북송을 보고만 있었는데, 이번엔 그냥 넘기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물밑 접촉이 실패하면 이번엔 한번 여론을 불러 일으켜 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11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칼럼 ‘아, 꽃동산’은 이런 배경 하에 탈북자 북송 문제를 이슈화시키려는 사전 준비 차원에서 쓴 칼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탈북자들이 끌려가는 증산교화소의 참혹한 모습이 어떤지 미리 보여준 것이죠.

 

하지만 언론 이슈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들의 구출이 먼저입니다. 돈으로 협상이 되면 제일 좋은 것이죠. 또  협상이 진행 중인 기간에는 이 사실이 공개되면 안 됩니다.

 

인터넷을 수시로 모니터했습니다. 혹시 외부에 알려지면 구출에 차질이 생기니까요. 그런데 데일리엔케이가 이틀 뒤인 10일 "탈북자 심양에서 10명 체포" 기사를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급히 전화 걸었습니다. 사실 협상이 진행 중이니 기다려 달라고…그들도 이 바닥을 잘 아는지라 고맙게도 기사를 내려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 어느 언론이 잽싸게 데일리엔케이를 보고 기사 받아썼더군요. 또 전화해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기사를 내려주었습니다.

 

10일 가족들이 외교통상부를 찾아가 도움을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우리 외교부는 언제나 그랬듯이 최선을 다한다는 말을 되풀이 합니다.

 

물론 저는 압니다. 조용한 외교란 사실 조용해달라는 외교라는 것을. 맨 날 최선을 다한다고 하다가 북송돼 나가는 것이 지난 몇 년 동안 되풀이돼 온 일이라는 것을. 최선 다 했는지 저희는 알 수 없습니다.

 

금요일에 외교부 담당자가 "위치 파악하고 있고 최선 다하고 있다"고 했지만 토요일에 현지 담당 영사와 전화해보니 그때도 찾으려 다니더군요. 제가 어디에 지금 구류돼 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위치를 알 수 있었던 것은 10일 거기 체포된 사람들이 한국 가족들과 통화했기 때문입니다. 중국 공안은 한국에 가족이 있다고 하니 통화까지 잘 시켜줍니다. 한 10분 넘게요.

 

닷새 간 전진이 없으면 포기하려 하고 월요일 자에 기사 쓰려 했는데 일요일에 하루만 더 기다려 달랍니다. 그래서 또 기다리는데 월요일에 전화가 옵니다. "돈 가지고 이젠 안 되겠습니다. 협상 포기했습니다. 20일까지 북송한답니다"라고 말이죠.

 

여론을 불러일으킬 때가 다가온 겁니다. 그러고 있는데 마침 월요일 오후 5시쯤에 국가인권위원회에 탈북자들이 긴급구제 신청했다는 뉴스가 연합에 올라옵니다.  연합 기사야 어떻게 내리겠습니까.

 

데일리엔케이에도 "그동안 기사 유보해주셔서 고맙고, 동아일보도 내일 쓰려 한다"고 전화해주었습니다. 진심으로 협조해주었는데 제가 거기보다 먼저 기사를 쓰면 안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회사에선 다섯 시간만 더 늦게 전화해주지, 우리 단독인데 벌써 언론에 나가면 김이 새잖아 하고 핀잔하지만 저는 다 같이 떠들면 더 큰 힘이기에, 또 단독보단 생명을 살리는 여론이 더 크다고 여겼기에 타신문이 기사 마감하기 시작한 10시에 전화해주는 꼼수는 부리기 싫었습니다.

 

그러나 역시나 그날 다른 언론들은 별로 주목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탈북자 체포됐다는 뉴스가 단골로 뜨는 것이 어디 어제오늘 일입니까.

 

저희 신문은 제가 10일에 편집국장을 만나 미리 이야기했습니다.

 

"탈북자들이 이리이리 대량으로 잡혔고 이번은 사실 어떤 의미가 있다, 그런데 이번에도 여느 때처럼 그냥 잡혔다 이런 내용만 쓰면 또 보도 나가고 그만이고 그러니 좀 독특한 방법으로 해보겠다. 김정은 시대 첫 대량 체포고, 이번 해가 한중 수교 20주년이니 중국도 내놓고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한번 정식으로 해보고 싶다."

 

국장이 "생각해보자. 중국과의 문제도 있고 하니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고 하십니다.

