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1백만원 병원비…애타는 '새터민' 양님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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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가명,10세)와 금문(가명,3세). 두 아이는 아버지가 다르고 태어난 나라도 다르다. 하지만 최양님(가명,39세)씨의 소중한 자식이자 둘도 없는 핏줄이다. 대구의 한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양님 씨는 이른바 ‘새터민’이다. ‘새로운 터전에서 삶의 희망을 갖는 사람’을 이르는 ‘새터민’은 북한 탈북주민을 새롭게 부르는 순우리말이다. ‘새로운 터전=삶의 희망’ 이라는 등식을 이뤄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리 순탄하지 못하다. 1998년 겨울, 언 강을 건너는 데에는 몇 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하루 한 끼리라도 사람답게 먹어보자”는 심정 하나로 형제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 일을 감행했다. 그러나 막상 중국에 가 닿으니 돈에 팔려가 원치 않은 생활을 해야 했다. 봉화를 낳고 5년 넘게 중국에서 살았다. ‘살아있다’는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양님 씨의 표현대로라면 “밥 먹고 숨 쉬는” 정도였다.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고 수시로 거주지를 옮기며 중국 공안을 피해 다녀야 했다. 식당에서 일하다가도 호구조사를 나오면 뒷문으로 도망치는 위태로운 생활의 연속이었다. “나라 없는 백성은 상갓집 개만도 못하다고 하잖아요. 두 번 다시 그렇게는 못 살 것 같아요. 배고픈 것도 싫고, 도망 다니는 것도 두렵고…. 봉화한테 너무 많이 미안해서 마음이 아파요.” 2004년, 제3국의 도움을 받아 봉화를 데리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하나원(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사무소)에서 교육과정을 수료한 뒤 대구에 정착하게 됐다. 주민등록증과 맘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엄마를 따라 도망만 다니던 봉화는 어느 덧 여섯 살이 되었다. 봉화의 성장을 늦출 순 없나요? 그런데 운명의 장난일까. 행복이 찾아올 찰나, 봉화의 몸에 이상이 있다는 걸 알았다. 1년 전 금문이가 기관지염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였다. 봉화의 성장상태를 본 의사는 정확한 검진을 받아보라고 일렀다. 검사결과 ‘사춘기조숙(특발성)증’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흔히 ‘성조숙증’으로 불리는 이 병은 마땅한 원인 없이 저절로 생기는 ‘특발성’이다. 봉화는 아홉 살에 이미 2차 성징의 신체적 변화를 겪고 있었다. “그냥 조금 이상하다 싶은 정도여서 큰 걱정을 안 했는데 지금 성장치료를 멈추면 봉화는 금세 월경을 할 것 같아요.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제일 좋아하는 아이인데 놀림감이 되는 모습은 차마 못 볼 것 같아요.” 봉화는 일 년 여 전부터 한 달에 한 번 성장억제치료를 받는다. 동시에 매일 하루에 두 번 성장호르몬주사를 맞아야 한다. 발육은 늦추고 키는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문제는 성장호르몬주사가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매월 1백 만 원이라는 목돈이 고스란히 들어간다는 것이다. 처음 몇 달 간은 당장 돈을 마련할 방도가 없어 성장호르몬주사를 맞지 못했다. 다행히 천주교재단에 도움을 구해 최근 7개월 동안은 약값을 해결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어렵게 된 상황이다. 지금 성장호르몬치료를 중단하면 그동안 들인 노력과 돈은 모두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양님 씨는 앞으로 2년 더 치료를 받아야 하는 봉화가 안쓰럽기만 할 뿐이다. 양님 씨는 정부보조금 70만원으로 두 아이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대구에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친구의 소개로 만난 남자와 헤어진 뒤 금문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다. 금문이가 아직 어려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 “아이만큼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힘들어도 나중에 크면 봉화와 금문이는 서로의 버팀목이 돼 주지 않을까 하고요.” “귀여운 동생이 있어 너무 좋다”는 봉화의 얼굴은 해맑기만 하다. 그러나 ‘새터민’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사는 것도 만만치 않은 현실 속에서 봉화의 병원비는 늘 엄마 가슴을 졸이게 하고 있다. 악몽 같던 탈출 기억을 겨우 잊고 사는 이 가족 앞에 먹구름 하나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최양님 씨 가족에게는 네티즌 모금액과 우리투자증권 직원들이 십시일반 모아주신 후원금이 함께 전달됩니다. ※ 최양님씨 가족(대구)에게 도움을 주시길 원하시는 분은 월드비전(☎ 02-784-2004)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파이뉴스 서춘희 기자] chseo@pimedia.co.kr 따뜻한 사람들의 희망연대 '파이뉴스' 야후에 실린 안타까운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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