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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시]눈물의 끝은 어디(2)
동지회 8 17910 2007-03-15 23:53:10
시범사형의 이슬로 사라진 그녀를 추모하여

[북한에서의 시범사형]
그건 죄가 중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살던 고장에서 너무 배고파 쌀 두키로 반 정도 훔치고 총살 당한 청년도 있었다.
한때 한달이 지나기 무섭게 연속 나붙은 보안서 포고문 뒤에는 꼭 시범총살이 따라다녔다.
법이 위엄을 과시하기위해 인명을 가지고 장난한 천인공노할 그 만행을 역사는 기필코 계산할것이다.
굶주림을 조장해놓은 그 악의 사회에서도 살기남기위해 최악의 길을 걷다 비명에 죽은 그 모든 영령들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나는 이글을 썼다.
분이는 내가 만들어 낸 인물이 아니다.
실제 인물은 남자였지만 그는 사랑하는 자기 부인 앞에서 사형당했다.
구리줄 몇십메터 때문에 나이 30이 넘도록 북한정권에 충성했던 나의 친구 최성철은 그렇게 수만군중 교양감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부인은 그앞에서 남편의 머리에서 쏟아지는 뇌를 보고 까무라쳐 다시는 영영 일어나지 못했다.
처단가족으로 버림받은 그의 두 아이도 지금은 중국의 어느 들가를 헤매고 있을 것이다.
한편의 작품으로만 생각지 마시기를 빈다.
지금 이 시각도 때없이 일어날 대중학살 그 피바다 속에 검은 정체를 가리고 선군정치 강성대국의 명목으로 우뚝선 것이 바로 악마의성 북한정권임을 절대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눈물의 끝은 어디 2

20대의 꽃나이
물만 먹어도 살찐다고 아우성칠 한창 멋부릴 나이
하나 너무도 찌들었구나
이땅을 휩쓴 무서운 가난
구석구석 안고 있는 여인
여윈 얼굴 헐망한 옷 꿰어진 운동화
파란 핏줄어린 여린 손은 두려움에 덜덜 떨리고

차마 못 볼 것을 본 듯 진호 한숨 쉬며 돌아서는데
독을 쓰는 용태
끊어진 전화선에 선을 연결하고
갈매기 갈매기 하며 본부를 찾는다.

와락.
용태의 손에 들린 수화기를 잡아채며
우리 못 본 것으로 하자 응?
진호 간절히 애원한다.
무얼? 아니그럼 일급 범죄자를 용서 하자는거야?
오죽했으면.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전화선도 다 있고 그대로 이으면 되는데 용태 없던일로 하자.
안돼. 오래지 않아 정복을 입을 나야. 범죄자 앞에선 호랑이가 되라 한
보안서의 규칙을 난 어길수가 없어.

잘못했습니다.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네?
집에는 앓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굶주린 두 여동생도 있구요.
그애들에게 이 풀을 조금이라도 뜯어가게
저희들을 보내 주세요 네?

하나 그것은 공허한 부르짖음
벌써 당도한 자동차
그 속에서 쏟아지는 자동소총
아... 처녀의 가슴을 겨눈다.

우르릉
먼 하늘가에서 울어예는 뇌성
슬피 우는것인가?
알찬 먹잇감이 되어
바들바들 떠는 처녀의 불우한 운명
안타까이 쓸어보고 또 쓸어보고

그날저녁
차례진 한그릇 옥수수밥 챙겨 들고
진호 철이를 데리고 보안서를 나섰다.
사랑하는 누나를 구류장에 넣고 울먹이는 철이
밀려오는 구름장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멎어 버리고
하늘을 덮은 구름장 말끔히 걷힐때
우리누나 나와 함께 다시 이길을 걸을수 있을까?

이제는 누나도 없고
열두살 어린 어깨위에 얹혀진 무거운 짐
천근만근으로 지지 내리 누르는데
길가의 조약돌아 너마저 부럽구나
언제면 모진 목숨
아무런 구속없이 자유로울수 있으며
언제면 굶주림없이 편한 맘으로 목청 모아 웃어볼수 있을까.

마당안에 자란잡초 발목을 감고
간간한 신음소리 등골을 찢는다.
사람사는집이라 누가 말할 수 있으랴
꺼져가는 숨결로 암운이 드리운 집

쿨럭 쿨럭 아츠런 기침소리 망막을 흐리우고
노란 얼굴의 퉁퉁 부운 어린자매
기운없이 머리를 들때
진호 또다시 자책에 가슴을 찢기운다.

아 내가 도대체 무슨일을 저질렀단 말이냐
모멸감에 얼굴을 들수 없어 말없이 부엌으로내려가
머릴 들지 못하는 진호
널려 있는 삭정이를 긁어 불을 지핀다.

한 그릇의 옥수수밥으로 쑤어 논 죽
오손도손 나눠 먹으며
그래도 행복한 미소를 흘리는 아이들
막내인 순이 뽀르르 달려 가더니 어설프게 짠 나무함 들고
진호에게 달려 왔다

아저씨 밥 다 먹었으니 이젠 공부해요
그래 내 오늘은 너희들 선생님 되어주지.
아이 좋아
두 아이 짝자그르 손벽치며 좋아라 마주 않는데
학습장 가져 와야지
진호 으르는데
이거 학습장인데? 오빠가 만들어 줬어

앞에놓인 나무함 가리키는 순이
그속에 담긴 모래 진호의 눈뿌리 긁는다.
이걸로 공부한단 말이냐?
그럼, 자 봐요 가갸 거겨 언니보단 내가 더잘쓰죠?
꼬챙이로 글을 쓰곤 해시시 웃는 분이의 맑은 모습

아무것도 안 보인다
아무것도 보일수 없었다
뿌옇게 시야에 안겨 오는건
허탈과 저주의 얄미운 구름장들뿐

아 너무도 추하구나 이 세상
너무도 역겹구나 이 시대
어쩌면 애들의 선명한 눈동자 앞에
그리도 부끄럼 없이
역겨운 그 속내 꺼림없이 드러내는것이냐

학습장 대신 모래판을 내 주고도
이 땅이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사회주의 낙원이라고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외쳐대는
이 시대의 위선을 진호 너는 무장으로 받든 도살자.

애들에게서 빼앗다 못해
이젠 삶의 기둥마저 송두리채 뽑아간
피도 눈물도 없이 악취를 풍기고 피를 먹고 사는
이 시대의 추악한 사생아가 바로 너 아닌 나였다.

진호 몸부림친다
너무도 가혹한 이 시대를 뿌리치려.
하지만 지옥의 함정은 끝간데 없이 깊었다
이제 그 깊고 깊은 함정속에서 또 어떤 아비규환의 한성이 터져 나올런지
아무도 아무도 예상할수 없었다.

계속

2007년 3월 15일 이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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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주인 2007-06-07 15:47:13
    이글 잘 읽고 갑니다. 저는 호주에 사는 한국인 입니다. 우리민족의 고통에 눈물이 납니다. 지금까지 마음속으로만 북한동포들의 고통을 이해해왔으나나 같은 사람이 도움이 될수 있는 일을 찿아야 하겠읍니다. 북한에서 고통받는 분들 꼭 견디고 희망을 잃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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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흐뭇 2008-03-20 21:20:23
    관리자님께 눈물의 끝은 어디 3은 없으세요. 빨리 올려 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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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풍 2008-04-05 21:27:37
    많은것을 잊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지명씨의 글은 읽으면 읽을 수록 그 다음이 기다려지네요. 부디 좋은 글을 많이 올려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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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명 2008-04-24 01:14:28
    이글은 이지명님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2008-08-25 21: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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