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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고향의 추억
동지회 10 3266 2006-08-28 11:40:48
겨울은 어느덧 지나가고
나뭇잎은 푸르게 변해가고
개나리꽃은 노랗게 피여
봄 향기 풍기는데
이 달밤
꿈결에도 깨여나
두고 온 고향생각에 뒤척이며
잠 못 이룹니다.
슬픈 추억, 아픈 이별,
희비극이 엇갈려있는
꿈에도 그리운 고향입니다

누구에게나 그러하듯
고향의 모습은
너무나 소중한 추억입니다
무심코 지나던 솔 밭 오솔길
소 시적 늘 붙어살던
바다가 기슭의 너럭바위마저도
그 고향땅에서
이제는 머리에 흰서리 내린
나의 어머니
지금도 문 기척에
귀 기울이시며
언제나 돌아오랴
떠나버린 이 자식
목마르게 기다리실 겁니다.

떠나올 때 잘 다녀오라
문밖에서
펑펑 쏟아지는 눈을 맞으시며
오래토록 이 몸을
바래주시던 어머니 모습
이 가슴 저미어오는데
아 -봄이 되어
북녘하늘을 날으는
저 갈 새무리에게라도
부탁하고 싶습니다.
떠나간 이아들의 소식을
전해달라고

죽음의 유령이 떠도는
지옥으로 변해버린
고향의 추억이
이 밤도 주마등마냥
머릿속을 스쳐 지나며
그곳에서
아직도 모진 고생 속에
가물거리는 한 조각
초불 같은 삶을
이어가실 모습들이
눈앞에 삼삼 합니다

수십 년을 교단에 서있던
이웃집 백발의 대학교수
도고하던 모습 간곳없고
한 때를 에울
옥수수 한 근을 벌기위해
골목거리 구두수리에 나섰던 …
굶주림에 시달리다
죽어가던 동료들을 보며
괴이하게 변해가는
세상을 한탄하던 그 노인
무시로 스쳐지나가는
제자들의 눈을 피하며
걸담 센 아낙네들의
두리에 에워싸여
덮쳐드는 거지들과 씨름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그 노인은
지금도 그 골목에 앉아계십니까

반평생을 병원에서 보낸
나이 지숙한 노녀의사
존경받던 지인들의 눈을
마주치기 두려워
커다란 채양모자에
얼굴을 가리고
그 골목길에서
풋 강냉이 팔던 모습
잊을 수 없는데
지금은 어느 산골 부대기를 뚜지며
농사를 짓고 계시는지
분뇨에 이겨 심은 감자 싹 까지
모두 파먹어
그 여인을 울리던
뼈투성이 애들은
지금도 그녀의 속을 태우고 있습니까.

차장유리 한 장 없는 열차에
몸을 맡기고
늘 흡사 개미모양
커다란 옥수수 배낭을 지고
먹 거리 장만하려
온 농촌을 다 헤 매이던
마음씨 곱고 소탈하던
이웃집 아줌마
엄마를 기다리며
굶주린 배를 움켜잡고
온 동네가 떠나갈 듯
악다구니 쓰다가도
지쳐서 쓰러질듯
문 밖으로 기어 나와
옆집 개 구유의 밥알을
주어먹던 그 더벅머리 애는
지금은 어떻게 변 하였습니까

동네 방앗간
쇠 살 창문 밑에서
새까만 고사리 손을 내밀고
한 조각 국수 덩어리를
구걸하던 예닐곱의 소녀 애
돌덩어리 같은 그것을
그리도 맛있게
다람쥐 마냥 갉아먹던
그러다 억센 방앗간 아낙네의 손에
저만치 팽개치던
눈만 반짝이던 그 소녀 애는
지금은 어찌 되었습니까

봄이면
작은 녹 쓴 칼을 들고
송기를 벗기려 다니시던
백발의 뒷집 할머니
송기떡이 쑥떡보다 낫다
늘 외우면서
불편한 몸으로
온 들판 온 산판
다 헤 매이며 나물캐던...
그 칼날에 벗기 워
하얀 속살을 내 비치며
잎새가 누렇게 죽어가는
소나무 밭
그 광경을 보며
가슴이 아프다만
코 구멍 밑은 어찌하느냐고
갈퀴진 손으로 눈물 훔치던
그 할머니는
지금도 살아계십니까

해질 무렵이면
하루 종일 지친 몸을 끌고
한 끼 옥수수 국수사리
사러 나온 사람들
복새판을 이루던 그 골목시장
남루한 행색으로
행인들의 음식이며 돈을
낚구어 채던 꽃제비들
올빼미 눈을 해가며
약탈거리를 찾는
안전원과 목이 터져라
다투는 장사치들
아비규환 그 저녁시장은
지금도 그 골목에 있습니까.

