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豫言), 그런 것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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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이나 점은 대개 애매모호하게 하는 것이어서 코에 걸면 코거리, 귀에 걸면 귀고리가 될 수 있다. 말하자면 예언은 신축성이 아주 좋은 고무장갑 처럼 되어 있어서 누가 손을 집어넣어도 다 맞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또한 "꿈보다 해몽"이라는 식으로 해몽을 근사하게 하면 예언과 점은 대부분 다 적중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인간 세상은 온갖 희비(喜悲),화복(禍福)의 사건들로 가득차 있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횡설수설 예언을 많이 하다 보면 그중에 현실과 유사하게 부합하는 것이 어찌 없겠는가? 예를 들어 소가 뒷거름질을 많이 하다보면 쥐를 잡을 수도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노스트라다무스(Nostradamus: 1503-1566, 프랑스의 점성가 )는 운문 형식으로 많은 예언을 하였는데 그의 예언은 “애매모호하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되어있다.( His prophesies are vague and open to many interpretations: 美 WorldBook Encyclopedia, 1979년 판) 그러나 크고 작은 전쟁은 역사 이래 늘 있어온 일이고, 정치가들의 행, 불행도 인류의 역사 이래 늘 있어 온 일이다. 만약 독재자 히틀러의 출현과 케네디의 암살이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대로 일어난 것이라고 하면 이런 인물들의 운명은 누가 예정해 놓은 것인가? (기독교이론에 의하면 하나님이 정해놓은 것이다. ) 히틀러의 출현과 케네디의 죽음을 예정하신 하나님의 속(숨은) 뜻은 무엇인가? 훌륭한 사람을 많이 태어나게 해도 모자라는 판에 히틀러나 김정일 같은 류의 사람을 태어나게 하는 것은 무슨 뜻인가? 케네디를 꼭 암살당하게끔 운명을 정했어야 할 사정은 무엇인가? 케네디가 약간의 바람둥이인 것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그 정도의 바람을 피운 것이 어디 케네디 하나뿐인가? 정작 암살 당해야 마땅할 악당들이 수두룩하게 많은 판에 왜 하필 케네디인가? 예정론(또는 예언)과 기도는 서로 모순관계에 있다. 종교인들이 기도를 하여 팔자를 고치고자 노력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예정론을 부정하는 행위이다. 왜냐하면 모든 일이 다 결정되어 있다면 기도를 한다고 해서 이미 결정된 일을 변경하거나 취소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세상 앞일을 하나도 빠짐 없이 다 알고 계실 뿐만 아니라 바로 그런 일들이 생겨나게끔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고 계신 분이다 (종교인들의 주장에 의하면). 그렇다면 기독교인들은 노스트라다무스를 칭송하고 그의 예언을 따라갈 것이 아니라 직접 하나님에게 물어보아야 마땅하다. 완전 무결한 점쟁이 하나님을 제쳐두고 왜 하필 노스트라다무스의 애매모호한 점괘에 의존하는가? 대개 예언을 믿고 퍼뜨리는 사람들은 인간과 세상사에 대한 관찰과 통찰력이 미숙한 사람으로서 이들은 자기 성찰과 주관이 없이 남이 한 말을 세상 여러사람에게 옮기는 사람들이다. 예언과 예측은 다르다. 예측은 얼마든지 할 수 있고, 하되 많이 공부하고 널리 살핀 연후에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그래도 예측이 빗나가는 예는 허다하다. 행운과 불행은 선(善)한 사람에게도 오고 악한 사람에게도 온다. 김정일에게 쏟아지는 행운에 대해서 종교인들은 어떻게 해석하는지 궁굼하다. 어째서 기독교를 철저히 박해하는 김정일에게는 수 억대 조대의 돈과 물자와 여자복이 줄을 잇는가? 누구 좀 설명좀 해보기 바란다. 교통사고와 지진과 태풍의 피해는 악한 사람들에게만 오는 것이 아니다. 종교인들은 행운과 복이 신을 믿고 성품이 착한 사람에게만 오는 줄로 알지만, 세상을 널리 보면 악한 자에게도 뜻하지 않은 행운과 복(?)이 오고 선한 사람에게도 뜻하지 않은 불행과 재앙이 온다. 종교인들은 믿는 사람들에게 오는 환란은 하나님이 주시는 단련용으로서 하나님은 감당치 못할 시련은 주시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끝내 시련을 딛고 이겨낸 사람들의 경우만을 들어서 하는 말이다. 종교인들은 환란, 불행이 지나쳐서 아주 몰락하거나 저 세상으로 간 사람들의 경우는 절대로 계산에 넣지 않는다. 인생사, 세상사는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바로 이점 때문에 불쌍한 인생들이 오늘 고달픔을 잊고 내일의 꿈을 먹고 살 수가 있는 것이다. 내일 교통사고로 죽을 사람, 모레 테러분자들의 공격을 받을 사람, 글피 지진, 해일로 죽을 사람,,,, 이들은 비록 하늘이 그런 운명을 정해 놓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모름으로써 오늘 최선을 다해 살 수 있는 것이다. 내일 최악의 운명이 닥친다고 해도 오늘 최선의 삶을 사는 것이 인간의 도리이다.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해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말은 바로 그러한 자세이다. 이에서 벗어나 점쟁이나 목사들이 하는 아무 근거도 없는 예언이나 말세론을 믿고 우왕좌왕하는 것은 지각있는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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