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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남한으로 온 아내와의 사 년-열 번째 이야기
Korea, Republic o 모차자 1 1469 2011-01-04 19:05:36
이제 해가 바뀌었으니까 제목을 북한에서 남한으로 온 아내와의 사 년으로 바꾸겠습니다.

 

경인년의 마지막 날 31일에 아내에게 선물할 책과 연하장을 고르면서 일년이 유수와 같구나하고 속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책상에 앉아 아내에게 보내는 네 번째 연하장을 쓸 때에는 정말 세월이 쏜 살 같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헛헛하였습니다.

 

옷 깃만 스쳐도 인연인데 이 사람과의 이 어렵고 힘들고 고귀한 인연이 영겁회귀(永劫回歸) 하기를 간절히 비는 마음을 금년에도 아내에게 보내는 연하장에 글로 담았습니다.

 

둘이 저녁 식사를 하면서 복분자 한 잔으로 송년건배를 하였습니다.

 

서로의 건강을 기원하며 우리의 행복을 축원하였지요.

 

서로에 대한 각고의 노력도 약속하였구요.

 

제 글 올림이 모두 함께 고민하고 모두 같이 행복을 나누는 인심 후한 글마당이 될 수 있도록 격려와 충고를 주시는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식당 문을 들어서자마자 당연 저의 눈은 나의 피앙세를 찿았지요.

 

물론 곁눈으로

 

하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저 선임들의 뒤를 좇아 자리에 앉았습니다.

 

사실 속보일까봐 제대로 살펴 볼 수도 없었습니다.

 

복무원이 오기 전까지 옆의 주재원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오모! 아내초움초롬 손생님! 오늘도 오셨네요~!”

 

하고 갑자기 들려온 또로로롱~” 하는 상큼한 소! !

 

희한하게도 북한식당 여성복무원들의 발음은 꼭 발음으로 들립니다.

 

약간 비음이 섞인

 

그래서 더욱 대단히 매혹적으로 들렸습니다.

 

속은 으허헉!’ 숨이 멎었습니다

 

그러나 겉으로는 (참착하자. 침착하자. 침작해야하느니라)“. 네 안녕하셨어요?”

 

오호호홍~ 아내초음손생님 오늘 대단히 바쁘셨지요? 일 없습니까~?”

 

그녀는 시원시원하고 거침없는 말투로 밝은 미소와 함께 반겨주었습니다.

 

(바쁘긴 많이 바뻤는데 일없습니까????? 뭔 소리감??????)

. 네 업무가 많네요.”

 

지금은 남한 사람들 대부분이 그 뜻을 알고 있는 단어이지만 당시에는 누가 일러주기 전까지 이해가 어려웠습니다.

 

그녀

“?????????????”

 

어제는 여러가지로 황망한 상황이어서 제대로 살펴 볼 수가 없었는데 두 번째가 되었다고 약간의 여유가 생겨 옥소리의 얼굴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 역시 남남북녀라고 했던가.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인데도 그야말로 우윳빛이었고 인상은 대단히 투명하고 맑으며 밝았습니다.

 

요란하지 않고 조용하면서도 활달하였습니다.

 

그런데 사실 제 아내와 주변의 북한에서 오신 여성분들을 실재로 보면서 느끼는 바는 북한여성분들이 대단히 적극적이며 솔직 담백하다는 것입니다.

 

남남한사람들처럼 에둘러 말하거나 내숭을 떨지 않고 당당함으로 자신의 생각을 명쾌하고 명확하게 표현하며 행동 또한 그러하다는 것이지요.

 

때때로는 강도가 조절되지 않아 오해와 마찰을 일으키는 경우도 종종 있기도 하기는 합니다만.

 

어"어제는 대단히 바쁘셨으니까 오늘은 해장을 하셔야지요.”

“  "해장에는 얼큰하고 시원한 명태국이 가장 좋습니다.

 

   "예의약간 반음 높은 음정으로 깔끔하게 가자미식혜, 도루메기찜 등 음식안내를 해 주었고 곧 진수성찬이 상위에 올라왔습니다.

 

역 역시 어제와는 달리 다소의 여유로움으로 며칠 전만하더라도 먹어보리라고 상상할 수 없었던 북한의 음식들을 천천히 맛보기 시작하였습니다.

 

과 과연 속풀이 명태국이었습니다.

 

짭 짭짤한 가자미식혜는 그야말로 밥도둑이었고 알이 오독오독 씹히는 도루메기찜은 강릉의 도루 묵찜과는 전혀 색다른 맛이었습니다.