 

"후진타오 중국 주석에게 탈북자를 구해달라는 호소문 형식으로 편지를 써보려 하는데 편지가 뒤로 밀리면 힘이 확 빠지니 1면을 꼭 좀 내주셨으면 한다. 지금까지 15년 넘게 탈북자 문제는 중국이 어떻게 해도 한국 정부가 꼼짝 못하고 있는데 이제는 바꿀 때도 됐다. 그래도 한국의 주요 신문 방송에 탈북기자라고 혼자 있는데 내가 나서지 않으면 누가 자기 일처럼 나서겠냐…" 아무튼 이러루하게 이야기했습니다.

 

고맙게도 국장은 14일자 1면을 내주었습니다. 사실 동아일보 1면 그렇게 받기 쉬운 거 아닙니다. 거기다 일개 기자가 12억 중국의 주석에게 편지를 써서 1면에 싣는 그런 전례도 사실 쉽게 결정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기사가 나간 다음날 한나라당 정책회의에서 동아일보 1면 기사를 들고 이야기가 나옵니다. 정치권에선 박선영 의원이 대표적으로 계속 이야기꺼리를 만들어주었고요. 박 의원님은 얼마전 강제북송 반대 단식에 들어갔습니다. 일각에선 정치적 쇼를 한다고 비난하지만 저는 이런게 쇼라면 국회의원 모두가 쇼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당시엔 새누리당이 좀 떠드는 거 가지곤 어림없습니다. 움직이는 게 있어야 하는데 이거 뭐 흔한 시위도 처음엔 없습니다. 기사가 나가도 중국 대사관 앞은 한적했습니다.

 

사실 기자는 있는 사실 전하는 게 주 업무지만 이번엔 이렇게 메아리 없이 끝내버리긴 싫은지라 여론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전화도 막 돌렸습니다.

 

"형님, 알았어요"하고는 바쁜 일 다 팽개치고 선뜻 구호판을 메고 대사관 앞에 나가 1인 시위해준 임영규 사장처럼 정말 훌륭한 분들이 있음을 믿었기 때문이죠. 국회 조사관 이원근 박사님는 호소문을 작성해 직접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번역해 전 세계에 퍼뜨리기 시작했고 수십, 수백 만명이 이 글을 봤습니다.

 

여명학교 조명숙 교감님에게도 전화 드렸습니다. "사실 어른보다 탈북 청소년들이 호소하면 무엇보다 여론이 움직일 텐데. 친구들이 잡혀간다는데 나서 주십시오."

 

"방학인데…"하고 말꼬리 흐리시던 조 교감님…하지만 지난해 동아일보가 선정한 10년 뒤를 이끌 차세대 리더 100인에 선정되신 조 교감님은 역시 대단하셨습니다. 21일 탈북학생들은 물론 차인표를 위시해 연예인 수십 명까지 함께 나와 호소하니 모든 신문 방송 일제히 1면입니다.

 


여론 형성에 초기 3일이 문제였습니다. 주류 언론들 잠잠합니다. 다른 언론들이 침묵하면 힘이 빠지거든요. 그런데 사실 신문 입장에선 경쟁심리가 있기 때문에 다른 신문이 이끌고 나가는 이슈를 따라 받아쓰기 싫어합니다.

 

어쩝니까. 3일 연속으로 탈북자 기사를 매일 쓰면서 이슈를 끌고 나가기 위해 애썼습니다. 허나새나 후진타오 주석에게 편지를 썼는데 중국은 대꾸도 없습니다. 이대로 또 과거와 마찬가지로 무시 모드에 들어가 여론형성 실패하는 것 아닌가 걱정도 됐습니다.

 

탈북자 31명 북송 위기 / 후진타오 주석에게 보내는 편지 (이상 14일)
탈북자도 대한민국 국민 그들을 구출하자 / 정부 조용한 외교 버려라 중국 한국 요구 무시할 명분 없어 / 중국 공안의 대단한 북한 협조(이상 15일)
탈북자 북한 송환은 살인행위 중국 누리꾼들 비난 쏟아져 / 북한 체포조 2000여명 중국에서 활약(이상 16일)

 

이상 첫 3일 동안 제가 썼던 기사들입니다. 기사만 쓰면 차라리 편하죠. 언론을 기피하는 가족을 설득해 구명을 호소하게 하고, 탈북자 현 수감 상황 수시로 파악하고, 이미 약속했던 기고 마감일을 지켜야 하고, 활동가들과 현황 파악하고, 끊임없이 전화를 붙들고 정말 바빴습니다. 이달 전화비만 몇 십만 원 나올 예정입니다.