아 - 그 모습이야말로
떠나올 때
저의 고향 모습 이었습니다
한 놈의 죽은 자를 길하기 위해
한 놈의 영락을 위해
온 나라 재산이 거덜 나고
수백만 백성이 굶어죽는
온 나라가 철창 없는 감옥으로 변한
그 모습이 바로
떠나올 때
저의 고향의 모습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결사옹위, 총 폭탄을 외치며
21세기 아큐마냥 죽어가던
그 모습이
바로 떠나올 때
저의 고향의 모습이었습니다.

낯설고 물 설은
서러운 타국살이
쓰디쓴 고배를
마시고 또 마시며
세월의 머나먼 여정을 에돌아
기적의 이 땅에서
성공을 꿈꿀 때에도
슬픈 고향의 추억은
나를 잊지 않게 하고 있습니다.
고향의 문밖에서
떠나간 이 자식 이제나 돌아오랴
애타게 기다리시는 어머니의 모습
더욱더 나를
굳세게 하고 있습니다.

기다려주세요
모든 것 버리고
고향 떠난 이 불효자식
어머니 주셨던
강의한 의지 밑 거름삼아
시련의 고비를 이겨내고
그 땅에 해 빛이 비쳐들 때
금의환향의 모습으로 돌아와
내 고향 꽃 필 그날을
부디 부디 그날까지
안녕히 계셔주세요

2006년 4월 24일 하나원에서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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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민 2006-09-03 17:40:45
    북한의 비참한 정경이 화폭으로 다가옵니다. 북한에서도 이큐를 아는지요? 북한의 진실을 폭로하는 좋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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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궁 2006-09-04 17:06:42
    한 마디의 거짓말도 사실입니다.
    떠나올 때 나의 부모님 모습과 이웃들의 현실입니다.
    아 Q는 중국작가 로신의 작품"아Q정전"에서 나오는 인물입니다. 아마 북한사람들도 그 소설을 읽어본 사람이 많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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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호라 2006-09-04 22:02:30
    이 시를 북한을 동경해 침을 흘려가며 찬양하는 강정구 따위 대학교수들이나 좌파들이 한번 보았으면 좋겠네...
    그들도 북한에 있었으면 처지는 다를 바 없었으련만...
    그들이 주장하는 것이 진보가 아니라 가장 수구적이며 반동적인 것입니다.
    어쩌면 현 남한에서는 진보와 보수의 의미가 엇바뀌여 불리우는 것 같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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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억의고향 2006-09-18 20:45:36
    잊으려고 애써도 잊혀짖않는 고향의모습,너무도 생동하게 그려내셔ㅆ어요.
    너무도 가슴아픈 추억 남아있어 떠 올리지 않으려 애써왔건만 글을보니 영화화면마냥 생동하게 살아 움직이는감이 드는군요. 8살된 손녀가 쑥떡을 먹고 알레르기 생겨 도 그냥 먹어야했고 햇빛을 쏘여 얼굴과 손등이 헐어 살이 문드러져 떨어져도 구제할길없는 엄마에게 두부밥 한번 먹었으면 좋겠다고 애절하게 죽어간 손녀가 눈에 선 해 흐르는 눈물 억제 못하겠어요.강정구따위에게 그 시를 보인들 뭘 하겠어요,,,진실을 오도하는 자작시라 하겠지요.오호라님 말씀처럼 진보와 보수의 진리가 바뀌여 해석 되는것이 너무도 안타깝고 가슴 아픔니다. 북쪽형제들이 북한말고 다른 세상을 봤을때 자신들의 처지가 아큐 였다는걸 깨닫겠지요,여기에온 2천년대의 실향민 우리들은 그나마 진실을 일찍 깨쳤기에 지옥에서 벗어날수 있었지만,,, 떠 올리지 않으려던 추억이 되 살아 나 가슴아려오고 눈물이 앞을 가려 오늘 밤 잠 못 이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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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빈치 2006-11-23 16:48:30
    너무도 선명한 북한의 모습이군요. 말로만 듣던 북한 모습을 실제로 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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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긋모닝 2006-12-28 21:58:34
    너무 울고감니다 고향! 꿈속에서도 헤메며 찿는 고향 그리도 잊을수없기에 매일밤 어머니만나고 동생만나고 안전원 새끼들에게 쫓겨다니는꿈을 꿈니다
    고향이 현실이 너무도 눈앞에 펼쳐짐니다 지난세월이 너무 부끄러워 직장동료들에게 그래도 먹고살만하다고 햇습니다 말을해도 이해를 못하니까,,이마음아픈심정어데다 다 표현하랴 언제면 김정일 떼떼 정권무너져 흰밥한그릇
    배부르게 먹는날 잇을가 하나님 빕니다 저북한을,,어텋게 해주옵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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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 2007-12-06 19:26:33
    시 잘읽고 갑니다. 잘 읽었다는 표현 외는 더 할말이 없군요 너무나 현실을 잘 담은 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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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인구 ip1 2011-08-10 19:12:23
    오늘 처음 읽었습니다. 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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