 

더 더해서, 오랜 단절과 不促의 대상인 북한과의 홀연한 만남이 많은 복잡한 감회와 또 다른 깊은 은맛을 얹어 주었습니다.     

 

물론 북한 술도 나왔습니다.

 

어제는 어리바리한 상태에서 주는 데로 받아 마시느라 알 수 없었는데 오늘은 술 한잔을 마시면서도 유심히 읽어보는 북한 술병의 술 이름과 글자체, 그리고 하나 하나의 획이 옛 조선의 느낌을 강렬하게 주었습니다.

 

처음 대면하는 북한의 사람들과 음식 맛과 분위기를 차근차근 살펴보면서 머리와 마음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깊은 관심으로 채워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사실 속이 안정되었다고 해도 완쾌의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첫 잔은 그야말로 모두에게 사약이었습니다.

 

하지만

 

브라보! 위하여! 마시고 죽자!!!!!”를 외치며 죽음을 불사한 전투에 돌입했습니다.

 

그런데 몇 순배 술이 돌자 여성복무원이 섬섬옥수로 술을 따르는 것이 아닙니까?

 

남한의 식당에서 종업원이 손님에게 술 따르는 것이 어디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입니까?

 

더구나 북한의 여성으로부터 술을 받다니!

 

저는 이미 취기가 오르고 있는 상태여서 더욱 기쁘기 이를 데 없었고 가슴이 벅차 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사실은 어제 술을 따라 받았는데 경황 중에 기억이 없어 처음 받는 줄 알았습니다.

 

 

아니 금녀동무 이런 법이 어디 있소?”

내가 고참인데 고참순서로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소?.”

 

당연 강력한 태클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일촉즉발 긴장의 순간!

 

오호호홍 남조선 선생님들은 성격이 매우 급하신가 보아요.”

처음아내 손생님은 중국이 처음이시고 우리 북조선식당도 처음이시니까 먼저 부어드리는 겁니다.”

 

역시 이 날도 반갑습니다’, 섬섬옥수와의 춤, 다양한 북한 소주,로 북한과의 만남이 뜨겁게 이어졌고 마칠 때는 북한에서 개사한 양희은의 아침이슬을 북조선 여성동무들은 개사한 내용으로 우리는 원곡으로 소리 높여 부르며 간절한 소망 통일을 외쳤습니다.   

 

당시는 한국과 중국의 수교초기여서 남한 사람이 중국에 얼마 없었고 지금처럼 북한 식당에 남한사람의 출입이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심양에서 우리가 가던 북한식당 복무원들의 남한사람들에 대한 스스럼없는 태도는 대단히 의외였습니다.

 

며칠 뒤 저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됩니다.

 

낮에 북한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주재원 중 한 사람이 사무실에 들어서면서

아내처음선생님 긴장하고 제 말을 들으셔요. 북조선식당의 금녀동무가 북조선으로 돌아갔답니다.”

 

~~~!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나의 피앙세 말투를 흉내내면서 동료 주재원이 하는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달음에 북한식당으로 달려갔습니다.

 

어머! 선생님 이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

시간이 네 시경쯤 되어서 식당은 저녁영업준비에 분주했습니다.

 

이젠 얼굴이 익은 여성복무원 중 하나가 반갑게 인사하며 맞아주었고 지도원동지도 지나가며 눈인사를 하였습니다.

 

아 네. 점심을 아직 못해서요. 이따 저녁을 먹어야 하니까 간단하게 국수 한 그릇만 말아주시겠어요?’

어머 몹시 시장하시겠네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금방 내오겠습니다.”

 

고맙게도 서둘러 뜨끈한 국물에 국수를 말아 가지고 종종걸음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국수를 국물에 섞으면서 짐짓 모르는 척 ? 금녀씨가 안보이네. 어디 갔나봐요?” 내숭을 떨었다.

 

금녀동무는 근무시한이 되어 어제 우리조국으로 돌아 갔습니다.”

 

 

“…”

 

 

~~~!  조국

그녀의 조국

우리의 조국이 아닌

 

 

그렇게 그녀는 그녀의 조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북한식당에서 근무하는 복무원들은 꼭 우리조국이라고 합니다.

 

그녀도 그랬습니다.

 

손생님 우리조국에서는 말입니다. 종달종달…”

손생님 우리조국은 그것이 이렇구 저렇구 또로롱 또로롱…”

 

그렇게 우리조국을 입에서 떼어놓지 못하던 그녀는 우리의 조국이 아니 그녀의 조국으로 돌아갔습니다.