 

그 와중에 탈북자 가족들의 피타는 호소. 죽음의 색깔 낙인으로 한국행 탈북자 가려내는 중국 등등…후속 보도도 계속 이어갔습니다.

 

판이 커지는 게 느껴지는 것이 지지하는 메일이 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쑥스럽지만 중국에 있는 한 북한 주민이 제게 보내온 메일의 머리말만 그대로 인용합니다.

 

"인터넷을 통하여 당신과 당신의 활동에 대하여 알게 되였습니다. 인간의 자유와 권리, 참다운 민주주의를 위한 성스러운 사업에서 분투하고 계시는 당신에게 숭고한 경의를 표합니다. 당신의 붓과 펜은 그냥 간단한 붓과 펜이 아니라 그야말로 총대입니다. 앞으로도 백절불굴의 정신으로 끝까지 싸워주기 바랍니다……"

 

이런 메일들을 받는 사람은 쉽게 포기하기 어렵습니다.

 

"투먼 수용소 사진 있다"고 중국에 계시는 어떤 분이 전화를 해왔습니다. "수용소 사진보다는 북송 장면 없습니까. 수용소 사진은 이미 공개돼 있지만 북송돼 나가는 그런 사진 언론에 공개된 거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 거 있으면 딱이겠는데요."

 

대답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뜻밖에 찍어놓은 것이 있답니다. 자신에겐 없는데 다른 분이 찍은 것이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며 알아보고 보내주시겠다고 합니다. 21일자 동아일보 1면 사진 픽업트럭으로 끌려 나가는 탈북자 일가족 사진은 그렇게 얻어진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더 고마운 것은 스스로 나서준 탈북자들입니다. 지금까지 시위라면 몸을 사리던 탈북자들이 인터넷에서 스스로 약속하고 뛰쳐나온 것입니다.

 

특히 16일 광주에서 나서준 탈북자 분들이 여론의 불씨가 죽을까 말까 하는 기로에서 극적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데 아주 큰 역할을 했습니다. 시위를 주도했을 뿐 아니라 아이 맡길 곳이 없어 태어난 지 100일 밖에 안 되는 아이를 품에 안고 나온 지현아 씨를 보면서 정말 감동했습니다.

 

산후 부기가 채 빠지지 않은 몸으로 하루 이틀 아니고 매일 나옵니다. 이 분 증산교화소를 경험한 분이라 합니다. 이 분 한 명이 이번에 수십 개의 탈북자 단체들보다 더 커보였습니다.

 

 

저번에 기사에도 썼지만 새터민쉼터의 ‘소향’이란 아이디의 분도 인상적이었고요. 물론 탈북자가 아니더라도 시위에 나서주신 분들이 더 많습니다만 일일히 언급 못함을 양해해 주십시오.

 

이렇게 계속 움직임이 있으니 한동안 침묵하던 언론들 마침내 슬슬 따라옵니다. 이번 주 1면들을 털어 드디어 적극 나섭니다. 8일간 침묵하던 민주통합당이 여론이 주저앉지 않고 계속 이어지자 끝내 "북송 반대한다"는 논평 내놓습니다. 물론 현 정부 하에서 인권의 ‘인’자만 나와도 개미떼처럼 달려 나오던 부류들은 죽음을 앞둔 탈북자 문제에는 지금도 여전히 꿀 먹은 벙어리입니다.

 

하지만 여론의 힘으로 정부도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조용한 외교에서 벗어나 정식 유엔에 문제 제기 한답니다. 십여 년간 이어져 온 대중 외교 저자세에서 등 떠밀린 겁니다. 이건 큰 변화입니다. 다음달 북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제기한답니다. 유엔 보고서도 나온답니다.

 

드디어 중국이 3일 연속으로 신경질적인 반응 내놓습니다. 난민 아니라며 경제적 이유를 운운하며 원칙대로 한다고요. 누가 경제적 이유로 중국에 살겠답니까. 한국 가족 찾아서 경유만 잠깐 하겠다는데 경제적 이유 같은 동문서답은 뭡니까.

