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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에게 (2)
REPUBLIC OF KOREA 동네이장 4 349 2006-08-19 12:54:17
선양 시타에서 만났던 철민이.

이름이 철민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철용이, 아니면 철수, 철승... '철'자만 기억난다.

하여간 까무잡잡한 얼굴에 제법 포동포동하고, 강한 함경도 억양을 쓰던 녀석.

지금쯤 한국에 들어와 있는지, 아직도 중국에 있는지, 혹 조선으로 돌아갔는지도 모르겠다.

나를 만났을 때 녀석은 다 떨어져 너덜너덜해져 가는 운동화를 신고 왔다.

발냄새가 날거라며 들어오자 마자 욕실에 가서는 발부터 씻었던 녀석이었다.

한시간쯤 이야기를 나눌 때, 나는 이 녀석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선에서 나온지 석달 정도 되었다는데 이야기하는 내용은 3-4년 전의 것들이었다.

지금도 중국에 있다면 족히 10년은 그곳에서 살고 있는 녀석이리라.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것저것 물으며,

때로는 흘려넘기며 다섯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다.

돌아가는 녀석에게 인민폐 100원인지, 200원인지 쥐어줬던 기억이 난다.

"잘 가고, 건강하고....... 잡히지말고......."

악수를 하고 돌아서는 녀석의 뒤모습을 한동안 바라봤다.

터덜터덜...... 녀석은 제 사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20미터쯤 갔을까...... 나도 뒤돌아서려는데, 녀석이 갑자기 몸을 돌려 내게로 다가왔다.

"선생님...... 신발이 없어서 그러는데 100원만 더 주시면 안됩니까?"

녀석이 고개를 숙이고 다 해진 신발을 내려다봤다.

사실은 녀석과 헤어지기 전에 시장에 가서 신발을 하나 사줄까 생각을 했었는데

다음 약속 때문에 그냥 보냈더랬다. 그런데 녀석이 먼저 신발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래도 100원은 너무했다. 100원이면 신발 서너켤레는 살 수 있는 돈인데.....

물론 좋은 신발을 산다면야 400원, 500원도 하지만, 이리저리 피해다니는 녀석의 신세에

고급신발이 필요할리 없지 않나.

내 입장에서 100원이 그리 큰 돈은 아니지만, 조선에서 온 아이들에게 많은 돈을 주는 것도

그닥 좋은 태도가 아니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기에

내 기억으로는 50원을 주면서,

"이 정도면 튼튼한 신발 하나는 살 수 있을 거다"라고 말했던 것 같다.

다른건 기억이 흐릿하지만 그때 녀석의 표정이 또렷이 기억에 남는다.

거참 짠돌이라는 표정..... 못마땅해 하는 표정......

순간 당황스러웠는데, 그냥 남았다.

녀석은 돈을 가로채듯 손에 쥐고는 제 갈 길로 갔다.

얼마뒤............. 선양쪽에서 오랫동안 조사작업을 벌인적이 있는 활동가를 만났다.

그 녀석 이야기를 해줬더니 킥킥 거리며 웃는다.

"그 녀석 이름이 철민이 아닌가요?"

"!!!........... 그걸 어떻게.....?"

"그 녀석 프로에요. 저 만날 때도 그랬어요. 그 녀석 좋은 신발이랑 옷이 있는데

한국인들 만날 때는 제일 안좋은 옷과 신발만 신고 가죠. 혹시 집에 들어가자마자

욕실에 가서 발을 씻지 않던가요?"

"헉......."

"킥킥킥.....그런 식으로 당한 사람 여럿 됩니다."

철민이 말고도, 나중에 그런 비슷한 경험을 여러번 했다.

여러번 당했지만, 미리 알고도 있었지만, 매번 당해줬다.

혹은 정중히 타이르며 요구하는 돈을 주기도 했다.

녀석이 스스로 체득한 삶의 방식이리라.

약간 분하기도 했지만, 서글펐다.

내 자식이 부모를 잃고 이국을 떠돈다고 할때, 저렇게 될 것이다.

내 형제가 먹을 것을 찾아 이국을 헤메일 때, 저렇게 될 것이다.

