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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작가 : 박팔양 (1930) ] - 시
도우미 5181 2004-11-06 07:30:49
저자이름 :박팔양 ( 생평 )

대표작품

(1930)


작품소개 : (1930)


날더러 진달래꽃을 노래하라 하십니까
이 가난한 시인더러 그 적막하고도
가냘픈 꽃을
이른 봄 산골짜기에 소문도 없이 피였다가
하루 아침 비바람에 속절없이 떨어지는 꽃을
무슨 말로 노래하라 하십니까?

노래하기에는 너무도 슬픈 사실이외다
백일홍처럼 붉게붉게 피지도 못하는 꽃을
국화처럼 오래오래 피지도 못하는 꽃을
노래하느니 차라리 붙들고 울것이외다

친구께서도 이미 그 꽃을 보셨으리라
화려한 꽃들이 하나도 피기전에
찬바람 오고 가는 산허리에 쓸쓸하게 피여있는
봄의 선구자 연분홍빛 진달래꽃을 보셨으리다

진달래꽃은 봄의 선구자이다
그는 봄소식 먼저 전하는 예언자이며
봄의 모양을 먼저 그리는 선구자외다
비바람에 속절없이 그 엷은 꽃잎이 짐은 선구자의 불행한 수난이외다

어찌하여 이 가난한 시인이
이같이도 그 꽃을 붙들고 우는지 아십니까?
그것은 우리 선구자들 수난의 모양이
너무도 많이 나의 머리속에 있는 까닭이외다

노래하기에는 너무도 슬픈 사실이외다
백일홍처럼 붉게붉게 피지도 못하는 꽃을
모진 비바람 만나 흩어지는 가엾은 꽃을
노래하느니 차라리 붙들고 울것이외다

그러나 진달래꽃은
오려는 봄의 모양을 머리속에 그리면서
찬바람 오고 가는 산허리에서
오히려 웃으며 말할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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