 

북송한다고 말은 그렇게 해도 이미 여론이 이렇게 커버린 이상 쉽지 않죠. 북한 지키겠다고 한중 수교 20주년이 되는 해에 한국 국민들에게 침을 뱉으면서 그렇게 하겠다고요? 해보시죠. 30명의 목숨값이 가볍진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세계적 여론 만들어봐야 탈북자들에게 도움이 되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외교부 일각에서도 그렇고 일부 언론들에서도 실리를 운운합니다.

 

이런 것을 보면 참 괘씸할 때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체포된 일반 탈북자 단 1명도 데려오지 못하면서 무슨 실리를 운운하는지 역겹습니다. 탈북자 문제에서 대통령과 한 약속조차 무시당하는 우리가 잃을 실리가 과연 있기는 합니까. 이번 일도 실리로 풀었다면 체포된 탈북자들이 한국에 올 수 있었듯 냄새 풍기는 기사도 있습니다.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죠.

 

13일 5시쯤에 연합을 통해 탈북자 체포 소식이 공개되자 요때라고 생각한 외교부는 책임을 국가인권위에 전가합니다. 비밀 협상이 진도 있는데 저기서 공개되는 바람에 틀어졌다고요…저는 입만 쓰죠.

 

모 외교부 당국자의 이런 이야기도 언론에 실렸습니다. "그동안 중국과의 양자협의를 통해 1만명 이상 데리고 오는 성과를 거뒀지만 2009년 이후 양자협의를 통한 해결이 예전처럼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요.

 

누군지 모르겠으나 저거 들으니 확 열불이 올라오던데요. 도대체 1만 명이란  황당하기 그지없는 허풍을 왜 칩니까. 양자협의를 통해 체포된 탈북자 과연 열 명은 데려왔는지 좀 알고 싶습니다. 이번만큼이라도 속 보이는 실리 타령 잠깐 내려 놓았으면 합니다. 그동안 실리 운운해서 성과를 조금이라도 보였다면 이번에도 차라리 거기에 기대를 걸고 싶었습니다.

 

이번에도 외교부 관련 기사 쓰려다가 내부 분열되는 것 같아 그만두었는데 이제라도 10년 넘은 똑같은 레파토리로 실리 운운하지 말고 한번쯤 책상도 두드려 보시기 바랍니다. 한국 외교관인지 중국 외교관인지 아리송한 사례 많다고 들었습니다.

 

대중 외교관들이 중국 앞에 지레 기가 죽어 있다는 원성이 높습니다. 일부 외교관들 탈북자  어떻게 대하는지 글로 적으면 파문이 적지 않을 일들 들은바 적지 않지만 오늘은 주제가 아니니 생략합니다.

 

물론 압니다. 중국이 자세를 바꾸지는 않을 겁니다. 탈북자 북송시키지 않으면 국경 지키던 북한 경비대원들부터 도망쳐 나올 것이고 북한 망할 겁니다. 그걸 용납할 중국이 아니죠.

 

하지만 언제까지 죽음의 북송길에 오르는 우리 형제들을 보면서, 과연 언제까지 침묵하고 가만 보고만 있어야 합니까. 이젠 양심이 허락지 않죠.

 

중국이 탈북자 잡으라고 북한 보위부 요원들에게 문을 열어주고, 중국 지도자 9명이 우르르 어린 김정은에게 머리 숙이면서, 한국에겐 이명박 대통령과 한 국군포로 가족을 보내준다는 약속까지 아무렇지 않고 짓밟아 버리는데 언제까지 이리 살아야 합니까. 이건 자존심이 허락지 않죠.

 

우린 한번쯤은 해봐야 하는 겁니다. 한번은 일어나야 하는 겁니다. 대한민국이 약소국입니까. 중국에게 그런 무시당하고 참고 살게요. 나중에 조용하게 해결할 건 해결하더라도, 한번이라도 좋으니 소리는 한껏 질려봐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설령 희토류 제재에 걸렸던 일본처럼 될꺼라고 우려되더라도, 그러면 우리만 손햅니까. 중국도 마찬가지로 이미지 구기고 망신당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탈북자 북송을 반대하는 여론이 이렇게 커졌던 적은 없습니다. 세계 무대에까지 옮겨갔습니다. 사상 처음입니다. 작은 불씨가 거대한 산불이 됐습니다. 산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분들이 이 추운 날씨에도 기꺼이 불쏘시개 역할을 감당해 주셨습니다.