 

국수를 두어 젓가락 휘젓다가 벌떡 일어서며,

! 이런 내가 정신이 없네. 중요한 약속이 지금 시간에 있는데 깜빡 잊고 여기 왔네. 미안해요. 다 먹지 못하고 가서. 이따 저녁식사하러 올게요

선생님 시장해서 괜찮으시겠어요?”

 

복무원의 걱정을 뒤로하고 무엇에 쫒기는 듯 황급히 북한식당을 나와 이미 어둠이 깊이 내린 심양서탑거리로 나섰습니다.

 

낮낮에 살짝 녹았다가 얼기 시작한 진창을 버석거리며 촌스러운 빨간 네온불이 빤짝거리는 서탑을 이리저리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녀의 조국

우리조국

우리의 조국

 

그 조국들이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아픔으로 상처를 내고 있었습니다.

 

특히 그녀가 돌아가버린 그녀의 조국

 

아무 허름한 중국식당에 들어가 아무 채나 시켜 놓고 중국 컵 술을 달라고 해서 단숨에 들이켰습니다.

 

옆자리에 있던 중국사람들이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 보았습니다.

 

아시지요? 컵에 뚜껑 덮어놓은 술.

 

두 컵을 원샷하니 조금 마음이 안정되었습니다.

 

마음은 안정되는데 통증은 점점 더 커지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마쳐야겠습니다.

 

추운 날씨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再見!

 

2011 1 4일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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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황 ip1 2011-01-04 20:35:50
    선생님의 피앙새를 만나는 결말을 빨리 보고십은데 이러다 지쳐 못보면 어쩌나...
    진도 팍팍 좀 빼세요.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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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방울꽃 ip2 2011-01-05 00:56:26

    - 은방울꽃님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2011-01-05 00:5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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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방울꽃 ip2 2011-01-05 00:59:08
    봉황님//

    꼭 좋은글에 훼방하는 분이 계시네욤^^*~~ ㅎㅎㅎ
    윗분같이 간섭하는 분때문에 드라마가 삐툴빼틀 갈팡질팡하다가 산으로 가곤 하죠.
    근데 실화까지 뉴스나 보고서를 만들 셈이예요?
    시나리오 작가가 감독이나 제작자에게 압력을 여러번 받다보면 제글이 안나와요.
    독자들이 할 일은 좋은 감상문과 응원이랍니다. 봉황님?
    결말과 요지만 원한다면 그게 뉴스지 사람사는 얘기인가욤^^ㅎㅎㅎ
    재미있게 잘 봤읍니다. 모차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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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차자님 ip3 2011-01-05 01:00:41
    이제부터는 박진감이 넘치네요 글을 참 잘 쓰십니다. 다음호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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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초롱 ip4 2011-01-05 14:11:00
    설마 조국에서 다시 못 돌아오는 건 아니죠?
    쉽게 돌아올 수도 없겠는데 초조해져요. 그런데 두번 보고 귀국 소식에 놀라 식당까지 가서 국수를 시킬만큼 모차자님이 혼이 빠졌나요? 선임분들은 다 유부남이겠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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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찍 ip5 2011-01-05 14:15:57
    모자차님 넘 솔찍하다가 이혼 당할수 있겠소
    아무리 지난 일이라도 섬섬옥수,피앙새 금녀를 못잊는 모자차
    부인에겐 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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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초롱 ip4 2011-01-05 14:21:28
    솔찍님//
    전 피앙세가 지금 현재 부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연속극을 즐기고 있읍니다.
    두고보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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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레 ip6 2011-01-05 22:14:04
    본격적인 이야기에 시작일듯 서론이 너무 길었던거 같아요

    어떤 과정을 통해서 만났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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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밋남 ip7 2011-01-06 00:20:49
    모차자님은 북한여성을 처음 만나서부터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단계까지 감각적 리듬이
    남달랐던것으로 느껴집니다.
    - 다음 호를 기대하는 독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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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콤 ip8 2011-01-06 02:24:16
    글이 완전 달콤합니다ㅎㅎ 다음편이 빨리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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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향민Son ip9 2011-01-08 00:26:08
    아~ 재미있네요...

    오늘 신문(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1/07/2011010701755.html?Dep1=news&Dep2=top&Dep3=top)을 보다가 오랜만에 다시 들러봅니다.
    다음편이 기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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