내 부모가 목숨을 건지려 국경을 넘어 눈치밥을 먹을 때, 저렇게 될 것이다.

바로 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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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승사자 2006-08-19 14:26:34
    제 경험으로 볼 때 중국에 맀는 탈북자들은
    동정의 대상이지만
    결코 물질적 혜택을 베풀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심양이나 연길 같은 곳에서
    탈북자들과 만나본 한국인들은
    다 공감하실겁니다.
    물론 탈북자들은 환경을 이야기하지만
    환경이 모든 것을 정당화시키지는 않는다고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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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핵 2006-08-19 15:06:07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이 기실 물질적 혜택을 많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오히려 한국내 탈북자들한텐 대한 관심은 필요가 없는것 같습니다.
    왜냐면 그분들한테 관심을 주는 자체부터 착오 입니다.
    새터민들은 이미 한국인입니다.
    한국인으로 봐야지 자꾸 탈북자란 껍대기를 들씌우면 그분들이 한국에 제대로 정착하는데 부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은 이미 한국인이기 때문에 그냥 한국인들의 생활방식대로 살게 나둬야지 탈북자라고 그분들을 도와주는건 오히려 그분들의 제대로된 정착에 방해 작용을 합니다.
    물질적으로 도와줘야 할 사람들은 그래도 수많은 재중탈북자들입니다.
    이건 도리도 따질 필요가 없는 말이 아닌가요?
    윗양반 어떤 사람인지 참 웃기십니다.
    물질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제일 어려운 재중탈북자들인데 그분들이 수요되지 않는다구요? 참 웃기십니다. 이기적? 암튼 잘 알겠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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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명 2006-08-19 15:25:21
    휴 따라다니면서 교통정리하는 것도 지치다.
    저승사자님이 말씀하시는 탈북자는 중국에 있는 탈북자 얘기에요. 왜 관계없는 한국에 정착한 새터민을 거론하시는지..

    그리고 저승사자님의 말씀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는 얘기입니다. 일부 빗나간 조선족과 비슷한 행태를 보이는 탈북자 (또 헷갈리실까봐 첨가.. 재중 탈북인 얘기임) 들도 꽤 있거든요.

    그리고 탈북자 돕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예를 들어보죠. 길거리에 있는 거지중에는 아파트 몇채, 자가용 타고 다니는 거지도 있습니다. (중국도 아마 그런 부류 있을거 같은데..) 그런 거지들에게 물질적 혜택 베풀 필요없다는 그런 얘기입니다.

    한국인들을 찾아다니면서 사기 아닌 사기 쳐서 중국에서 편하게 지내는 탈북자를 계속 도와준다면 그 사람의 인생을 위해서도 결코 좋은 얘기가 아니죠.

    이런 의미로 한 얘기를 두고 무슨 이기적이니 뭐니 그런 얘기하시는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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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명 2006-08-19 15:26:12
    제발 좀 세상 물정 좀 알고 두루 공부 좀 하시고 게시판에서 활동하시든가 하셔야지.. 이거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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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핵 2006-08-19 16:12:41
    세상물정을 넘 알아도 사람이 잘못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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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프 2006-08-20 00:54:10
    이장님. 좋은 글 읽구 갑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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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그네 2006-08-22 13:36:07
    근데... 그렇게 빌어 먹는 탈북자들 등을 치는 사람들이 조선족이라는 사실입니다. 제친구 말로는 중국에 살때 여럿이 뭉쳐서 빌어 먹은 적이 있는데 거기에 조선족이 한명이 끼워있었다네요. 그사람이 자기를 따돌리면 너희들을 공안에 신고하겟다구해서 어쩌지도 못하고 그냥 당했다고 합니다.얼마나 당했으면 자기들끼리 죽여버릴가하구두 생각했었다고 하네요.
    끝내는 떼여놓긴 했지만 말입니다. 이렇게 빌어 먹구 사는 탈북자들, 그 사람들 등을 쳐먹구 사는 그 사람들이 바로 북핵님 같은 조선족입니다.
    그러니까 북핵님은 이 마당에서 발언권이 없으니 제발 꺼져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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