 

제가 쓰다보니 제 중심으로 정황이 묘사됐습니다만 사실 많은 분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양심의 목소리를 따라 할 수 있는껏 노고를 바쳤습니다. 이번 일과 관련된 많은 숨은 영웅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또 이슈를 이렇게 키우기도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이번 계기로 뭔가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동아일보 1면을 통해 저는 한국에 가족 있는 탈북자는 한국 국민으로 증명해주자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사실 이건 필드에서 뛰는 사람들만 깊게 느끼는 문제고 지금까지 조용한 외교 하에선 공식 문제제기하기도 민감한 문제이지만 자꾸 중국 성토만 해서 답이 찾아지는 것이 아니 잖습니까.

 

현실적으로 수면 아래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결책을 찾자, 실무에 들어가선 이런 방법도 있다 하는 것을 제시하려는 의도였는데, 이것만 풀려도 매년 수 백 명의 체포된 탈북자들을 북송의 위험에서 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매년 수백 명이 어디 적은 숫자입니까. 오늘 아침 신문 나간 뒤로 당정 협의회 열렸다고 방금 들었습니다. 좋은 결론 났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이제 제가 할 일은 많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또 총선을 앞둔 한국 언론이 언제까지나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돌릴 수도 없습니다.

 

중국이 기다리는 조용한 때는 곧 올 겁니다. 사실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큰일을 한 것입니다. 이제 탈북자를 구출하기 위한 한국 외교의 힘을 봐야 할 때가 왔습니다. 북중 고위급 접촉이 잇따라 잡혔다니 기대해 봐야죠.

 

석방이 안 된다면 이게 끝은 아닙니다. 제겐 체포된 이들의 명단도, 일부 사진도 얻을 수 있고, 북한에 나가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 수 있는 북한 정보망도 있습니다. 만일 북송된다면 저들의 운명을 끝까지 추적해 국제사회 앞에서 중국에게 책임을 묻고 싶습니다. 아직 싸움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죠.

 

늘 북한의 협박과 음모에 맞서다가 중국까지 앞으로 적으로 만들고 살아야 하나 생각해보면 막막하고 답답하긴 합니다. 저는 중국을 좋아합니다. 중국말도 배워두었고요. 자주 가고 싶은데 앞으론 못 갈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그렇게 용기 있는 사람이라 할 순 없는데 어떻게 자꾸 두렵고 하기 싫은 역할을 하게 되네요. 그냥 기자로 할 말을 하려 했을 뿐인데, 탈북 기자로서의 책임을 피하고 싶지 않을 뿐인데, 죽음의 위험에 놓은 탈북자들을 보고만 있을 순 없었을 뿐인데…. 불행히도 저의 상대가 북한과 중국임을 탓해야 할까요.

 

그냥 전쟁터에서 도망치고 싶은 욕구를 눌렀을 뿐인데, 그냥 자기 자리만 지키려 했을 뿐인데 결국 목숨까지도 바치게 된 사람들을 생각하며 위안을 삼아야겠습니다. 세상엔 피할 수 없는 일도 있으니 그게 운명이겠죠.

 

오늘도 중국 어디에선가 한 무리의 탈북자들이 한국을 향해 떠났습니다…….

 

 

원문 보기

좋아하는 회원 : 0

좋아요
신고 0  게시물신고
  • 방패 ip1 2012-02-28 13:42:51
    관리자님 감동있는 글 잘 읽엇습니다. 노력한 많큼 성과가 있으면 얼마나 좋겟습니까 감사합니다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jumtek ip2 2012-02-28 21:08:23
    오늘아침새벽 유엔에서각국과논의있었다고함니다중국은점점궁지에몰릴것임니다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jumtek ip2 2012-02-28 21:15:23
    트위트를통하여 중국의비인도적을폭로하세요 온세계가다볼것임니다저도계속 중국처사에대하여몇번올렸음니다블로그에도 많은노력에 감사드림니다개인을회생해가면서 탈북자들이뭉쳐야함니다한목소리를내야함니다 고마운노력에찬사를보냄니다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댓글입력
로그인   회원가입
이전글
아직도 본질 파악 못하고 있는 외교부
다음글
한국행 탈북자는 빨간도장? 중국과 북한의 은밀한 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