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출신 여경 1호 꿈꾸는 여대생 “北서 경찰은 공포의 상징인데… 南선 가장 먼저 손 잡아준 분”
10대 소녀처럼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20일 서울 장충동 한 카페에 들어선 이주아(가명·22·여)씨에게선 탈북과
북송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없었다. 10대 시절 그에게 경찰은 북한 보안원과 중국 공안으로 대표되는 두려움과 공포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씨는 탈북자 출신 여경 1호가 되기 위해 매진 중이다.
2005년 5월 이씨는 두만강을 넘어 중국 옌지로 탈북했다. 이후 내몽골로 가던 중 중국 공안에게 붙잡혀 1주일 만에 북한으로 압송됐다. 그는 “신의주에서 북한 보안원에게 인계될 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4개월의 옥살이를 마치고 그해 10월 이씨는 다시 북한을 떠났다. 이번엔 미리 한국 국적을 획득한 이씨의 어머니가 중국 베이징에서
그를 맞았다. 언니의 여권을 가지고 베이징 주중대사관 정문을 통과하던 순간이 인생에서 가장 두려운 순간이었다고 그는 전했다.
이씨는 “한국에 오기 전까지 경찰은 언제나 체제를 위해 주민을 감시하는 존재였다”고 말했다. 북한 보안원은 고압적인 말투로 주민을
대했고, 군림하려 했다. 중국 공안은 간신히 찾은 자유를 언제든 빼앗아 갈 수 있는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2006년 천신만고 끝에 밟은 한국 땅에서도 이씨가 경찰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는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이씨는 “저와
가족에 대한 보안형사들의 질문이 처음엔 매우 답답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언니와의 서울생활을 챙겨주던 서울 양천서
보안형사들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이 열렸다.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이씨는 준비가 되는대로 경찰 임용시험을 볼 예정이다. 하지만 100대 1에 가까운 높은
경쟁률은 영어와 사회·문화 등 기초지식이 부족한 그에게 높은 문이다. 이씨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거리에서 경찰관을 볼 때마다
하루빨리 경찰이 돼야겠다고 다짐한다”며 의지를 보였다. 이씨는 자신과 같은 탈북자를 돌보는 보안업무를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모든 것이 낯선 남한에서 탈북자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미는 분이 경찰관”이라며 “탈북을 직접 경험한 사람이
보안분야에서 일한다면 보다 현실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http://pann.news.nate.com/info/25238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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