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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RFA 10대 뉴스] ② 핵?경제 병진노선은 빛 좋은 개살구
자유아시아방송 2013-12-22 14:30:00 원문보기 관리자 557 2013-12-23 21:01:10

2013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2013년 한 해의 북한 관련 뉴스를 총정리하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오늘 진행을 맡은 이예진입니다.

‘10대 뉴스’ 두번째 시간은 박성우 기자와 함께합니다.

이예진: 박성우 기자, 안녕하세요.

박성우: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오늘의 주제부터 살펴볼까요?

박성우: 네, 먼저 준비해온 자료를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예진: 먼저, 핵?경제 병진노선은 뭘 뜻하나요?

박성우: 말 그대로 핵과 경제를 동시에 발전시키겠다는 뜻입니다. 북측은 지난 3월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고 김정은 시대의 국가전략으로 핵?경제 병진노선을 제시했는데요.
이건 김정은 시대의 정책 방향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는 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다시 설명해 드리겠지만, 이건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식의 시도이기 때문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이예진: 과거에도 비슷한 정책 노선이 있지 않았던가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1960년대에 경제?국방 병진노선이 있었지요. 1962년 12월 당 중앙위원회 제4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처음 제기됐고, 이후 1966년 10월 당대표자회에서 “경제건설과 국방건설을 병진시킬 데 대하여”라는 이름으로 공식화됐습니다.

이예진: 명칭은 동일하게 ‘병진’이라고 돼 있는데요. 내용은 어떤가요?

박성우: 이름은 비슷한데, 내용에선 큰 차이가 있습니다. 1960년대 김일성의 병진노선은 한국전쟁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을 추진하던 상황에서 한미일 삼각 안보체제의 출범과 중소분쟁의 격화로 북한이 자주적 국방력을 갖추어야만 하는 상황에서 제기됐습니다. 즉 말로는 병진이었지만, 실제로는 국방에 방점이 찍혀 있었던 것이죠. 이런 해석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없는 상태이고요.
그런데 올해 김정은 지도부가 제기한 병진노선은 정반대로 경제에 방점이 찍혀 있는 걸로 판단된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나 하영선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내놓는 평가인데요. 김정일로부터 물려받은 핵은 외부로부터 체제를 지키는 힘이지만, 내부를 결속하는 동력은 경제발전에서 나와야 한다는 거고요.
2012년 4월 15일 김정은이 처음으로 대중 연설을 했을 때도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건 “쌀밥에 고깃국”으로 상징되는, 수십년간 미뤄진 숙제를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걸로 해석되고 있고요.
따라서 이번 병진노선은 나름대로 정치군사적 안정성은 확보되었다는 판단 하에서 경제사회적 안정성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조동호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이예진: 그런데 한국의 박근혜 정부는 좀 다른 의견을 갖고 있지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청와대나 외교부, 또는 통일부의 고위급 관료들은 북한의 병진노선은 경제가 아니라 핵 개발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헌법과 당 규약, 그리고 공식 문건에서 북한을 핵 보유국이라고 명시할 수 있겠느냐는 거지요.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고 말한 걸 포함해서, 북한의 핵 보유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의지를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밝혔습니다.
지난 6월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칭화대에서 했던 연설 내용의 일부를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북한은 핵보유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세계와 교류하고, 국제사회의 투자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핵개발을 하는 북한에 세계 어느 나라가 투자를 하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내건 핵무기 개발과 경제건설의 병행노선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고, 스스로 고립만 자초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핵 6자회담을 통해서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면 언제든지 북한을 경제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의지도 동시에 밝히고 있다는 점을 참고로 말씀드립니다.

[PROMO]: 여러분께서는 미국 워싱턴에서 전해드리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연말 특집방송 2013 RFA 10대 뉴스를 듣고 계십니다.

이예진: 차근차근 여쭤보죠. 북한이 올 한 해 동안 ‘핵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도 강하게 표명했지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월 12일에 단행한 제3차 핵실험이었지요. 또 4월 2일엔 영변 원자로 재가동을 선언했고, 실제로 재가동하고 있는 걸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우방국인 중국의 반대와 국제사회의 가중되는 제재를 무릅쓰고 북한이 이렇게 핵 개발에 신경쓰는 이유가 있습니다.
핵은 북한이 갖고 있는 잠재적인 무력 수단이기도 하지만, 대외 협상을 위한 수단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지난 3월에서 5월 사이에 집중된 대남, 대미 ‘벼랑끝 전술’을 통해서도 잘 드러났는데요.
북한이 동북아시아가 떠들썩하게 '핵찜질'이니 '불바다' 니 하다가, 갑자기 지난 6월 16일에 국방위원회 대변인 중대담화를 내고 미국에 대화를 제의합니다.
핵 군축 회담을 통해서 평화체제를 만들자는 것이었죠.
다시 말하자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고요. 핵 보유국끼리 군축회담을 하고, 나아가 수교를 통해서 평화체제를 수립하자는 겁니다.
그런데 미국이 북한의 대화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았죠. 이렇게 되니까 북한은 전략을 바꿨습니다. 올해 하반기 들어서 “조건없는” 북핵 6자회담의 재개를 요구하고 나선 거지요.
하지만 한국과 미국 등은 북한이 먼저 “진정성”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6자회담 재개 방안도 답보상태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예진: 핵?경제 병진노선의 경제 부분도 좀 살펴보죠. 경제 개발을 위해서 북한 당국은 어떤 정책을 내놨나요?

박성우: 김정은에게 경제 문제는 시급한 사안입니다. 왜냐면 앞서 말씀드린데로, 공개연설에서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야만 애송이 취급을 받지 않고 할아버지(김일성)만큼 능력있는 지도자라는 인식을 만들 수 있으며, 집권 체제의 장기적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놓은 게 지난 3월 핵?경제 병진노선이고, 이어서 5월에는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했습니다. 또 11월에는 13개의 경제개발구와 신의주 특구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성공하려면 결국엔 외국 자본을 유치해야 합니다. 왜냐면 북한 혼사서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지요.

이예진: 결국엔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이 대목에서 나오는 거지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외국 자본을 유치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아시아개발은행이나 세계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건데요.
현재 북한은 여기서 돈을 빌릴 수 없습니다. 왜냐면 경제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이 제재는 북한의 비핵화 이전에는 풀 수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북한이 핵을 갖고 있는 한, 외자 유치는 불가능하다는 말이지요.

통일연구원 전성훈 원장의 설명을 잠시 들어보시죠.

전성훈: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외자유치와 투자가 필수적입니다. 특히 북한처럼 가진 게 없는 나라에서는 외부의 돈이 들어가야 경제개발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국제사회는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한다는 이유로 북한에 들어갈 수 있는 돈줄을 거의 끊어 놓은 상태입니다. 핵?미사일 개발에 쓰일 것으로 의심되는 모든 금융지원이 중단되었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번만 더 한다면 국제사회는 아마도 개성공단마저 중단해야 한다고 남한정부에 요구할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국제사회가 북한에 인도주의적 지원은 계속 하겠지만, 핵 보유를 고집하는 북한을 경제적으로, 통 크게 도와줄 국가는 없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핵?경제 병진노선이 성공하기 힘든 이유인 것이죠.

이예진: 알겠습니다. 박성우 기자,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박성우: 감사합니다.

이예진: 자유아시아방송의 2013년 10대 뉴스 제2편 ‘핵?경제 병진노선은 빛 좋은 개살구’편을 마칩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개성공단 폐쇄에서 재가동까지’편을 보내드립니다. 여러분의 많은 청취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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